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큰 아이가 휴가를 나왔습니다.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banguri 입니다.
비가 내리네요. 아쉽게도 비 때문에 아파트에 심어놓은 벚꽃에서 꽃잎들이 다 떨어져 있네요.
지난 주에 여기서 멀지 않은 성류굴에 갔다 온 것이 꽃구경 한 것으로 되었습니다.

큰 아이가 지금 군에 있습니다.
저도 언제 아이를 이렇게 키웠는지도 모르게 아이가 군에 갔네요.

큰 아이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누구나 다 자식 생각하면 이쁘고 좋고 안타깝고 그렇겠지만 저는 조금 더 그렇습니다.

아이가 97년 9월 생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IMF 위기(외환위기) 가 일어나기 바로 두달 전에 태어 났습니다.
IMF 위기가 오고 갑자기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가 나고, 갑자기 음식료품을 사재기 하고 그랬습니다. 문제는 아이 분유를 사재기해서 슈퍼에 아이가 먹는 분유가 없었습니다.
급하게 알음알음해서 몇통 구하고 또 매일 멀리 떨어져 있는 슈퍼에 가서 구해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힘들게 분유를 먹이고 키운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97년에 제가 살던 전세집도 경매에 넘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도 경매도 낙찰 받는 사람이 없었고, 제가 하는 일은 IMF 를 온 몸으로 다 받아내고 마이나스만 수억에 이른 상태가 됩니다.

안타깝게 여긴 친구가 자기 회사 하청업체(통신선 설치) 에 소개시켜 주어서 전봇대도 오르고 산에가서 땅도 파보고 하면서 아이를 억지로 키웠습니다.

그러면서 나름 배운 지식이 있었던지 아이들 가르치는 일 (과외)을 하게 되었고, 경매에 들어간 전셋집도 누가 낙찰 받아서 조금이라도 건질 수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아이들 가르치는 것이 적성도 맞았는지 재미도 있고 해볼만 한 일이다 생각은 했지만, IMF 터지고 난 뒤 8~9년이 지난 후라서 그 돈으로는 도시에서 도저히 방 한칸 구할 수가 없고 공부방 하나 잡을 수도 없는 돈이었습니다. 이미 빚도 많이 쌓여 있는 터라 대출도 힘들었고...

도망 나오듯이 도시를 떠나 집사람 고향인 바닷가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
작은 처형의 도움으로 미분양된 아파트를 얻어서 아파트 담보로 대출도 만땅으로 땡기고, 공부방 얻을 돈은 없으니 차라리 아파트 방한칸을 공부방으로 꾸미고 대출금을 공부방 세를 준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다닐 때인데 지금 나이가 대학교 3학년 나이가 되었으니, 참 많은 시간이 지났네요.

이 아이 공부를 제가 직접 가르쳤습니다.
아빠가 아들을 직접 가르쳤으니 오죽이나 했겠으며, 가진 것 하나 없었으니 공부에 더 집착해서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못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아이에게 이사 오면서 고등학교는 꼭 도시로 보내줄께. 열심히만 한다면...약속을 했습니다.

아이가 꼭 도시로 가고 싶었나 봅니다.
고등학교 진학 시에 교장 선생님이 전화와서 그냥 보내주시면 많은 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는데도, 큰 아이는 "아빠! 여기 그냥 있을려고 공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내주세요."
그랬습니다. 아이가 참 이 곳을 싫어했구나 싶었습니다.

고등학교 부터 집을 떠나 혼자 모든 것을 헤쳐 나간 아이였습니다.
일요일 오전에도 수업이 있었던 때라서 같이 목욕 간 기억도 별로 없습니다.
이사오고 후부터 같이 어디를 간 기억도 별로 없습니다.
이제 대학을 가고 군에 있으니 앞으로 큰 아이와는 더 시간이 없을 듯합니다.

다른 것은 지역에 사는 것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단 하나
아이와 집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도시에 있는 아이는 집에서 대학도 다니고 직장도 얻으면 결혼하기전까지 같이 있을 수가 있는데, 여기는 빠르면 고등학교 부터 나가니 아이 크는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세월이 흘러가 버립니다.

그랬던 큰 아이가 정기 휴가를 나왔습니다.
아직 밥도 안 먹고 도착 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이 짜장면이라도 먹으려고 합니다.

비 오는 오후시간 촉촉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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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기... 고생 많으셨네요!
그래도 아이가 참 잘 자라주었네요! 아들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독거노인님 감사합니다.
고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지내와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는 늘 미안하고 고맙고 짠합니다.

군에서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맛있는 짜장면 함께 먹으면 아드님이 힘이 나겠어요!

즐거운 휴가 함께 보내시길 바랍니다. 형님!!

저도 아들이지만 부모님 곁을 떠나도 항상 생각나는 게 부모님 품안이니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이란 것 자체가 감사이고 행복인 거 같아요. ^^

오랜만에 정말 좋은 시간 보내시길!!

기다리다가 보았는데도, 꼭 대학 다니다가 잠깐 들린 것 같네요.
자식이 그런가 봅니다.
한참만에 보아도 늘 그대로인 것 같아요.

가족이라서 행복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많은 것이 공감되는 글입니다.
97년에 저한테도 아주 힘든 시기였습니다.
우리애는 군대다녀왔습니다. 처음 보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북에서 무슨말만해도 가슴이 철렁하고 군사고소식에 가슴졸였었지요
그런데 무사히 지나가더라고요
아들오면 맛있는거 많이 사주시고 많이 보세요
전 자는 아들 옆에 누워서 자는 얼굴을 뚫어지게 봤던 기억이나네요
오랜만에 가슴따뜻하면서 먹먹한 글 잘 보았습니다.

아이가 작년에 군에 있을 때 김정은이가 무슨 미사일을 그렇게 쏘는지...
정말 걱정이었습니다.

총기사망 사고 난 지역이 아이 부대 부근이었고...
그래도 잘 지내고 해서 이제는 걱정이 좀 덜 하네요.
댓글과 방문 감사드립니다.

아들의 자람이 대견하신 모양이네요.
휴가 나오면 소주 한잔하면서 이야기 나눠 보세요. ㅎㅎ

저 한테 까지 오지도 않네요.
벌써 제가 잘 아는 동생 내외가 불러서 한 잔 한다고 데리고 나가 버립니다. 저는 수업을 해야 해서 같이 못 가니까...

수업 다 해놓고 조용히 한 잔 하려고 합니다.
이 놈이 술을 또 얼마나 많이 먹는지, 저 한테 까지 자리가 오려나 의문입니다.

댓글과 방문 감사드립니다.

그 당시 누구나 참 힘들었죠. 글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같이 겪었셨나 봅니다.
누구 하나 괜찮다고 하신 분들을 못 보았습니다.
그래도 지내오니 추억이네요.

댓글과 방문 감사드립니다.

아드님과 부모님의 따뜻한 정이 전해옵니다.

네 고맙게도 걱정 안 끼치고 잘 자라 준 것 같습니다.

댓글과 방문 감사드립니다.

항참 힘들었을 97. 98년.. 공감합니다.
앞으로는 행복 가득한 일만 함께 하실겁니다.
화이팅하셔요..

지나오니 추억이네요.
힘들었지만 즐거운 날도 많았습니다.

오늘도 많이 파세요

아.. 방구리님, 프로야구 열성팬이시고 하신 것 같아서 좀 더 젊은 층으로 생각했었는데 아드님이 벌써 군대에 가셨군요...
제 아들은 이제 중 1 들어갔는데... 밥도 안 먹고 아들 기다리는 심정...
IMF로 삶의 근간이 흔들리는 중에서의 가장의 고통과 책임.. 정말 가슴에 깊이 공감이 됩니다...
아드님 맛있는 것 많이 사 주세요.. 행복하시겠어요...

머리가 좀 하얗게 되어서 그렇지, 얼굴은 동안입니다. ^^
아이와 많은 시간 같이 하세요.
야구장 많이 데리고 다니시면 참 좋겠네요.

네, 그렇게 해 주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아들분과 즐거운 식사 하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지방에서 서울로 혼자 올라왔었습니다, 사는게 바쁘다보니 부모님 생각은 항상 하지만 막상 연락하기가 어렵더라구요..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하지 못했던 모습이 조금 부끄럽네요 오늘 밤엔 꼭 연락해봐야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부모가 되니 부모 마음을 잘 알겠더라고요.
아버지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말입니다.

자주 연락하세요. 그게 제일 큰 효도 같습니다.

많이 기다려 지시겠어요
아들과 맛있는 식사 하셨기를 바래요

서우 찬우 이뻐한 이유 아시겠죠?
서우 찬우 커서 군대 갔다가 휴가 나오면 어떨지 한 번 상상해보세요.
너무 끔찍 스럽기는 하네요.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비가 오니까 또 아이 잘 감싸 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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