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기에 헤어짐도 있다.
12월 31일 한 해를 보내지만, 우리나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이라면 이별은 2월에 많이 이뤄짐을 아실 것입니다. 우리 집 딸아이도 2월에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5살, 만 3세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마냥 어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이사를 준비하고 유치원 입학을 준비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00아, 유치원 가면 친구들이 많아서 선생님이 잘 못 챙겨 주실 수도 있는데 괜찮아?”
“그럼 A는? B는?” (A, B는 어린이집 친구들입니다.)
“A는 다른 유치원에 가고, B는 아직 어려서 유치원에 못가서 못 만나지~”
“그럼 유치원 안 갈래. 어린이집 갈래.”
라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항상 어리다고 생각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계속 보고 싶은 친구들이 생기고 그것을 말 할 수 있는 딸아이가 기특하면서도 동시에 부모로서의 어려움을 실감했습니다.
만남, 인연, 사랑, 이별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한 “어린 아이에게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라는 말을 빌리면 아비인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글을 써 보고, 생각을 나눈 것이기에 관련된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한용운님의 시 님의 침묵 中
회자정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할 정자는 정해지다는 뜻도 있기에 ‘사람을 만나면 반듯이 헤어진다.’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법화경에 나오는 불교에서 파생된 사자성어로 생자필멸生者必滅 거자필반去者必返 사필귀정事必歸正과 같은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을 뜻하는 말들과 함께 쓰입니다. 함께 쓰이는 말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필연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일입니다. 시작부터 정해진 일입니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정해진 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수저 흙수저 상관없이 누구나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듯 정해진 일들은 사람이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타납니다.
내 의지가 내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생각의 중요성을 알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합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그래서 만남이 있기에 헤어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빛이 있어 어둠이 있듯,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만남이 있기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동반하는 이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싫은 만남이 있기에 걷잡을 수 없는 기쁨을 동반하는 이별도 있다고 생각하구요.
시작에 인용 한 한용운님의 시 님의 침묵의 뒷부분으로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라는 문구가 있듯, 이별을 슬픔으로 끝내려 생각하면 슬픔으로 끝날 것입니다. 하지만 만남이 있기에 이별이 있음을 생각하고, 이별이 있기에 새로운 만남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슬프겠지만 슬픔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소개에 이어 너무 한 종교에 치우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 한 종교를 편애(?)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불교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불교 언어에, 환경에 보다 익숙합니다.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긴 했지만 이별 이후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경험,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지는 정해진 것들을 어떻게 대하냐의 중요성을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생각이기에 딸아이에게 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네요. 옆에서 함께해주고 응원해줘야 겠습니다.
바라던 유치원 입학은 물 건너가고 간신히 다른 유치원에 입학하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당첨을 빌어주셨던 스티미언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별을 맞이하는,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게 좋은 소식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저도 휴식을 위해 재충전을 위해 7년간의 중국 유학생활과 2년의 군대를 뒤로 하고 뉴질랜드에 와사 많이 느낍니다....
이 이별이 영원한 이별은 아니겠지요 라는 가사처럼 영원하진 않겠지만
결혼과 같은 경조사에 축의금만 보내고 함께 하지 못할때를 보면
어쩌면 이제 평생 한번 보기힘든 사람들도 생겨가겟구나 하더라구요...
감성적이게 만드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명절 되세요!
7년 유학 2년 군대 지금은 뉴질랜드에 계시면 학창시절 친구들을 보기가 쉽지 않겠네요. 꿈을 향해 달려나가시는 모습이 얼핏 보이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저번 주 금요일에 대학을 졸업하면서 연락할 사람은 연락하고
멀어질 사람을 멀어질 것 같네요.
뭐 인생이라는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지는 법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사람과 연락하고 싶지만 그게 뜻대로 안 되네요 ㅎㅎ
따님이 2~3살 밖에 안 됬는데 벌써 헤어짐을 아는 걸 보니 만감이 교차하시겠어요
세돌 갓 지난 아이가 헤어짐을 생각하니 마음이 참..
인연이라는 게 있나봐요. 연락하려고 노력한 건 아닌데 지속적으로 연락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 )
저도 불자는 아니지만 불교의 가치관은 참 멋지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대한 포용력과 인간을 특별하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종교와 다른거 같아요. 아래 문장에 특히 공감했어요!
@kyunga님 오랫만에 뵙네요!
수양하는 종교라 가치관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소개해주신 @Colors 참 매력적이네요!
좋은글이네요 팔로우할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팀잇의 홍보 기능은 참 아쉬운 것 같아요.
회자정리란 말이 글을 읽으니 새삼 새롭게 다가오네요. 그러고보니 늘 이별 뒤 더 좋은 만남이 있었던거 같아요. 비단 사람 뿐 아니라 일적인 면에서도 그렇고요. 정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지금, 이번 기회에 2월이 가기 전 회장정리 한 번 해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별 뒤 좋은 만남이 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참 힘든 이별이지만 좋은 만남이었기에 힘들테고, 새로운 만남 또한 기대되고 좋은 일임을 알기에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회장 정리가 뭔가요? : )
아이에게는 생각해 보지 이별을 경험하게 되는군요.
저도 제가 의도하지 않은 이별을 초등 2학년때 전학을 하면서 경험을 했었어요.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했었는데 그 때 많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서울 애들에 대한 열등감을요.
그 열등감 덕분에 더 잘살려고 노력하는 지금의 내가 되었지만요~
글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이별은 보통 환경의 변화도 동반하는 것 같아요. 이별의 슬픔만 해도 벅찰텐데 급격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불교의 가르침은 종교를 넘어 인생 전반에 큰 깨달음을 줍니다. 오늘도 참 좋은 글 감사드려요. 회자정리가 있다면 역시 거자필반이고 영원한 헤어짐도 영원한 만남도 없음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종교로 접하기도 좋지만 인생에 대한 시각으로 접하면 정말 큰 깨달음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식스팀님께서도 덕을 베푸시고 계시니 좋은 보답을 받으시겠죠?
보답을 받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D 기분이 좋으니 또 다른 베풂으로 나아가면 선순환인가요 ㅎㅎㅎ 후피님 항상 감사드려요!
꼬마아가씨 넘 슬퍼안했으면 좋겠네요~ 이별은 언제나 아쉬운 거란다 ^^
그러게 말입니다. 생각을 다르게 해보려해도 아쉬운 것을 완전히 어쩌지는 못하죠ㅠ
영원할 것만 같던 가족들도 언젠가 이별을 해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으니 요즘 생각이 많아지네요. 언젠가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도록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명절 잘 보내세요~
글을 쓰면서 생각도 못했었는 데 부모님과 이별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먹먹해지는 것 같네요. 흠 정말 생각이 많아지네요. 이번 설에 잘해드려야겠습니다.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아이들이 더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더 순순해서 일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부디 이별 앞에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