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껌딱지 : 효녀 딸과 불효자 아들
시집 온 첫해 겨울. 김장 500포기를 했다.
6남매의 큰딸이신 어머님은 할아버지가 남겨놓으신 시골 텃밭에 고추,깨,배추를 심으시고는 매년 김장철이 되면 그 배추를 뽑아 김치를 담그셔서 동생들한테 보내신다.
젊었을 땐 부모 등골 빼먹던 동생들은, 이제는 누나의 등골이 빠지는지도 모르고 김치를 받아 한해를 먹는다. 그것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어머님의 김치가 얼마나 큰 수고의 산물인지 알지도 못한채 고맙다는 말도 없이 당연시 받는다.
자식들은 가끔씩 그런 엄마의 수고로움을 모르는 삼촌들이, 이모가 미울 때가 있어 그만좀 하시라고 해도 어머니는 들은체 만체 하시며 또 그 고생을 사서하신다. 부모가 모두 떠나도 맏이가 부모를 대신해야한다는 인식이 우리 부모님 세대에 뿌리 박혀 있어서 일것이다.
시집 온 첫해 겨울...
그렇게 나는 김장을 500포기나 하는 집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과 그 집에 내가 시집을 왔다는 사실, 시골에는 아직도 김장 품앗이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김장 500포기를 담그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고 남으리라.
하지만 그 해 겨울을 처음이자 끝으로 나는 더 이상 어머님의 김장을 돕지 않았다. 아니 도울수가 없었다. 줄줄이 꼭 20개월 차이로 애 셋을 낳았으니 애 본다는 핑계로 나는 모든 집안 대소사에서 열외가 된다.
가끔씩 집안일이고 뭐고 도우려고만 해도 우리 작은딸이 가만 있질 않는다. 가만히 잘 있다가도 어머님을 도와 드릴려고만 하면 우리 딸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엄마를 찾으며 엄마 껌딱지 노릇을 한다. 다른 아들들은 안 그런데 우리 딸은 유독 유별났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난처한 표정이라도 지을라치면 우리 어머님은
"내가 할테니 그냥 나둬라. 효녀딸이라 엄마 힘들까봐 그러는가 보다~"
라고 한마디 하신다.
엄마 힘들까봐 엄마 껌딱지 노릇을 하는 우리 딸이 효녀라고 한다면, 그런 면에서만 보면 순하게 크면서 아무한테나 잘 가서 힘 별로 안 들게 커준 우리 아들들은 불효자 인게 틀림없다.
오늘도 엄마 껌딱지인 우리 딸이 힘들게 할 때마다 어머님의 이 말씀이 생각나서 나 스스로 위안을 삼곤한다.
'효녀딸이라 그런 거겠지...'
라고 말이다. 남들은 다 아들 키우는게 훨씬 더 힘들다는데 나는 왜 하나 있는 딸 키우는 것이 더 힘든지 모르겠다. 엄마밖에 모르는 우리 딸 그래도 사랑해~♡
@2017. 8. 31, THUR
Cheer Up!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관심을 갖고 있나봐요!
친정엄마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내가 누리고있는 모든것 뒤에 남모르는 수고와 땀이 있음을 늘 기억하며 살아야겠어요~엄마 껌딱지 효녀딸 귀엽네요^^ 우리딸 어릴때 꼭 그렇게 머리를 묶어줬는데 ㅎㅎ추억이 새록새록~ 편안한밤 되세요
강원도 아지매 오셨군요... 저희 시어머님께서 이제는 김치 담궈서 나눠주셔서 우리 엄마도 덩달아 김장를 안 담그셔도 되는 바람에 조금 편해지셨네요... 아지매도 편안한 밤 되세요~~^^
저도 시댁이 시골이라.. 처음 시집 왔을때는 300포기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500포기 ㅎㄷㄷ
진짜 300포기 하면서도 정말 힘들었거든요..
500포기라고하면 두배정도 되니.. 얼마나 힘드실지. ㅠㅠ
그런데 그렇게 그냥 보내드리면 그냥 고맙단 말도 없이 드신다고하시니.. 좀 속상하네요.. T^T
저희는 요즘은 줄었어요.. 100포기정도?
100포기도 다들 많다고 하는데..
500포기라니.. 한번 담그고 나시면 한달은 몸살나실거 같은데..T^T
300포기이긴 하지만 그나마 동지를 만났네요. 다른 지인들한테 김치 500포기 담근 적이 있다고 하면, 깜짝 놀라더라구요. 시골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많이들 담근다고 하시지만, 아직도 적응 안돼요... 아직까지는 애들 핑계로 잘 버티고 있는데, 곧 김장 전선에 투입될 날이 오겠죠~~^^
시댁에갔을때만 껌딱지면 더더욱효녀일텐데요 ㅎㅎ 밑에그림 넘웃기네요 공감되고 ㅋㅋ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 껌딱지가 진정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날이 오실 겁니다. 산이가 엄마 껌딱지가 되면 아빠는 조금 서운 하실 듯....^^
시골에 살면 김장 몇 백포기는 그냥 예삿일이랍니다.
처음엔 김장날 와서 서성 거리다 들고 가는 사람들이 미웠지요.
그 다음엔 숫제 김치통만 신랑편에 보내는 사람들이 더 미웠지요.
이제는 김치냉장고에 있는 통을 트렁크에 실고
아들이 아이들만 데리고 온답니다.
딸 있는 집은 그래도 엄마 힘들다고 밥이랑 설거지라도 하지요.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들 김장철만 되면 집집마다 품앗이 하고
저녁이면 파스로 도배를 하시고 끝나면 몸살을 앓지요.
김장은 어머니만 할 수 있는 중노동입니다.
아이들 핑계로 김치고, 제사고 일손 한 번 더해 드리지 못하고, 매주 주말이면 시댁가서 어머님이 해주시는 밥상 받는 요기 이 며느리는 @jjy님 댓글 보니 완전 찔리는데요. ㅠ.ㅜ 맞아요.. 김장 때 뿐 아니라, 요즘엔 고추 따서 말리시는데, 시골만 갔다오시면 피곤해 보이시고 힘들어 하셔서 이제 그만 하라고 말씀드리는데도 안 들으시네요. ㅠ.ㅜ
매달리는 아이가 있을 때는 모든 일에서 면제가 되지요.
금쪽 같은 손주 울릴 할머니는 안계시니까
아무리 힘이 드셔도 잘 먹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시는 분이 어머니랍니다.
자식들이 말린다고 그만 두시는 분은 없지요.
몸 고단하신 것보다 주고 싶은 마음이 크신 분이시라
가끔 예쁜 며느리 노릇 하시면 됩니다.
구석구석 짠함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ㅠㅠ 평소에 주로 순한 아드님들은 그자체로 효자고 영리한 따님은 정말 고마운 효녀!
그런가요... 영리한 딸이라 해야 하는 건지... 진정 엄마 생각해 주는 건 딸 밖에 없나 봐요.
아 정말 대단하시네요 500포기를 와... 한국에 있었을때는 몰랐는데 해외나와보니 그 김치가 얼마나 귀했는지를 깨닭았네요.. 가끔 한국가면 어떻게든 김치를 가져오겠다는 일념으로 짐을 싸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ㅋㅋㅋ 전 그나마 미국에서 공부할 때 김치값이 여기보다 더 싸서 김치는 그냥 부담없이 사 먹었는데, 성민님은 진짜 김치 구하시기 힘드시겠어요. ㅠ.ㅜ
아 미국은 김치값이 싸군요 ㅎㅎ 필리핀은 정말 비쌉니다 ㅋㅋㅋㅋ
아고~귀여워랑~~
효녀네요 진짜!!!^^
근데 500포기.. 식당하시는것도 아니고
정말 너무나 대단하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식당은 안 하신답니다. 그린그린님 딸도 완전 효녀지요??
시어머님도 대단하시지만, 20개월터울로 줄줄이 세남매를 나으신 워킹맘님도 대단하세요 ^^ 증말 존경스럽습니다 ^^
ㅎㅎ어머니의 따뜻하신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네요..저도 얼마전에 어머니한테 화냈던게 죄송스러워 집니다..ㅎㅎ반성 많이 하고가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