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서 받는 보상이 별로 안 중요하면 왜 스팀잇을 하는가?

in #kr6 years ago

#1
아마 스팀잇을 활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취함'이 주된 목적이신 분들을 독자로 가정하였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이런(스팀잇을 사업적으로 활용하는) 구상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글을 써서 보상을 받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지도 못합니다.

나는 명성이 70 넘는 사람 중에 '증인'이신 분을 제외하고는 팔로우를 한 분이 없지만(스팀잇을 시작하면서 왠지 그 분은 팔로우를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바로 했었다), 워낙 사람들이 리스팀으로 그 글들을 나르기 때문에 내가 그 분들의 글에 노출이 되지 않기가 더 힘들다. 그러다 논란의 중심에 계신 분 중 한 분의 블로그에 가 보았고 뉴비들을 위한 팁이라고 적혀있는 글을 읽던 중 위에 인용된 부분을 발견하였다. 자기 전에 핸드폰으로 슬쩍 본 것이지만 아침까지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2
나는 사실 블로그에 하루에 2-3개의 글을 올리면서도 스팀잇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평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현재 한창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과 아주 동떨어진 글이라고 생각될 수 없을 것 같아 그랬다. 무슨 말을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이 되는 포털 사이트 댓글창을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을 보고도..

하지만 위에 인용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타인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군다나 그 것을 공개된 장소에서 적시하는 것이 굉장한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왜 스팀잇을 하는 대부분의 유저가 수익성이 목적이라고 공언하시는지 의문이다.

"님들 전부 돈 벌고 싶어서 스팀잇 하는 거 다 압니다"라고 적지는 않았지만 #1에 인용된 것과 같은 문장이 나왔다는 것은 대부분의 스티미언이 '수익성'을 최우선의 기준으로 두고 있다는 암묵적 가정을 한 것이 아닌가? (내가 독해력이 부족한 것이라면 나중에 사과를 해야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3
내가 속이 상하는 부분은 '글을 써서 보상을 받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부분이다. 이건 개인적인 감정때문 일 수도 있다. 나는 '글을 써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때문에 스팀잇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소위 스팀파워나 스팀달러라고 불리우는 보상만이 보상인가? 가시적 금전적 경제적이라는 단어의 지배를 받지 않는 보상은 생각할 수 없는 건가.

나는 '내 글이 읽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내 인생의 질이 달라졌다고 느낄 정도의 비가시적 비금전적 정신적 보상을 받고 있다. (이 곳의 문화인 듯 하여 나도 이렇게 지칭하자면) 소위 플랑크톤 분들의 블로그를 돌다 보면 나처럼 느끼는 듯한 분들이 꽤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신의 글에 달린 댓글에 대댓글 한 두 개를 달며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 하시는 어느 스티미언의 방 안'이라든지 '소소하지만 나와 같은 관심사가 담긴 글을 찾게 되어 기쁜 마음에 웃고 있는 누군가의 미소'라든지 이런 장면을 상상한다.

#4
그 상상은

내가 스팀잇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이고,
'지금은 아무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모인 이 집단에서 내가 가지는 소속감의 원천이다.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단면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등한시 되는 것은 못 본 척 하기 힘들다.

#5
나는 이런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

'본전은 찾기 위한 너의 침묵을 반대한다'

나는 본전이 지금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뭐 찾고 말고도 없긴 하다. 하지만 내가 들어가기로 정한 울타리 안에서 권위에 굴복하여 옳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에도 노 코멘트, 옳다고 생각되는 것에도 노 토멘트 하지는 않겠다. (셀프 보팅이나 어뷰징에 대해서는 '옳다 그르다'의 가치 판단이 되어 있지 않다. 그 사안에 대한 관심이 없어 내가 그 것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6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어떤 분들은 공감하실 수도 있을 터이다. 또 어떤 분들은 내가 돈에 관심이 없는 척을 한다고 싫어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돈에 왜 관심이 없겠는가, 나도 글을 써서 사람들이 100달러 200달러 보팅도 해주고 내가 유명해지기도 하고 고래가 되는 날도 꿈을 꾼다. 하지만 그게 내가 스팀잇을 하고 이 곳에 애정을 가지는 주된 이유는 아니다. 그리고 수익성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 많다고 나는 느낀다.

페이x북은 전부 마케팅 페이지 아니면 짤방에 개드립, 인x타는 전부 볼빨간사춘기 같은 화장 셀카 아니면 비키니, 외제차, 향수, 외국 여행 사진 그리고 당연히 마케팅용 게시물들.. 나는 스팀잇에 올라오는 '사람이 한 글자 한 글자 적은 글'이 좋다. 조금 과장하면 이 시대에 내가 손편지를 받아서 읽는 기분이 든다.

학교에는 공부만 하러 가고 직장에는 돈만 벌러 가고 모든 활동의 목적은 돈 돈 돈 돈 돈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이 너무 초라해지지 않는가?

#7
우리 아빠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 야자 끝나고 밤 12시에 하교 시간이 되면 학교 밴드부 부장 선배가 옥상에 올라가 트럼펫 연주를 해 주었다고 한다. 아빠는 그 음악이 좋아 집에 가는 걸음을 최대한 늦추었다고 한다. 그 선배는 밤 12시에 공부 마치고 할 일 없어서 그 곳에서 '밤하늘의 트럼펫'을 연주 했을까? 아니면 이 것도 누가 돈을 준다고 해서 한 건가? 수익성 때문에?

너무 흥분했다..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나는 사실 엄청 다혈질인 사람이다. 더 이상의 작성은 감정적이 될 것 같다. 이미 충분히 감정적이었던 것 같아 죄송합니다..

나는 돈과 낭만이 세상의 양 극단에 존재하는, 아무 공통점이 없는 사물들처럼 느낀다. 지금, 요즘, 이 순간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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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스팀잇에 중독되어 가는 것 같은데 제 글에 찍힌 보팅보다는 제 글에 달리는 댓글 때문인것 같기는 합니다.

스팀잇은 사용자를 보상으로 꼬셔와서 소통으로 중독시키는 것 같네요.

인용하신 부분의 논리에 따른다면, 저에게 큰 보팅을 돌려주실 수 없는 @garden.park님의 글은 읽을 필요도, 글에 댓글을 남길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긴다는건 제가 멍청하거나, 아니면 돈이 아닌 무언가를 얻으려는 것이겠지요.

깊이 공감되는 댓글입니다.
무언가를 얻고 느끼고 깊이 감동하고...
그래서 지금도 이 바다를 헤엄치며 물고기들의 집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겠죠^^

글을 읽어보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리스팀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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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좋은글이네요. 공감하는 바가 많아 리스팀 합니다. 감사합니다.

리스팀 해놓고 이따 읽어봐야겠습니다.

부족한 글에 관심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금 과장하면 이 시대에 내가 손편지를 받아서 읽는 기분이 든다.

맞아요. 저도 그래서 스팀잇을 좋아하게 됐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주 봬요.

글 잘쓰시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소통이라던지 소셜이라는것은 모르고, 그저 본인의 힘을 과시하며 찬양받고 싶어하는 ㅡ 국회의원인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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