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싱을 멈출 수 없는 이유~ [부제 : 오늘 20kg 차이 헤비급과 붙었어요 ]

in #kr7 years ago (edited)

오늘은 '좋은 생각' 시리즈를  쉬고 (달랑 3편쓰고 뭘 쉬어?) 복싱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합니다.

배우이자 프로복서 이시영 선수이지요... 

미모를 저렇게 험하게 쓰다니 ㅠㅠ .. 아프겠다..

[ 출처 : 조선일보 기사 - '미녀 챔피언' 이시영에게 복싱이란? ]

저는 현재까지 대충 4년 정도 복싱을 해 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같이 일하던 제 친구가 먼저 복싱을 하겠다고 하도 설치고 다녀서 어떤 곳인가 하고 구경 갔다가 의외로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저도 한 번 도전해 보게 되었었는데 제 친구는 그 후로 두어달 하다 그만 두었고 반대로 저는 여태까지 그 재미에서 못 빠져 나오고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중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싸움을 안해 버릇해서 (사실은 못해서) 처음에는 겁도 많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한 일 주일 기본을 배운 뒤 샌드백 치는 것을 배우기 위해 양손에 핸드랩을 감는데 갑자기 가슴 속에서 불이 타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올라왔습니다. ( 이건 뭐지.. 이 느낌 뭐야.. 피가 끓는다..)

그 필 받은 날부터 더 열쓈~ 열쓈~ 다니기 시작했더랬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은 일하는 장소가 계속 바뀌면서 체육관을 4 곳을 옮겨 다니게 되었는데, 첫 번째 체육관에는 스파링을 조금 해 보았지만 중간의 2번째, 3번째 체육관에서는 스파링 시키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부상 문제도 있고 하니 요즘 체육관들은 스파링을 잘 안 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도 어쨌든 운동으로라도 재미가 있어 그냥 별 생각없이 열심히는 다녔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느날인가부터 슬슬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배우고 있는 게 맞는 지, 틀렸는 지 써먹을데가 없으니 알 방법도 없고 그저 매일 와서 줄넘기하고 셰도우하고 샌드백 치다 돌아가는 무료한 뺑뺑이 운동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지금 일하고 있는 사무실로 작년에 오게 되면서 같은 건물에 있는  한 체육관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 복싱메카라는 곳인데 제가 다니는 오픈 1년된 판교역점과 전사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인유스페이스 본점 2 곳이 있습니다.  ]

이 곳에서도 처음에는 스파링 하는 것을 별로 구경하지 못해 여기도 똑 같은 줄 알았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주로 운동하던 점심 시간 대가 사람이 별로 없어 스파링할 만한 분위기가 못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저녁 반에 들어가 보게 되었고 마침 그날이 관장님이 회원들과 스파링을 해 주시는 날이라 저도 참가를 해 보게 되었는데 관장님이 생각보다 제법 한다고 그 다음부터 마구 스파링을 잡아 시키기 시작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취미 다이어트 복싱에서 전투 모드로 변신해서 무척 고생(?)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사업을 하다가 접기 한 1년 여 전부터 시작을 했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도 체육관에 가서 흠뻑 땀을 흘리고, 또 어쩌다 스파링이라도 하고 오게되면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쑤시지만 아주 상쾌하고 즐거운 기분을 되 찾을 수 있어서 정말 멈추기가 어려운 취미이자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관장님이나 코치님들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회원들과 할 때 살살해 주는 편이니 그 분들과 스파링 하는 것이나  저와 실력이나 체력이 비슷한 분들하고 할 때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할 만 했었습니다. 

그러다 지지난 주에 펄펄한 고딩놈 (알고보니 체육관 내 유명한 실력자였습니다)하고 붙었다가 옆구리를 제대로 얻어맞았는데 너무 아파서 주말 이틀동안 진통제를 먹으며 계속 누워있어야 했었습니다.   갈비뼈가 금이 간 줄 알았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아 며칠 지나니까 회복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1주일 후인 지난 주에 그 녀석을 다시 만나 다시 도전을 했습니다. 

이번엔 좀 살살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역시 어린 녀석이라 몇 대 맞더니 원래 자기 주먹으로 돌아가서 무모한 도전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 지 다시 참교육을 시전받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그 전주보다는 좀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이 되었습니다.. ^^;) 아.. 참 그리고 지난 주에도 이전에 맞았던 그 옆구리를 또 맞아서 그 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얼얼한 가슴을 붙잡고 며칠 살아야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종류가 다른 분과 붙게 되었습니다.

저녁 반에서 자주 뵙는 분인데 자기가 요새 타이밍이 잘 안맞아 스파링을 못해보았다고 아쉬워 하시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아, 네 뭐 저랑 한번 하시지요!"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던지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속으로 깜짝 놀라 버렸습니다. '아뿔사, 가만 보자! 이 분 몸 크기가 그냥 해 봄직한 차이가 아닌 것 같은데.. 가뜩이나 아직 내 옆구리가 낫지도 않았고'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분이 바로 환한 얼굴로  "아! 그러세요! 그럼 내일 하실까요?" 라고 말하셨고 거기에 "아! 네! 그러죠 뭐! 낼 뵈요!" 라고 환하게 웃으며 답하고 있는 주체하지 못하는 제 입방정을 저주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흑.. 어쩌지 되돌릴 수가 없잖아..

그리고 그 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붙었습니다. 

68kg (라이트 미들급) 과 88kg (헤비급)

그냥 .. 골리앗과 다윗 (?) .. 그런 느낌이라 생각하시면 좀 비슷할 겁니다.

지금부터 간략 중계 들어갑니다.

우리 체육관에서는 모든 스파링을 녹화해서 까페에 올립니다.

그리고 처음에 저렇게 하트 표시를 시킵니다. (멀리있는 남색 티가 필자 입니다)

저건 서로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라 부상을 당해도 서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우리 체육관만의 약속입니다.


그렇게 사이좋게 1 라운드가 시작 되었습니다.

헤비급 폭탄 펀치를 일단 샤샤삭 피해 봅니다.

그리고 강력한(?) 라이트 미들급의 펀치를 골리앗에게 꽃아 봅니다.

헐.. 왜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거지! ..@@

빡치신 골리앗께서 드디어 응징 들어오십니다.

[ 처 맞는 필자 선수 ]


필자도 젖먹던 힘까지 다 써가며 골리앗을 강타(?.. 맞니?)해 봅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사람을 치고 있는 건지, 바위를 치고 있는 건지는 여전히 잘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갈 수록 힘들어집니다.


[ 옆에 심판보고 계신 분은 잘 생긴 우리 코치입니다. 이름이 '우승' 인데 정말 대회나가 우승도 많이 합니다. ]


2 라운드 넘어가면서 모두 지쳐 갑니다.

물론 다윗(?.. 꼬꼬마?)가 더 지쳤습니다.  

둘이 엉겨붙어 안간힘을 쓰는데 권투가 점점 씨름 모드로 바뀌어 갑니다.

그럴수록 꼬꼬마에게는 더욱 불리해 집니다.

철저한 방어모드로 실드치고 성큼성큼 걸어오신 골리앗이 제 오른쪽 옆구리에 훅을 시전해 주셨습니다.

이 곳은 지난번 고딩놈에게 맞고 주말 내내 진통제 먹었다가 또 붙어서 또 맞았던 그 위치입니다.

갈비뼈... 으윽..

아픔에 절규(?..엄살부리며 잠시 휴식)하고 있습니다.

"땡!"

고마운 2라운드 종료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종이 울리자 마자 꼬꼬마와 골리앗이 얼싸 안고 너무 좋아합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고생이 드디어 끝났거든요. .

3분씩 2 라운드일 뿐이지만 링에 올라 계속 치고 받고 하면 정말 숨이 턱까지 차 오릅니다.

스파링이 정말 힘든 이유는 도중에 잠시라도 내가 숨을 돌리고 싶어도 상대방이 그냥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이 힘 내서 치던가, 도망가던가 해야 하는데 둘 다 힘들고 숨 차기는 마찬가지 이거든요..


아~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친 두 사람이 긴장감이 풀려 축 늘어진 채로 링을 내려옵니다.

그러고 저는 아픈 옆구리를 부여잡고 집으로 가던 길에 친구에게 번개 카톡을 받고 냉큼 달려가 그날 3시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며 온갖 뻥을 섞어 무용담을 자랑했더랍니다..^^;


저는 정말 복싱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에서와 같이 저는 제 몸이 안되는 날까지 아마 이 운동을 멈추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찌뿌등한 몸과 마음을 확 풀어 준다!

2. 기술을 배우고 써 먹는 게 너무 재미있다!

3. 마구 먹어도 살이 많이 찌지 않는다. 

   (몸무게는 비슷해도 체지방과 뱃살이 많이 잡힙니다)

4. 사실 운동 안할 때처럼 마구 먹지 않게 된다.

   (식욕이 어느 정도 잡힌다. 단, 꾸준히 몇 달 이상 해야 합니다.)

5. 헬스처럼 지겹지가 않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저는 지루해서 헬스는 도저히 몬합니다)

6. 체력이 정말 좋아진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 평소에 계단을 오르거나 버스 잡으러 뛸 때 내 두 다리가 내 몸을 날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 확실히 그럴 때도 숨이 덜 차다는 것을 느낀다.

7. 주변에서 우러러(?) 본다. 그 나이에도 그러고 다닌다고..


마지막으로...

6.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훈련 방법이다 

    + 일부러라도 두려운 일을 이겨내는 경험을 더 만들어 내고자 함입니다

    + 즐거우니까 하는 이유 말고 다치고 쑤셔서 아파도 복싱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저희 체육관 같은 경우 여성 복서 분들도 많습니다. 

그 중에는 왠만한 남자 복서들 쌈 싸서 드실 실력들도 꽤 있으시구요...

혹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스트레스, 비만, 우울증의 탈출과 일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교감할 수 있는 동호회  친구들이 필요하신 분들은 복싱에 관심을 가져 보시기 추천 드립니다.

아.. 그런데 옆구리는 갈수록 더 쑤셔 오네요..

복싱 하실 분들 특히 스파링 도전해 보실 분들은 요건 참조 하세요~~ㅋㅋ

Gil 이었습니다~


 [ 지난 이야기들 ]

 정신력이란 ? - 어려울 때 힘이되는 이야기 ( 0001) 

그게 도움이 되나요 ? (Would it help ?) - 좋은 생각 시리즈 (0001)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당신의 태도입니다 - 좋은 생각 시리즈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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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이야기 너무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akuku님...^^
방문해 주셔서 감사해요..~ 님의 블로그에 쓰신 글을 보니 젊은 시절에 많은 것을 이루어 내셨네요..
활동도 적극적이시고 다양한 관심 분야도 많으신 걸 보니 그럴만 한 능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오늘도 화이팅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짱짱맨 부활!
호출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관심과 댓글 감사드립니다..^^
스팀잇 초보인데 앞으로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캡쳐만보다보니 영상이 궁금해지네요 ㅎㅎ

앗.. 네 화면 캡처는 얼마든 조작이 가능하지요... 영상은 제 실력을 감안하여 훗날 비실한 초보를 한명 눈여겨 보았다가 꼬드겨서 압도적으로 두드리는 장면으로 녹화가 되면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ㅎㅎ

ㅎㅎ 기대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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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스팀잇에도 바이러스 같은 게 벌써 있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