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의 차이

in #kr-steemit6 years ago (edited)


스팀잇에 들어온지 한 달이 되었다.

스팀달러가 2천원 아래로 떨어졌단다. 장기적으로 좋게 보는 사람도 있고, 떠나는 사람도 있고, 간간히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관련 글들을 읽어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스팀잇 안에서와 밖에서의 이야기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반대 편에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이유가 뭘까 무슨 차이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다 일단 써본다.



밖1, 글로 돈을 번다.


나도 한달 전에는 스팀잇 밖에 있던 사람이다. 페북에서 우연히 스팀잇에 관한 글을 봤고, 몇 번을 그냥 지나치다가 관심을 갖게 된 건 글로써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아마도 처음 가입동기의 열에 아홉은 돈 때문일 거다.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써도 수입이라 할만한 것은 미비했고, 그건 내 직업과 관련된 전문적인 것들을 포스팅해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포털사이트가 돈을 가져가는게 당연한 건 줄만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은 그 개념을 깨트리는 것이다. 유명한 유투버는 자기 컨텐츠로 돈을 버는데, 왜 글은 그게 안될까. 그런데 그런 것이 생겼고 그게 스팀잇이다. 글로 돈을 벌고 정당한 배분이 가능하다는 점. 복잡한 블로체인을 이해하기 전에 스팀잇이라는 SNS를 제대로 알기 전에 가장 먼저 접하고 혹하게 되는 핵심은 내가 쓴 글이 그 자체로 돈이 된다는 점이다.




밖2, 알고보니 고래의 세상, 철저한 자본주의사회


스팀잇 밖에서 스팀잇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여기서 잘 적응하고 글쓰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은 다른 포털사이트에 그런 글을 남길 시간적 여유도 없다. 스팀잇에 적응을 힘들어하는 뉴비들은 '내가 직접 경험해 봤더니..'라는 식의 글을 많이 남긴다. 대부분이 불만섞인 이야기들이다. 그러한 카더라통신을 접한 사람들은 가입도 전에 스팀잇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된다.
공평한 분배로 돈을 버는 줄 알았던 스팀잇이 사실은 얼마나 파워와 명성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곳임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된다. 그럼 일단 뉴비들은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오랫동안 글을 써서 힘들게 명성을 높인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시스템의 원리를 파악하기 전에 뉴비의 눈에는 불공평하다는 감정의 정보가 먼저 들어온다. 스팀잇은 사회주의적 평등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본주의사회의 룰을 따르는 듯 하다. 우리는 원래 자본주의에서 살아왔고 살고있지만, 눈 앞에서 적나라하게 숫자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보팅해주는 사람들과 그들의 파워에 내 글은 숫자로 평가되어 모두에게 드러나게 되는데, 그것이 처음부터 불편하지 않기는 힘들다.




밖3, 읽을 거리가 없다. 재미가 없다.


블로그 시대를 지나 짧은 글로 소통하는 SNS가 늘어나면서, 이미지나 영상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되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한 시점에 갑자기 다시 글이 길어진 스팀잇이 등장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라는 시각적 요소에 민감한 사람들이 모여서 흥했다. 시각적 허세를 채우기 위한 대중들이 강력하게 모여들었고, 시각에 민감한 디자인, 그림, 사진에 관련된 사람들도 합류했다. 이득이 되는 것 때문에 가입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고 광고효과도 없다. 이미지와 태그면 충분하기에 짧고 쉽고 즉흥적이며 누구든 할 수 있다. 글은 조금 다르다. 읽는 것과 쓰는 것에 모두 흥미를 들이지 못한 사람들도 꽤 많다. 그래서 새로 생긴 SNS치고 스팀잇은 연령대가 낮지 않은 곳이다.

스팀잇을 속속들이 살펴보지 않으면 읽을 거리와 재미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 들어오면, 비트코인과 스팀잇에 관련된 이야기, 각종 이벤트들을 주요하게 보게된다. 아직 베타서비스인 스팀잇에 맞는 '글의 길이'를 정의하기도 한다. 그런 규칙이 굳이 필요한 건가 싶고, 기존 SNS에는 없던 매력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안1, 아직은 베타버전, 길게 보고 간다.


제대로 소통도 하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스팀잇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스티미언들은 회의적인 듯 한다. 이곳에 잘 적응한 사람들은 나름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스팀달러가 떨어지는 것도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 글로 돈을 벌고 싶지만 공으로 벌고 싶지는 않은 거고, 좀 더 좋은 시스템이 되길 바라며 여러가지 의견을 제안하기도 한다. 완성되지 않은 스팀잇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안을 고민하며, 기반을 다지고자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안2, 들여다보면 다르다.


생각보다 작가분들이 많다. 이곳에서 연재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하루에 소설 한 페이지를 읽게 된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이벤트나 의뢰를 통해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고, 웹툰을 연재하기도 한다. 가끔은 전부 이해하기 힘든 철학적인 글도 등장한다. 미술사 공부를 하려한 게 아닌데,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기도 한다. 에세이도 읽고 시도 읽는다. 여행기와 일상이 있다. 퇴근 후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고민을 적기도 한다.

내가 주로 보는 글들은 이런 내용이 많고, 대세글 위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좋은 글들이 얼마나 가려져있는지 체감이 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내 글이 그 글들보다 더 수면 아래에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안3, 문화는 만들어지는 중


스팀잇에 들어와 처음했던 생각은 '문화'에 대한 것이었다. 이곳만의 특유의 문화가 있나? SNS자체로써 어떤 매력을 갖추었나? 보팅이 아니면 다른 재미는 없나?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게 없으면 길게 가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화는 한 사람이 만들어서 배포하는 레이아웃이 아닌,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릴레이로 각자 생각나는 단상을 적고, 좋은 글과 스티미언을 발견해 소개해주고, 질문을 통해 토론을 이어간다. '내 글'이 중요해서 들어온 스팀잇에서 더 중요한 건 남의 글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소통이라는 것은 한 번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보팅, 댓글 뿐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과 참여하고, 참여를 만들어내는 것 까지 포함된다.
스팀잇에 대한 글을 보다가 '스팀잇에는 좀 더 매력적인 문화가 만들어져야해요'라는 식으로 댓글을 몇 번 달았는데, 그 때 마다 돌아오는 답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습니다!'라는 거였다. 처음엔 글쎄 그 정도 가지고 '문화'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까 싶었다. 수면 위에 올라오거나 완성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들어가는 그 과정 중에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안과 밖은 이렇게나 다르다..
(더 이상 정리가 안되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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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문장에 완전히 공감하게 됩니다. 같은 생각을 했고, 또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명문화된 것은 처음 접합니다.

'내 글'이 중요해서 들어온 스팀잇에서 더 중요한 건 남의 글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포스팅에 진정성이 전달되네요.
일전에 교토의 까페에 대한 포스팅으로 짧게 소통한 뒤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 같은데, 앞으로 자주 소통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예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땐 일방적이었어요. 스팀잇에서는 어느새 대화를 나누고 있네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 가입 6일차 뉴비입니다. 스티밋은 아직은 초창기이고 계속해서 다듬어져가는 중이라고 보여지네요.
언젠간 스팀달러가 다시 만원이상으로 올라가는 날을 기다리며 스티밋을 열심히 해볼렵니다.

네, 길게보고 가는 곳인 만큼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

들어온지 이틀 된 뉴비에요. 가입하기 전부터 이런저런 정보를 보고 스팀잇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 정리해주신 것 같아요^^ 확실히 인스타나 페북하고는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팀잇만의 특성도 만들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제 생각엔 RSS 같이 연결되는 링크가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들이 좀 더 연결되면 논의가 좀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접근성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겠네요. 사용성 자체도 좀 더 편리해졌음해요.

밖에서 안으로 갓 들어온 뉴비입니다. 정리를 정말 잘하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잘 적응하시길바랄게요 :)

잘 읽었습니다. 공감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글 잘보고 갑니다 ㅎㅎ

한달이 짧은 듯 하면서도 긴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한달이지만, 저처럼 emotionalp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것 같은데. 스팀잇을 '안'의 입장으로 기울여져 보게 되셨나요? 어떠세요?
전 제가 생각했던것보다 더 많이 스팀잇에 맘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아, 제가 가장 크게 느낀 온도차는.
포스팅을 할때의 사용성이었는데요.

'너무 불편해서 어디 그거 쓰겠냐' 의 '밖' 입장과
'불편이 진입장벽을 높여 기회가 될수 있다' 의 제 입장이었어요.

재밌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무래도 할 수록 더 '안'의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밖에서 보는 선입견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되긴 해요.더 흥하고 더 색깔을 갖추면서 높은 진입장벽이라는 것이 좀 더 장점으로 활용되면 좋을 것 같네요. @feeltong 님의 글 역시 안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 분들 중 한분이셨어요 :)

아직까지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저도 동감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상황이 더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저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도 듭니다.
현실사회에서는 힘들지만, 이곳에서는 좀더 성숙한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네, 묘하게도 각자가 문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기획을 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뭘까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아직 뉴비이지만, 제가 봤을 때는 스팀잇은 제가 본 어떤 sns보다 건전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서비스라고 봅니다. 근데 그 주체가 유저들이라는 것이 참 대단하고 신선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되네요ㅎㅎ 아직 규모가 커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될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규모만 커진다면 충분히 승산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이라 보팅 박고 갑니다!^^

네, 다른 플랫폼보다 느리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빨리 흥한 다른 곳 보다 그만큼 더 오래가길 기대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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