내 방에서만의 여유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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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간 밖에서 여유를 즐겼다. 여유롭게 글을 읽고, 여유롭게 글도 썼다. 비록 랩탑에 저장만 해두고, 포스팅은 하지 않았을 뿐. 물론 앞으로도 그 글들은 세상을 볼 일이 없겠지. 나는 즉흥적인 글이 좋으니까. 아니다. 어설프게 해석하지 않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올리진 않았다. 그리고 해가 뜰 때까지 깨어있다가 정오가 지나서 일어나는 일도 잦았다. 이처럼 평소에 보내던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래도 무언가 아쉬웠다. 부족한 것 없이, 정말로 마음 내키는 그대로 있었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를 집에 오자마자 알았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며 내 방을 훑어보며 바로 알았다. 나는 랩탑보다 내 키보드가 좋고, 밖에서 지낸 자리보다 내 침대가 좋고, 밖에서 쓰는 이어폰보다 내 헤드폰이 좋다. 어쩌면 랩탑에 저장된 글들을 저버리고 이렇게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도, 이 키감이 그리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매일 늦잠을 자다가 내 방에 오자마자 새벽에 일어났다. 특별히 할 일이 있었던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러웠다. 일어나서 잠깐 고민을 했다. 카페를 가서 글을 쓸까, 아니면 방에 있을까. 카페를 가기에는 조금 피곤했다. 3시간 밖에 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에서 헤드폰을 쓰고 그냥 앉아있었다. 의자에 눕다시피 기대어 다리를 꼬고 한발을 책상 위에, 다른 한발을 창틀 위에 얹어놓는 것도 내 방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유다. 제목도 쓰지 않은 흰바탕에 아무거나 두들기다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다 그냥 그렇게.

6시간동안 이렇게 앉아 있으니 즐겁다. 누가 무얼 했느냐고, 무얼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무 것도..."라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마침 보일러의 계절도 지나갔으니 이제 내 방에 조금 머물러도 괜찮지 않을까. 에어컨의 계절이 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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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경우는 시간이 없어서 여유있는날은 미리 글을 적어두면 좋으련만.. 그런글은 몇개되지도 않지만 하드에잠자고 있네요
일하다 떠올라서 이것저것 메모 하고 구상한글쓰는게 재미있는것 같아요 ㅎㅎ

어렸을 때에는 정말 잠시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하루를 꽉채우고 살았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즐거움을 알아버렸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군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기분입니다.ㅎㅎㅎ

나가서도 정말 적극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제 방이랑은 또 다르더라구요.

오랫만이시네요. 제 글에 잠시 들리신것 봤습니다. 좋은 주말되십시요.

게임을 즐겨 하니까 언제나 하루를 그렇게 보내는 듯해서, 어떻게든 생산적인 시간을 빼려고 노력합니다. 아니면 코인이 잔뜩 올라서 매일매일 아무것도 안해도 되면 그것도 좋겠군요.

꼭 생산적인 시간, 비생산적인 시간을 나눌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결국 쉬어갈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니까요.

방콕주의자도 나름좋습니다.

"아무 것도..."에서 웃었습니다. 웃겨서라기보다는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바랄게 없는 마음이 느껴져서요. 어쩌면 내게 뭐하냐고 질문하는 너만 없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는 느낌도...

a:너 뭐하고있어?
나: 소파에 누워있어
a: 아무것도 안하네 심심하지 나올래?
나: ??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고 너에게 목숨까지 내놓을수있지만 나의 이 아무것도 아닌시간을 뺏어가는건 용서할 수가 없구나

저도 쇼파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않는시간을 사랑합니다 ㅎ

ㅎㅎ
일단은 세상에 빛을 보지못할 글들이 불쌍하다고 봐여 킴리님~~!
왠지 마구 엄청 궁금해지는데요^^

아마 기회가 되면 그 친구들도 빛을 보겠죠

제일 사치스러운 주말이네요..!!!ㅋㅋ 더 격렬하게 누리시길

뭔가 생각에 잠긴듯한 글들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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