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돋보기] 바른정당 보수 혁명 성공해야 한다

in #kr-writing7 years ago


안녕하세요, 파이리의 칼럼돋보기입니다.
주요신문 칼럼을 함께 읽으며 이래저래 뜯어보는 코너입니다. 칼럼은 반드시 비판적으로 읽어야하는 글입니다. 독자를 특정 주장으로 설득하려는 의도를 품고있기 때문입니다. 주장에 필요한 사실을 생략하거나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진 않은가, 사실과 다르진 않은가, 주장과 상관 없이 글 자체로는 훌륭한가 등 여러 의문을 품어봐야 합니다. 매일 신문을 읽으며 분석해볼만한 칼럼들을 스크랩하고 있는데, 스팀 이웃 여러분과 공유해봅니다. 글쓰기에 관심 많은 스팀 유저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연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처음 읽으시는 분들은 지난 게시물을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주요 목표

  • 사실과 의견을 구분한다
  • 사실은 참/거짓을, 의견은 논증과정을 따져본다
  • 하나의 글로써 본받을 점을 찾는다

저번에 올린 글에 이어 오늘도 바른정당 관련 칼럼이네요. 저번엔 한겨레에서 바른정당 대차게 까는 글이었는데 이번엔 전폭 지원에 나섰습니다. (물론 다른 논설위원입니다)
글의 내용도 잘 전개되어있지만 선정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글의 스타일이 좋습니다. 문장을 짧게 치면서 깔끔하게 글을 풀어갑니다. 최근 '책 간보기' 코너에서 글쓰기 책에 많은 관심 보여주셨는데, 그런 분들이 참고하시면 좋을 글입니다.
(원문에 단락이 잘게 쪼개져 있어 스팀에서의 가독성이 안좋습니다. 논의가 크게 전환될 때 마다 엔터 두 번으로 쪼개두었으니 참고바랍니다!)


2017. 6. 27.(화) 한겨레

바른정당 보수 혁명 성공해야 한다 - 성한용 선임기자

“바른정당 밖에 있는 국회의원들, 단체장들을 속속 모셔오겠습니다. 진영을 뛰어넘는, 국익을 위한 정치의 길에 공감하는 의원들, 단체장들, 정치 꿈나무들 한분 한분 설득해서 바른정당의 날개 아래 모두 품겠습니다.”
대표로 선출된 이혜훈 의원이 기염을 토했다.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그는 하태경·정운천·김영우 최고위원을 단상으로 불러 함께 큰절을 했다.
바른정당의 기치는 보수혁명이다. 그러나 앞길이 순탄치 않다. 당장 국회의원이 한명이라도 이탈하면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진다. 절박하다. 2018년 지방선거가 고비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적통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여권발 정계개편의 작은 여파도 바른정당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도 바른정당은 성공해야 한다. 보수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이 막강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명박과 박근혜 두 대의 기관차가 당을 이끌던 2006년부터 2012년까지다. 개혁 보수는 이명박을 중심으로, 정통 보수는 박근혜를 중심으로 뭉쳤다. 개혁과 정통이 균형을 이뤘다. 이명박 대통령을 박근혜 대표가 견제했다. 여권 안에 여당과 야당이 있었으니 진짜 야당은 잘 보이지 않았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긴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균형이 깨지며 내리막이 시작됐다. 2012년 총선,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에서 ‘박근혜 공천’을 받은 사람들이 당을 채워 나갔다. 개혁 보수는 비주류로 밀렸다. 박근혜 대통령을 아무도 견제하지 못했다. 평형수가 빠진 배는 복원력을 잃는다. 정권은 안에서부터 붕괴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패배는 우연이 아니었다.

보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보수가 무엇일까? 지키는 것이다. 영국 보수주의 이론가 에드먼드 버크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를 ‘자유’와 ‘정의’로 봤다. 2007년 영국 보수당 당수 마이클 하워드가 선언한 16개 보수주의 강령에는 “책임 없는 자유는 없으며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의무”, “불공평은 우리를 분노하게 하며 기회균등이야말로 중요한 가치”라는 항목이 있다.
바른정당의 목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민주권’ ‘민주공화국’ ‘지속가능한 발전’ ‘굳건한 국가안보’ ‘평화통일’이다. 자유한국당도 강령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지속적인 발전’ ‘평화통일’ ‘공정하고 부강한 국가’ ‘행복한 삶’을 명기했다. 말로는 어느 쪽이 진짜 보수인지 구분할 수 없다.

정당은 사람이다. 양쪽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살피면 어느 쪽이 진짜 보수인지 답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이 107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왜 그럴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던 친박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주군’은 권좌에서 쫓겨나 감옥에 갔어도 친박들은 아무도 정치를 그만두지 않았다. 무책임하다. 비겁하다.
새 지도부 선출 경선 흥행이 안되는 것도 당연하다.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6·25를 맞아 “비록 이 나라가 주사파 운동권들의 세상이 되었어도 국민들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색깔론 타령이 지겹지도 않은가 보다. 색깔론 보수는 결코 진짜 보수가 될 수 없다.

인적 자원의 질은 바른정당이 훨씬 낫다.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면면이 단단하다. 오래전 열린우리당에 개혁 소장파를 상징하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있었다. 한나라당에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있었다. 남원정은 지금 모두 바른정당에 있다.
개혁 보수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오세훈 전 서울시장,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를 지낸 김세연 의원도 바른정당에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저항했던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의 대선후보였다. 이들이 보수혁명의 씨앗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80%를 넘나든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50%대 초강세다. 그러나 정권은 유한하다. 언젠가는 보수 정당이 다시 집권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기득권 보수, 가짜 보수가 아니라 개혁 보수, 진짜 보수가 집권해야 한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교대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정치지형이 대한민국에 유익하다. 바른정당의 보수혁명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개요

  • 서론 : 바른정당 대표 선출 소식
    1단락 : 이혜훈 대표의 발언 인용
    2단락 : 선출 현장의 분위기
    3단락 : 바른정당의 험난한 앞길과 성공 필요성

  • 본론1 : 보수정당의 동력 : 균형
    4단락 : 보수 정당의 전성기
    5단락 : 보수정당의 퇴보

  • 본론2 : 진정한 보수란
    6단락 : 보수가 지켜야할 가치
    7단락 :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표면적 유사성
    8~11단락 : 자유한국당의 인적 자원
    12~13단락 : 바른정당의 인적 자원

  • 결론 : 바른정당의 혁명이 성공해야 한다
    14단락 : 보수 집권시 개혁 보수가 집권해야
    15단락 : 바른정당의 보수혁명 성공 기대


논증 과정

칼럼 제목대로 '바른정당 보수 혁명 성공해야 한다'가 글 전체의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논증해야겠죠? 설득력 있는지 함께 확인해보겠습니다.

서론

  • 바른정당의 새 대표 선출 분위기를 전달하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 순탄치 않은 정계 상황을 제시하고, 그럼에도 바른정당은 성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본론

  • (4~5단락) 보수 정당의 전성기와 퇴보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모두 정통과 개혁의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라말합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대립이 보수 진영의 균형을 이뤘고, 그로 인해 여당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논증은 설득력 있었습니다.
    하지만 5단락의 논증은 4단락보단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친박이 당을 채워서 실패한건지, 그저 실패 시기와 맞물렸을 뿐인지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평형수가 빠진 배는 복원력을 잃는다'는 유비논증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픈지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6~7단락) 보수가 지키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한국 보수정당의 경우는 어떤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영국의 보수 이론가 및 당수를 인용해 '자유' '정의' '책임' '복지' '기회균등' 등이 보수의 가치임을 논증합니다. 글쓴이의 주장에 부합하는 정보를 제시하고, 자연스럽게 보수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제시된 사례만 보면 자연스레 '보수=개혁보수'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런 논증 방법을 '은밀한 재정의'라고 하죠!
    하지만 바른정당가 자유한국당 모두 이런 가치들을 지키겠다고 하니 말만으론 어디가 진짜 보순지 알 수 없습니다.

  • (8~11단락) 말만으론 알 수 없으니 사람을 살펴보겠다고 합니다. 자유한국당의 인물에 대해 비판합니다. 친박들로 이루어 진데다 대선후보 홍준표의 색깔론 때문에 진짜 보수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타당한 비판이었다 생각합니다.

  • (12~13단락) 바른정당의 인물들도 살펴봅니다. '남원정'과 개혁 보수 인물들을 들어 바른정당을 옹호합니다. 모두 개혁보수라 불리기 충분한 근거를 가져 설득력 있습니다.

결론

  • 나중에 보수가 집권하더라도 기득권보수, 가짜 보수가 아니라 개혁 보수, 진짜 보수가 이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 본문에서 기득권 보수 대신 개혁 보수를 강조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One-point Lesson

제가 레슨하는 건 아니고, 글쓴이분께 딱 한 가지씩 배워보려 합니다. 모든 칼럼은 수 십년 동안 글로만 먹고 산 이른바 '글쓰기 장인'들입니다. 논지가 어떠했든 하나의 글로써 배울 점이 참 많습니다. 이번 칼럼도 마찬가지입니다.

짧은 문장 활용

최근 '책 간보기' 코너에 글쓰기 책을 올려놓았습니다. 게시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많은 글쓰기 책이 '짧은 문장'을 강조합니다. 글에 군더더기가 사라지고 긴장감이 살아납니다. 이 글이 좋은 예입니다. 짧은 문장이 돋보인 부분 몇 곳만 발췌해봅니다.

  • 바른정당의 기치는 보수혁명이다. 그러나 앞길이 순탄치 않다. 당장 국회의원이 한명이라도 이탈하면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진다. 절박하다. 2018년 지방선거가 고비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적통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여권발 정계개편의 작은 여파도 바른정당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도 바른정당은 성공해야 한다. 보수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 옮겨놓은 문장 모두 짧고 명료합니다. 글에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특히 문장사이 '절박하다' 4글자가 눈에 띕니다. 긴장감을 극대화 시켜준 훌륭한 짧은 문장입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던 친박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군'은 권좌에서 쫒겨나 감옥에 갔어도 친박들은 아무도 정치를 그만두지 않았다. 무책임하다. 비겁하다.
    -> 방금 본 '절박하다' 같이 짧고 명료하게 의견을 표현했습니다.
  • 보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보수가 무엇일까? 지키는 것이다.
    -> 글 전반에서 이런 짧게 치는 느낌을 풍깁니다. 참 좋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말만 딱딱 내어 놓는 인상을 줍니다.

칼럼을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짧은 문장을 의식하며 읽으면 글의 리듬감이 어디서 왔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글 전반에서 짧은 문장이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총평

  • 구성이 알기 쉬웠다.
    주장 : 바른정당 성공해야
    근거 1) 보수 내 균형
    근거 2) 진짜 보수는 바른정당
  • 문장을 짧게 치는 스타일이 좋다.
  • 여러 팩트들을 잘 담아냈다.
  • '개혁 보수=진짜 보수' 프레임을 은밀하게 재정의한 점이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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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I'll be resteeming this now :]

지금 읽고있는, 추천해주셨던 고종석의 문장 이라는 책에서도
깔끔한 문장을 계속 강조하더군요. 덕분에 재밌는 칼럼도 읽고
분석도 같이 해볼 수 있었습니다 ㅎ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깔끔한 문장 참 중요하죠! 잘 아는 만큼 평소 글에 반영해야하는데 쉽지 않네요 ㅠㅠ

휴... 읽다가 포기하였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어려운 글이군요. ㅋ

더 쉽게 접근하실 수 있게 썼어야 했는데 제가 아직 부족합니다. 칼럼 분석 컨텐츠의 성격이 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꽤나 긴 글인데다 그 밑에다 직접 분석하고, 논평하니 시간을 들여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않는 한 모두 이해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보다 가볍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을 준비해보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ㅠ 오늘은 읽어야할 글이 너무 많아서 포기 ㅎㅎ

나중에 시간날때 정독할게요 ^^

와 다시 읽어보니 정말 잘 읽히고 좋은 글이네요.

저와 비슷한 생각도 가지고 있고요.

글 쓰는 방법도 조금은 배운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감사히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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