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돋보기] '태극기 집회'

in #kr7 years ago (edited)

쿠아아아

안녕하세요, 파이리의 문화산책-칼럼 돋보기입니다!

지난 게시물에서 소개한 '칼럼 돋보기' 첫 글을 올려보려 합니다. 칼럼 분석을 시작한 이유와 의미에 대해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주요 목표

  • 사실과 의견을 구분한다
  • 사실은 참/거짓을, 의견은 논증과정을 따져본다
  • 하나의 글로써 본받을 점을 찾는다

오늘 분석해볼 칼럼은 작년 말 조선일보 오피니언란 '만물상'에 게재된온 선우정 논설위원의 칼럼입니다.
때는 대통령 탄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작년 12월 중순입니다. 비선실세와 블랙리스트에 대한 의혹이 거의 사실로 드러난 상황, 당시 대통령 지지율은 5%였으며 그만큼 탄핵 찬성 여론이 우세했습니다. 정권을 계속 비호하는 기조를 보이던 조선일보조차 주춤하던 때였습니다. 지금은 익숙한 태극기 집회도 당시엔 '맞불집회'라 불리며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프레임을 짜기 힘든 상황 속, 보수 일간지의 행보가 궁금했습니다. 그 때 이 칼럼을 여러 의미로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사실관계와 논리를 이용해 의견을 피력하는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6.12.12.(월) 조선일보

'태극기 집회' - 선우정 논설위원

대선 주자도 없다. 유명 가수도 찾지 않는다. 언론 반응도 차갑다. 기껏해야 '촛불'을 막으려는 '맞불'로 소개한다. 기운과 응원이 달리니 촛불이 청와대 100m까지 접근하는 동안에도 맞불은 서울역에서 숭례문을 넘지 못했다. 최순실 사건 이후 이들이 대규모 집회를 처음 연 건 지난달 19일이다. 4차 촛불 집회 때였다. 그들은 '태극기 집회'라고 했다. 인터넷에선 여기서 나온 '계엄령' '빨갱이' 등 자극적인 주장만 부각됐다.

여론조사상으로 대통령 지지자는 '5%'에 불과하다. 이 '5%'만큼 만만한 조롱 대상이 없다. 촛불 민심(民心)은 질서 있는 퇴진에서 하야, 하야에서 탄핵, 다시 탄핵에서 즉각 하야와 구속으로 바뀌어 간다. "이런 일로 대통령 탄핵하는 건 너무하다"는 이견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탄핵 반대쪽에도 합리적인 의견이 있었다. 억측이 사실로 여겨지는 현상에 대한 이의 제기는 경청해야 했다. 굿판, 성형수술 등으로 변해가는 '세월호 7시간' 주장, 어떤 중년 남자가 심야에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을 만났다는 주장…. 대통령을 감쌀 생각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추락하는 나라 위신을 안타깝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맞불 시위대는 야당엔 기대도 없으니 실망도 없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에 아첨하던 여당 인사들의 변신엔 역겨움을 느낀다고 한다. 최순실 국정농락을 파헤치는 언론에 대한 반감도 크다고 한다. 본질과 상관없는 시시콜콜한 보도의 홍수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이들이 서울 청계천과 대학로에서 연 집회는 이전 것들과 달랐다. 규모가 몰라보게 커졌다. 청년과 중년도 다수 참여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용돈 받은 노인들의 관제(管制) 데모'란 조롱이 쑥 들어갔다. 적어도 그날 하루 청계천의 분노는 광화문의 환희에 뒤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완전하고 잘못도 저질렀지만 탄핵까지 간 건 너무하다고 했다.

국회의 탄핵 가결 직후 인터넷 공간에 헌법재판소 탄핵에 찬반 의사를 밝히는 사이트가 생겼다. 어제 들어가 보니 뜻밖에 '탄핵 반대'가 우세했다. 운영자가 조직 투표를 의심한 모양이다. 어느덧 사이트에는 '반대' 단추가 사라지고 '찬성' 단추만 남았다. 그러다 사이트 자체를 폐쇄시켰다. 이러면서 '민주주의'를 내세운다. 여론의 흐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 추이도 지금 추세가 이어질 듯하다. 특검 수사로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더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존중돼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1/2016121101414.html


개요

이 글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락 : 외면받는 '태극기집회'
- 기껏해야 맞불 취급
- 자극적인 주장만 부각됨

2단락 : 무시당하는 '5%'

3단락 : '태극기집회'의 입장
- 억측이 사실로 여겨지는 현상에 대한 이의제기
- 추락하는 나라 위신 걱정

4단락 : 급격히 커진 태극기 집회규모

5단락 : 민주주의 정신 촉구
- 투표사이트의 비민주적 행위


논증

분석에 앞서 '여러 의미'로 인상깊게 읽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좋은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논증과정에서 많은 의문점을 남기는 칼럼입니다. 개요를 보면, 기본적인 골자는 이렇습니다.
(1,2단락/초라한 태극기 집회의 모습) → (3단락/태극기 집회의 '합리적인' 의견) →
(4단락/커진 규모 강조) → (5단락/탄압당하는 민주주의)

(1,2단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태극기 집회의 처량한 모습, 억울한 모습, 조롱받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태극기 집회의 의견도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주제에 부합하는 도입부입니다. 효과적으로 잘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3단락)은 '탄핵 반대쪽에도 합리적인 의견이 있었다'며 시작합니다. 이 글에 힘을 실어줄 주요 정보, 저 역시 반대측의 합리적인 의견이 궁금해 조금 더 집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억측이 사실로 여겨지는 현상에 대한 이의제기' 뿐입니다. 개운치 않습니다. 탄핵을 합리적으로 반대하려면 탄핵 소추 사유는 사실이 아니다 혹은 탄핵할 정도까진 아니다라는 의견, 그리고 그 근거를 밝혔어야 합니다. 찬성 측에 이의제기만으론 탄핵 반대란 결론에 이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여기서 언급되는 '억측'들은 주요 소추 사유가 아니었습니다. 절대 다수의 찬성 측도 받아들자 않은 억측을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의미 없는 일입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약화시켜 비판하는 것을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라고 하죠. 이 단락이 그랬습니다.

'청와대에 아첨하던 여당 인사들의 변신엔 역겨움을 느끼는' 등의 이야기는 탄핵 반대와 무관하며 단순히 집회참가자들의 감정을 서술한 부분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대통령을 감쌀 생각이 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추락하는 나라 위신을 안타깝게 여기는 이들'이 맞불 집회 주요 참가자들은 아니었을텐데, 왜 이 문장을 추가했는지도 의문입니다.

(4단락)에선 태극기 집회의 규모와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의미있는 논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문장의 필요성과 설득력은 의문입니다.

(5단락)은 이 칼럼의 결론과 목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논증방식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조직투표를 의심했다곤 해도 '탄핵반대'단추를 없앤 사이트 운영자의 대응은 미숙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에서 어떻게 여론에 대한 따끔한 한 마디로 나아갈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러면서 '민주주의'를 내세운다' 라니, 민주주의를 내세운 국민들과 사이트 운영자를 동일선상에 놓아 도출한 결론일까요. 애초에 민주주의를 훼손한 사유로 탄핵소추된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근거로서도 빈약해보입니다.


총평

  • '맞불집회'의 입장을 빌려 '탄핵찬성'측을 은근히 비판하는 어조가 느껴집니다. 전체적인 구조와 정보들은 간결하고 좋았지만 결국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알맹이가 없어 무리하게 느껴집니다.
  • 비판적으로 읽지 않으면 '탄핵반대' 입장을 일종의 '피해자'로 여기게 될 수도 있었습니다.
  • 분석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납득하기 힘든 칼럼이었습니다. 다른 글들을 보면 문체도 글 구성도 훌륭한 분인데 어떻게 이런 글이 나왔는지 의문입니다. 특정 주제 전달을 위해 무리한 논리를 차용하게 된 건 아닐까요?

표현

"이런 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건 너무하다"
→ '을'을 생략했을 때 나타나는 문장의 긴장감이 좋습니다

질서있는 퇴진에서 하야, 하야에서 탄핵, 다시 탄핵에서 즉각적인 하야와 구속으로 바뀌어 간다
→ 연쇄되는 일을 나열할 때 세번째에서 '다시'를 써주니 깔끔합니다. 평소 은근히 고민하던 위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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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태극기 집회측 신문 읽어 봤는데
~처럼 보인다. 이런식으로 근거가 부족하더라구요..
잘 있었습니다.
팔로우하고 갈게요!!

팔로우 감사합니다~! ^0^

좋은글 잘봤습니다^^
보팅 꾹!

감사합니다~~~~

하나하나 분석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파이리가 불을 뿜을만 하군요 ㅎㅎㅎ
부탁하신 그림은 조만간! 덧글로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

ㅋㅋㅋㅋㅋㅋ 파이리 불ㅋㅋㅋㅋㅋ
그림 많이 기대됩니다 ㅎㅎㅎ

덧글로 남기려다가 아예 포스팅을 하나 올려버렸습니다 ㅎㅎㅎ
https://steemit.com/kr-art/@cubo/harmander2
맨 아래에 있는 사진으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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