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value) vs. 가격(price) : 스팀잇에 어떤 글을 써야 할까?

in #kr6 years ago

스팀잇을 만난 지 두달 반이 되었다. 나는 본래 전문 글쟁이이기 때문에 상당히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쓴다. 글쟁이의 보람 중 하나는 독자의 반응이다. 반응이 좋을수록 기쁨은 커진다. 그러다가 스팀잇이라는 매체에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스팀잇의 특징은 독자의 반응을 두 가지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쪽에는 '댓글과 리스팀'을 통한 소통이, 다른 한 쪽에는 '보팅'을 통한 보상이 있다. 전자를 통해서는 독자와의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즉각적인 평가를 접할 수 있다. 비난의 글은 적거나 거의 없는데, 굳이 시간을 들여 나쁜 내용을 적을 까닭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작가로서는 주로 '좋은 평가'를 접하게 되니 얼마나 좋은가.

후자를 통해서는 독자가 내 글에 매기는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이라는 것은 '가치'와 구분된다. 공기의 가치는 무한대이지만, 공기의 가격은 0에 수렴한다. 하지만 가치가 있는 한, 그것은 언제건 가격으로 환산될 가능성이 있다. 예전에 물을 사고 판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요즘에는 아무 의심 없이 그렇게 한다. 심지어 코카콜라에서는 '정수된 물'을 페트병에 넣어 팔기까지 한다! 공기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요즘, 공기를 사고 파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상상은 낯선 것이 아니다. 내재적 가치가 있는 존재는 언제든 가격이 부여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글의 가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글만 써서 먹고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내가 전문 글쟁이라는 뜻은,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글만 쓴다는 뜻이 아니라, 글 쓰는 일이 삶과 활동의 중심 고리라는 뜻이다. 내 모든 활동은 글과 뗄 수 없다. 반복하지만, 원고료나 인세만으로는 생계조차 어렵다. (참고: 인세와 스팀잇 : 제 책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가 4쇄를 찍었습니다)

많은 스티머들이 전문 글쟁이는 아니다. 그저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하되, 약간은 진지한 글을 쓰면서, 소소한 즐거움(보상과 반응)을 원할 뿐이다. 물론 스팀잇과 SMT를 기반으로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분도 많고, 나는 이를 적극 환영한다. 스팀잇에서 행해지는 모든 실험은 '가치'를 창출하며, 결국 '가격'(스팀 거래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스티머들은 먼저 와서 즐기고 있으면 된다. 좋은 일이 생긴다.

그렇다면 철학자로서 전문 글쟁이가 스팀잇에 써야 할 글은 무엇일까? 내가 가장 의아한 것 중 하나는, 몇일 동안 애쓴 글(이를 위해 몇 년에서 몇십 년의 공부가 필요한)이 값싸게 읽히는 데 반해('가격'이 낮음), 단지 30분도 못 되게 끄적이는 글이 비싼 값을 받는 경험을 할 때다. 사실 나는 어떤 글이 높은 가격을 받는지 짐작이 간다. 그렇지만 스팀잇 생태계의 성장을 통해 '대박'을 꿈꾸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글'을 스팀잇에 많이 축적하는 일이라고 본다. 내가 이해하기에 가치가 없이 가격이 생성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어제 읽었던 글 컨텐츠란 뭘까? SMT와 '숨쉬는 글'에 대하여에서 @neojew 님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본인이 정말 '가치 없다'고 여기는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판정을 한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가치'는 분명 다르며, 남의 입맛을 비평할 수 없듯이 남의 가치를 비평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있을 뿐이다. 남이 생각하는 '가치'가 곧 '가격'이니, 그저 받아들이는 게 속 편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본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결국 나의 가치를 쓰는 것 말고 도리가 없다. 남의 평가('가격')를 맞추는 일은 어렵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자유인이 왜 남의 눈치를 봐야 한단 말인가. 그럴 거면 '글' 말고 다른 '돈 되는 일'을 했으면 될 것 아닌가? 스티머들이 서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스팀잇에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글을 썼는데 돈도 (조금) 생기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적어도 페이스북이나 네이버에 글을 썼을 때하고 비교해 보면, 살포시 미소가 지어지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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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동안 애쓴 글(이를 위해 몇 년에서 몇십 년의 공부가 필요한)이 값싸게 읽히는 데 반해('가격'이 낮음), 단지 30분도 못 되게 끄적이는 글이 비싼 값을 받는 경험을 할 때

이 경험은 누구나 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할때 이 이유는 '공감'의 문제와
'보상'의 문제가 얽혀있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좋은, 정성이 들어간 글을 읽는 것이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정말 재미없는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그 정성에 대한 것은 기억으로 느낌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기억과 느낌과 역사가 끄적인 글에 투영되는 것이죠.

"모든 보팅에는 역사가 있다"

요즘 저의 깨달음이죠^^

스티밋에 글쓰기 시작하면서 네이버나 다음 블로그에 거의 글을 올리지 않죠.
왜, 이미 글과 보상이란 개념을 알고 부터는 바보되기 싫어서 였던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네이버등에 글쓸일이 없죠
관심있는 까페나 정보검색이지
정보제공자의 역활은 거의 정해져있으니까요
저는 이곳에서 영상물에만 관심갖다가 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긴듯 합니다^^~
가격을 생각해서 글쓰는것도 좋은점이 있지만
글쓰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글로 남겨 공유하는것이
큰 의미가 있는것같아요
가격 맞추기만하면 스파있는 사람을 위한
글만 남게 되겠죠^^~

표면적인 이유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지만 저도 요즘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다른 분들의 포스팅을 읽는 것도 힘든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마 저 역시도 짧은 시간 동안 말씀하신 것에 집작하고 있었나 봅니다.

남의 가치에 맞추어 쓰는 건 고역일 거 같아요. 내가 쓴 글에 많은 이가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면 운이 좋았다 생각하는 정도가 속 편할 듯 합니다.

미소가 정답이군요? ㅋㅋ

ㅎㅎ 맞습니다 네이버나 페북에 썼을때를 생각하면 어떤글을써도 즐거운것 같네요 ㅋㅋ 무언가 알게모를 허탈감이 올때가 있었는데 다시금 초심을 생각하고 갑니다 ㅋㅋ

토해내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공간 같습니다. 모르는 사람들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도 마찬가지 입니다.
공통의 관심이 있어서 꾸준히 유지하기도 쉬울 것 같네요.

즐거운 오후 시간 되세요.

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자유인이 남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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