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자정 일기: 그녀의 기억 속의 나

in #kr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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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만에 온 메시지를 받고 감동의 도가니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움이 밀려오고 그리움은 추억과 만나 감사함으로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내가 그랬었구나. 나의 그런 모습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해주다니.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그녀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 참으로 놀랍다. 머리를 다친 사고 이후 나의 기억력은 현저히 떨어졌고, 기억이 안 나는 것도 많은데… 그때 그 길.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던 순례길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역시 @yh70님 말씀처럼 뇌는 감동하고 경이로웠던 순간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저장하나 보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순례자들과 그때의 모든 느낌까지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면...

순례자였던 M 아주머니와의 만남은 겨우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생장에서의 시간과 중간에 잠깐 우연히 만나 헤어진 것이 전부인데 그녀는 나를, 나의 감동의 포옹을 기억하고 있다며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나도 그녀의 따뜻함과 친절함 그리고 엄마 미소 같은 환한 웃음을 기억한다. 혼자 왔다는 말에 걱정스러워하던 그녀의 눈빛과 같이 머물자며 내 팔을 잡아끌었던 그녀의 따뜻한 손을 기억한다. 같이 머문다고 했을 때의 기쁨과 안도가 섞인 그 눈빛을 기억한다. 영어를 쓰는 나와 이탈리어를 쓰는 그녀. 그런데도 우린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다.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해서 소통이 잘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소통이 안 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소통에 있어서 언어는 그저 거들뿐.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열린 마음이지 않을까. 서로가 소통하기를 원한다는 마음 아래 내가 얼마나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는가. 상대가 지금 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상황은 어떠한가 하는 상대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생각하려는 마음이 먼저가 아닐까. 물론 상대도 상대를 놓고 내 입장이 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하겠지. 그렇게 서로를 놓고 상대를 바라볼 때 우리의 진정한 소통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어렵네. 그래서 진정한 소통이 어려운가 보다.)

이제 다시는 그녀를 못 본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났다. 눈이 안 좋은데도 저 멀리서 그녀인 줄 단번에 알아보고 너무 반가워서 미친 듯이 달려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때의 그녀의 놀라는 표정과 반가움이 섞였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마도 그녀 역시 그때의 나를 떠올리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었을까...

아... 좋지 않은 나의 모습도 너무 많아 가끔은 부끄럽고 속상한 나인데 그래서 어떤 이들은 나를 엉망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텐데, 또 어떤 이들의 기억에는 행복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감사하고 왠지 모를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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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

어떤 이들의 기억에는 행복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감사하고 왠지 모를 위로가 된다.

크.. 이래서 만나는 인연들 소중히 대해야하나봅니당..

현실에서 살면서 많이 어려운거 같기도 해요. 직장에서는 더욱 ㅠㅠ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행복한 내일 맞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

소통에 있어서 언어는 그저 거들뿐.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열린 마음이지 않을까.

맞습니다 서로 소통하려면 마음을 열고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한것 같아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자세가 점점 사라지네요 ㅠ
항상 반성해야할듯 합니다.
오픈마인드..

오잉? 용규님은 늘 오픈 마인드로 알고 있는데용. ^^
너무 어려운거 같아요. 나이 ㅠㅠ
편안한 밤 되시고~ 행복한 내일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해용~

정말 감정이 풍부하시군요. 부럽습니다. ^^

ㅎㅎㅎㅎㅎㅎㅎㅎ 산티아고에서는 제가 저의 본질로 돌아가서 거의 나사가 다 풀려 있었습니다. ㅠㅠ 현실로 돌아와 직장생활하면서 다시 저도 봇으로 간거 같아요. 감정이 없습니다 ㅠㅠ 슬퍼여

산티아고 순례길은 항상 그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답니다.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듯하지만 따뜻한 모습을 내민답니다.
그러한 느낌과 기억 때문에 무려 5번을 다녀 왔지만 그때마다 느낌은 다르답니다.
바람소리 가득한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어집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다시 배낭을 메고 그 길을 걷고 있을 겁니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5번 마다 다 다르셨다니 감히 저는 상상이 안가요. 얼마나 좋으셨을지... 얼마나 경이로웠을지... 매일매일 얼마나 감동이셨을지...
^^ 꼭 다시 가실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바랄께요~ 바람소리 들으며~ 걷고 계시길 ^^~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행복한 내일 맞이 하시길 바랄께요~

좋은 시절인연을 만나셨군요~~~
서로에게 힘이 되시길 바랍니다^^

시절인연 ^^ 좋아 하는 말이에요. ㅎㅎ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행복한 내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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