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11월 21일의 일기: 굳이 서울에 살 필요가 있을까.

in #kr6 years ago (edited)

urban-438393_640.jpg

회사 사무실에서 나선 지 정확히 두 시간 만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친구와 카페에서 만나 서로 할 일을 하기로 했었는데, 보통 한 시간이면 걸릴 거리를 두 시간 가까지 걸려서 온 셈입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광역 버스 안에서 얼마나 답답해 했는지 모릅니다.

제 직장은 경기도 수원에 있습니다. 집은 서울이구요. 본래 강남 근처에 살았었는데 주거 자금 문제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사 한지 아직 반 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사 장소를 물색할 때 가족들과 갈등이 많았습니다. 지금 지방에 계신 부모님은 도무지 서울에 남으려고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회사가 수원인데 그 주변에 집을 구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주거 환경만 생각하면 아주 합리적입니다. 서울에서 전세를 얻을 가격이면 회사 근처에서는 웬만한 아파트에서도 살 수 있으니까요.

서울을 벗어나기 싫었던 이유가 뭘까. 당시에는 다니던 클라이밍센터에서 멀리 떨어지기 싫었던 게 제일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운동을 쉬고 있지요. 그냥 집, 회사, 집, 회사를 오가다보니 회의감이 스믈스믈 기어 올라옵니다. 굳이 서울에 살 필요가 있을까.

물론 서울에 살기 때문에 얻는 가치도 많습니다. 당장 친구들이 대부분 서울에 살죠. 암장투어라도 갈라치면, 유명한 암장은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에 수원에서 올라 오려면 웬만큼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수원역에서 홍대 더클라임까지 올라왔다가, 운동을 하고, 뒤풀이에 참여한 뒤, 다시 내려간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네요. 만취 승객이 북적거리는 1호선을 타고 내려오는 길은 끔찍할 겁니다. 일단 저도 술에 취해 있을테구요.

네, 맞습니다. 저는 지금 떼를 쓰고 있습니다. 서울에 살기로 결정한 것도 저. 수원에 있는 회사에 다니겠다고 결정한 것도 저입니다. 이렇게 찡찡 대지만 지금 당장 주위를 둘러보면 서울에 살기 참 잘했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거든요. 달달한 케잌을 한 입 먹으니 불만 가득했던 마음도 진정되는 느낌입니다. 공간을 부드럽게 채워주는 음악도 열일 중이네요.

일기를 쓰면서 감정이 가라앉는 통에 어리광을 끌어나갈 동력이 부족하네요. 오늘 일기는 이렇게 어색하게 끝 맺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난 일기:
18년 11월 7일의 일기: 왜 이렇게 화가 날까
18년 11월 13일의 일기: 진하게 몰아친 허기
18년 11월 19일의 일기: 저는 바보입니다.


Sponsored ( Powered by dclick )

dclick-imagead

Sort:  

서울 매력있지요, 저는 반대로 집은 서울, 직장은 인천이여서 출퇴근에 시간이 좀 걸렸었습니다. 최근에 직장을 서울로 옮겼는데, 가까우니 좀 더 좋긴하더라구요. 인생 뭐 있나요1 정답없고 자기가 좋으면 장땡! 보클!

저도 서울에 직장을 구하고 싶긴 한데, 지옥철 때문에 엄두가 나질 않아요. 적어도 지금은 버스에 앉아서 편히 오갈 수는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모든 걸 만족시킬만한 곳은 찾기 힘들겠죠. 감사합니다!

바닷가 한적한곳으로 살고싶어서 그런데 그쪽은 직장이 없겠죠?

잘 찾아보면 있지않을까요?! 전 개발자이니 디지털 노마드를 실험해보는것도...

Posted using Partiko iOS

대박사건!!

서울은 너무 복잡해서...

지방으로 이사 고민중입니다. ㅜㅠ

맞아요... 저도 요즘 특히 힘든데 (추워서) 그래도 아둥바둥 버텨보려구요!

Posted using Partiko iOS

Congratulations @jaylee.dev!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made more than 400 upvotes. Your next target is to reach 500 upvotes.

Click her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Meet the Steemians Contest - The results, the winners and the prizes
Meet the Steemians Contest - Special attendees revealed
Meet the Steemians Contest - Intermediate results

Support SteemitBoard's project!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안녕하세요. 제이님 반갑습니다. 저는 고물이라고 하고요. 중대장님 글에 댓글 다신 거보고 구경왔어요. 일기나 에세이류 글을 참 좋아합니다:D
곧 저도 수원에 살 확률이 높아서 공감하며 읽다가 달달한 케이크 드시고 진정되는 모습에 ㅋㅋ 정감이 확가네요 ㅋ 자주 놀러오겠습니당! 제가 잘 모르는 분야 글도 기대할게요>_<

앗 감사합니다! 일기 힘내서(?) 자주 써야겠네요. 안그래도 친구들하고 1년이 너무 빨리 간다며, 일기 써야겠다고 다짐하는 수다 떤 참이었어요 :) 저도 팔로우하고 글 챙겨읽겠습니다!

Posted using Partiko iOS

아 제이님 태그에 jjangjjangman 하루에 한번씩 사용하면 북이오임이 보팅해주시고 가시니 써보시면 힘이 될거에요.

앗? 그 태그 자주 봤는데.. 뭔가 사전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요??? 꿀정보네요 +_+

Posted using Partiko iOS

네네 대신 kr 태그쓰신후 jjangjjangman 쓰시면 되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9시까지를 하루로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가끔 늦게 오거나 보팅이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날 다른 포스팅엔 꼭 오실거에요.)

제가 알기로 virous707님이 kr 커뮤니티 부흥과 뉴비 최소 보팅을 위해 만드신 태그로 알고 있어요. 뉴비시절부터 제게도 많은 힘이 되었던 태그죠 :D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4
JST 0.030
BTC 68845.40
ETH 3281.32
USDT 1.00
SBD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