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질문 3개
"그림 그려요" 라고 말하면, 초면인 자리에서 받게 되는 난감한 질문이 있다.
와! 그럼 예술가세요!!?
뭐라고 답해야할지...작가도 아니고 화가도 아니고 '예술가'라는 호칭을 스스로 사용해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ㅋㅋ "아, 네! 저는 무려 예술가랍니다!!" 라고 답해야 하나ㅋㅋ 보통은 뭐라 답해야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다가 " 아 네 뭐..." 라고 얼버무리게 된다. 사실 질문이 귀여워서 피식 웃게 된다.
그럼 그림 진짜 잘 그리시겠네요!?
이 또한 뭐라고 답해야할지..ㅋㅋㅋㅋ그럴때마다 "아 네 저 완전 쩔어요" 라고 시원하게 답해주고 싶으나 역시 머뭇거리면서 말 끝을 흐리게 된다. 그런데 작가가 직업인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으로는 좀 이상하지 않나. 의사한테 와! 환자 진짜 잘 고치시겠네요? 가수한테 그럼 노래 정말 잘 부르시겠네요? 에어컨에게 와! 정말 시원하시겠네요? 미국인에게 영어 정말 잘하시겠네요!? 라고 묻는 것과 똑같지 않는가. 물론 돌팔이 의사도 있고 귀를 막고싶은 가수도 있고 고장난 에어컨도 있긴 하다. 영어 못하는 미국인도 많겠지.
아, 그럼 홍대 나오셨어요!?
하... 매번 당장 자리를 뜨고 싶은 질문이다. 내가 홍대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일단 이 질문은 한 사람의 직업과 대학 졸업장을 당연하게 연결시킨다. 대학 안 나왔으면 어쩔 건대? 그럼 작가로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당신의 무의식을 내보이는 것인가? 그리고 미대 하면 홍대밖에 떠오르지 않는 질문자의 머릿속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그것은 무례한 질문 아닌가? 그러니까 이 질문은 애초에 궁금함이 아니다. '미술작가 = 대학 졸업자 = 홍대' 라고, 그 이외의 옵션은 생각해보지 않겠다고 답변자에게 적극적으로 강요하는 메세지다.
앞서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은 머뭇거리게 되지만 "홍대 나오셨나요?" 라는 그 질문은 받자마자 0.1초만에 탁자 위로 올라가서 상의를 갈기갈기 찢은 다음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킹콩처럼 가슴을 때리면서 반경 5km의 동네 사람들이 다 들릴 정도로 "아니오~~~~!!!!!!" 라고 포효하게 된다. 진짜다.
ㄴ ~만화 아세요?
ㄴ 만화 요즘 잘되는거 같던데 돈 얼마나 버세요?
ㄴ ~ 작가 (특히 기안) 아세요??
ㄴ 그림 언제부터 그렸어요? (+나도 막 몇달 그리다보면 님처럼 할수있게 되나요?)
ㄴ 내가 막 진짜 웃긴 이야기가 있는데 그거 말하면 그려주시나요? (보통 안웃김)
ㄴ 혹시 뭐좀 그려줄수 있어요? (돈은 안줌)
티븨님의 빡침이 느껴집니다... 기안 아세요..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저는 안물어볼께요. 예술가 (작가님)님
머리에 바로 다리가 단린듯도 보이고
길쭉한 머리로 보자만 입벌리고 포효하듯도 보이고
오묘합니다 ^^ 작품 감사합니다
사실 그냥 글만 올리기가 뭐해서 그렸던 아무 그림이나 가져온 것입니다..ㅎㅎ 제이미님의 댓글과 종합하면 "포효하는 귀 달린 다리" 가 되겠군요.
ㅋ 재밌습니다.
(╹◡╹)전 홍대 총장실에 일본인 지도교수님과 같이
통역 도와주러 같이 들어갔다가 총장님이 물어보더군요. 자네는 홍대출신인가라고요. 그래서 아닙니다~ 라고 했죠~ ㅎㅎ
왜 그렇게나 종자를 파악하고 싶은 걸까요? ...
ㅋㅋㅋ
다리달린 귀인가욥
ㅡ.ㅡ
오쟁님.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얘가 이렇게 맹랑한 아이지요...
=3
ㅋㅋㅋㅋㅋ 본 것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제이미님 저는 존경합니다..
방금 작품 제목을 팔랑귀라고 지었습니다 ㅎㅎ
창의성이 부족한
천편일률의..질문과 답들^^;
사실 질문 잘 하는 사람이 되기도 무척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저도 질문 잘 못하고요.
저두요 ㅠ
유학을 다녀왔다면 "영어 잘 하시겠네요"라고 꼭 물어보죠. 영어를 해보라고도 하죠. 그렇게 맥락 없이 말을 해보라면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라고 해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어려울텐데요.
ㅋㅋ 네 저도 비슷한 경우로 전라도 광주가 고향이라고 하면 "사투리 해봐" 라고 요구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맥락없이 하려니 정말 어렵더라구요 ㅎㅎㅎㅎ "아따..근께....허벌나게..." 라고 영혼없는 억양으로 내뱉었다가 망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 저한테 문득 영어 시킬까봐 눈치보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아직도 못하긴 하지만요 ㅎㅎ ;;;;
저도 막상 그림 시키면 망할 겁니다 못그려서요..ㅋㅋㅋ
저한테도 그런 난감한 질문들이 몇개있는데, 맥락 없이 던지는 질문들에 저는 그냥 아무말을 해줘버립니다.ㅎㅎㅎ
이웃 분은 이렇게 답한다고 하더라구요. 예술하세요? 라고 물으면 "예, 술은 좀 합니다. 한잔 하시죠.." 이런 대처법을 많이 알아두어야겠습니다..ㅎㅎ
끄으으흐 세상에는 정말 뭐라고 답을 해줘야할지 난감한 질문들이
사람들이많은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뭐하는 분이신가요?"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랍니다.. ㅎ_ㅎ 시간있을 때 미리 생각해둬야겠어요ㅋㅋㅋㅋ저도 사실 누군가가 제게 무슨 일 하세요? 라고 물으면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ㅎㅎ 뭔가 단어를 조합해서 새로 만들어야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제 직업도 알고나면 일순 조용해집니다. 저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볼지 몰라 하면서. 그런 혜안이 있었다면 이제까지 그리 어수룩하게 당하지 않고 살았을 텐데...
아. 연상되는 직업이 몇 개 떠오르긴 하네요. 마음을 꿰뚫는 사람 본인의 마음은 꿰뚫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 마음을 꿰뚫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사람이 아마 무한대로 존재할 것 같기도 합니다.
전 꿰뚫지 못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