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판관의 투기일지 5차] 포트폴리오 및 대응전략
※ 투자를 권유하는 글은 아니며, 스스로 전략을 복기하고 조언을 구하고자 쓰는 글입니다.
[VIX]
다수의 예측과 달리 미중무역전쟁과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은 멋드러지게 맞추었지만 예상과 달리 VIX는 심심하다. 오늘 거하게 뽑고 사우나나 갈까 했는데 빈정상해서 사우나도 못 가겠다.
이미 지난 3주간 증시가 많이 폭락했고 따라서 오늘 관세 부과를 오히려 불확실성의 해소로 보아 반등의 소재로 간주하는 것 같다. 지난 몇 년 간 이런 경우는 많이 보았다. 대표적으로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이 있었다. VIX가 급등하고 증시는 폭락했지만 바로 몇 일 뒤 그 폭락 분을 넘는 상승을 보여주었다. 지난 몇 년 간 위기 시가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가 되었던 그 기억이 지금 증시의 방향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본질적으로 지금은 전혀 상황이라고 본다. 브렉시트가 결정이 되어도 실제로 영국이 탈퇴하는 데에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당선 역시도 인프라 투자나 세제 감면 등의 긍정적인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이벤트였다. 하지만 미중무역분쟁에 따른 양측의 관세 부과는 적나라한 현실일 뿐이다.
지난 3주 간 증시가 충분히 조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 파급효과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가 싶다. 지금 정해진 날짜까지 도착해 대두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태평양의 미국 선박들이 필사적으로 속도를 높여 항해하고 있다고 한다. 물건 가격이 2.5%도 아니고 25%가 오르는 것이 어떻게 흔한 문제라는 말이냐.
다만 현재 시장의 반응이 비이성적이라는 것은 내 생각일 뿐이며, 가령 내 생각이 맞다고 해도 시장의 다수설이 이와 같다면 나는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 나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반박자 빨리 읽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가치 투자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반박자가 아니라 한박자를 앞서 가면 보통은 손해를 보게 된다.
여전히 VIX가 폭등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으니 가볍게 1/2을 덜었다.
증시는 폭락할 것으로 본다만 의외로 늦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 관세 부과는 브렉시트나 트럼프 당선과 달리 당장 닥친 현실이다.
수십, 수백조 어치 상품에서 세금이 25% 붙는다. 한 마디로 설명 끝.
두번째, 모건스탠리의 예측대로 중국은 미국 증시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이 무역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싸움은 어차피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구절도 피할 수 있을 때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싹을 자르기로 결심한 것 같다. 중국이 양보를 해도, 미국은 예전 제 3차 포에니 전쟁 때 로마 제국이 카르타고에게 한 것처럼,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며 결국 분쟁을 이어갈 것이다. 성을 지키든, 들판에서 싸우든, 아니면 청야전술을 펼쳐서 고사시키든 간에 어쨌든 중국은 이제 미국과 싸워야 한다.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중국에게 가장 이상적인 수는 무엇일까? 정면승부?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다. 못 이긴다는 것은 자신들이 더 잘 안다. 게다가 EU도 러시아도 중국 편이 이미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쓸 수 있는 최상의 수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을 패배시켜, 트럼프 행정부를 식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제 아무리 미국이 유대인들의 자본이 지배하는 금융 제국이라고 해도, 그들의 정부가 선거에 의해 구성되는 이상 각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누구라도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중국을 견제할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트럼프의 공화당과 적대관계에 있는 자들이라면, 해당 쟁점에 있어서도 이해 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즉 지각 있는 미국의 정치가들이라면 모두 중국을 미리 밟아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들 역시도 자기 입장에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중국 편을 들 수도 있다. 그것이 민주정부의 약점이다.
트럼프의 중간 선거 승리를 좌절시키기 위해 중국은 무엇을 해야할까?
중국이 팜 벨트나 러스트 벨트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신중한 것은,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겁에 질리게 해 전쟁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했던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미국인들의 감투정신만을 끌어올렸을 뿐이다. 만약 공화당의 텃밭에 관세를 물린다면 자칫 '애국적인' 공화당원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도 있다. 이는 중국이라는 외부의 적을 통해 선거를 승리로 이끄려는 트럼프의 페이스에 휘말리는 꼴이다.
중국의 지도부라면 공화당원들을 결집시키는 것보다, 보통 투표장에 잘 가지 않는 민주당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민주당에게 투표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반지성주의적이며(물론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제와 기술에 해가 됨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수는 미국 증시를 폭락시켜 월가의 큰 손들에게 피해를 입혀 그들이 민주당에게 더 많은 정치 자금을 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농작물을 건드리기보다는, FANG을 위시한 중국에 진출한 기술집약적 미국 기업들을 고사시켜, 이코노미스트 같은 경제지를 읽으며 지적 허영심을 가지고 있는 부류의 사람들로 하여금, 트럼프의 대중국 고사 전략을 반지성주의적 악으로 간주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효과를 극적으로 강조할 수 있는 시기는 선거 열기가 달아오른 10월 경으로 판단한다.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국 미국과 금융 전쟁에서 최종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국가는 지구 상에 없다. 하지만 태평양 전쟁에서 후발 공업국 일본이 그 미국을 상대로 1~2년 간 대등한 전쟁을 수행한 것처럼, 중국이 그간 쌓아온 자본과 역량은 몇 달 간은 미국과 박빙의 금융 전쟁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나는 9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전후하여 11월 중간 선거에 앞서 10월 경 미국 주식을 역사 상 최대 수준으로 폭락시킴으로서, 트럼프의 얼굴에 똥칠을 하고 교육 받은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을 선거장으로 나오게 만드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공격 방법이다.
물론 모든 것은 실증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가설에 불과하다. 따라서 본 편의 제목도 <투자일지>가 아니라 <투기일지>로 적는다.
[그 외]
나머지는 다 정리했다. 금광주조차도 투자금을 확 줄였다. 다만 천연가스의 가격이 좀 더 매력적으로 떨어진다면 소소하게 일부 매입을 해볼까 한다.
[파생상품]
지난 3주 풋옵션을 매수했다면 수익률은 천퍼센트가 넘었을 것이다. 아쉽다, 샀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 기술적 반등이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지 않은 것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
[암호화폐]
현 시점에서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일단 관망 중이다.
원래 주포는 이오스였지만 지난 주 일부 알트코인에 대한 펌핑이 몇백퍼센트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여기저기 묻지마로 좀 뿌려놓았다.
나는 가상화폐를 돈이라기보다는, 개발 기업의 주식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 관점에 본다면 회사의 실체가 있고 자본과 기술이 우수한 리플과 이오스는 가치투자의 대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시세차익을 노린 다른 가수요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이, 막연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대부분 스캠일 것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결론]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전력의 온존이다. 9번 작게 패배해도 한 번 크게 이기면 수익을 낼 수 있다.
VIX의 급등은 현 시점에서 확실한 미래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반 이상을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외에 크게 매력적인 매수 대상은 없어보인다. 가상화폐를 뿌려놓은 것도 그냥 하나 걸려라 식으로 소액을 쏘는 것에 불과하니까. 별로 살 게 없어보인다는 이 생각은 9월까지도 쭉 갈 수도 있다.
중국이 미국 증시를, FAANG 기업을 필두로 공격한다... 크 현실이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재미있는 인사이트입니다.
추가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장교란을 통해 이자율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어찌됐든 이번일로 불확실성이 증가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써놓고 보니 정말 '재밌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네요.
여하간 금융이 여전히 미국의 전유물이긴 합니다만 한두달 이상 중국이 그 미국의 전유물 금융으로 미국을 괴롭힐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중국이 미국에게 정면승부는 못하겠지만 어떻게든 트럼프 행정부를 흔들 것이란 점에 동의합니다. 다만 기술주를 공격해서 미국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음 논리점 헛점을 잘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여하간 어떻게든 트펌프 행정부를 흔들어보려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가설만을 세워볼 수 있을 뿐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