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대화클럽] 호불호 (feat. 나는 이상한 인간이다.)

in #kr-series3 years ago (edited)

본질대화리포트
고물 x 라라
호불호 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려는 이유
20.12.09 대화 중 발췌


새벽 1:36 헛소리를 할 예정이다. (늦어도 12시엔 자야 한다는 국룰이 있어 남편이 언제 나를 붙잡아 갈지도 모른다)

본질대화클럽 포스팅에는 헛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는 오늘부터 마음이 내킬 때마다 마구 헛소리를 하기로 결심했다. 검열하지 않고 글을 쓸 예정이다.

나는 이상한 인간이다.
지난주 자기가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력으로 이곳에 한 번 글을 쓰면 영원히 박제된다는 사실을 알았어도 그다지 크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엄청난 흑역사가 된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보면서도 나는 그다지 부끄럽지 않다. 가끔은 오히려 그 글을 흠모하기도 한다.

나는 진지하고 느끼하고 감성이 충만한 글이 좋다. 정말 진심을 다해 쓴 글이라면 뭐든지 그래서 내가 뭘 써도 별로 두렵지 않다. 설사 1년 후 그 모든 말이 다 이루어지지 않았고 철 없는 헛소리로 들려도 그렇다.

나는 누가 나한테 미친 사람 취급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정상적이다 평범하단 말보다는 쟤는 미쳤어. 쟤랑 멀리해. 이런 말을 하면 신난다. 아 그렇지만 누가 사이비 종교 주교가 되려고 하냐고 물었을 땐 좀 많이 슬펐다. 왜 그렇게 슬펐는지는 녹취를 듣다보면 다시 알게 되겠지. (읽어보며 깨달았는데 내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슬펐던 것게 확실하다 이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난 사람을 사랑한다. 진짜로. 그런데 엄청 무심하다. 생일 같은 건 기억도 못하고 선물 같은 거 잘 챙겨주지도 않는다(그나마 요샌 많이 노력한다) 연락도 잘 안한다. 아직까지 연락 먼저 하지 않기 무의식 배틀 같은 거에서 져본 적이 없다. 왜냐면 난 의식적으로 연락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엄청 보고 싶고 사랑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면서도 좀처럼 연락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나자고 누가 연락 하면 넙죽 만난다.

가끔 여기는 물론이거니와 인터넷에서 너무 솔직한 글을 쓰거나 너무 순진하게(?) 혹은 멍청하게 나의 신상정보를 다 드러내면 꽤 많은 이들이 나를 걱정해주곤 한다. 그런데 나는 살면서 단 한번도 배신을 당한 적이 없다. 아직까지는 그리고 내가 배신을 당할 거라 생각한 적도 한 번도 없다.

많지 않지만 인간관계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경험도 물론 있다. 어떤 이상한 놈팽이 같은 놈이 외로웠던 나를 스킨십 상대로 이용해 먹었는데 난 그를 꽤 진심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충격을 먹은 적도 있고, 헤어진 전 남친에게 사진같은 걸로 협박 당한 적도 있었다.(사실 꽤 약하지 않나?) 그런데도 단 한 번도 배신당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모든 원인을 내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절대 가스라이팅 같은 게 아니라 그때 내 상태가 그들을 끌어들일만 했고, 나의 선택에 따라서 약간의 부작용이 생겨났고 묵묵히 뒷감당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울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그다지 똑똑하진 않아서 멍청한 선택을 꽤 자주 반복적으로 하는데 나의 좋은 점은 어쩔 수 없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남탓을 하기보다는 통렬하게 책임을 기꺼이 지고자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다지 용기 있는 타입은 아니라서 책임 질 일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왕겁쟁이 쫄보이긴 하다.

어쨌든 아주 순진하고 멍청하게 살아가고 있는 거에 비해 운이 좋게도 아직 큰 사기를 당하거나(돈이 별로 없어서인가?) 사람에게 통렬하게 배신당한 경험이 없다. 죽는 날까지 아마 사람을 전적으로 믿을거고 나를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여러 번 말했듯이 살다보니 여러 개의 아킬레스건이 생겼고 그 중 하나가 과도한 소속감에 대한 욕구이다. 나는 무리에 속하지 못한 결핍을 크게 가지고 살았고 아직 스스로 봉합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 가지 현상이 발생했는데,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무리에서 갑자기 배제당하면 합리적 이유도 없이 매우 슬퍼지고 우울해지는 바보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과 실제 내가 속하고 싶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에 그만 엄청 까다로워졌다.

과연 이게 만들어지기나 할까 싶을 만큼,
평생을 시달리며 꿈꿔 온 평생의 과업인데 그냥 막 되는대로 할 수가 없다.
이건 단순히 내가 좋다고 내가 사랑한다고 커뮤니티가 되는 건 아닐거다.

자연스러움이 최고의 가치인 걸 알아서 조급해하거나 너무 애쓰지 않기로 말을 걸고 있지만, 너무 욕망이 강하면 반작용이 일어난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이 일을 망쳐버리거나 포기할까봐 두려워질 때도 있다.

과거 외로움이 심할 때는 누군가를 안에 들이는 조건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았다.

그냥 나를 좋아하면 된다.
세상에 누가 와도 나는 늘 을이었다.

물론 여전히 외롭지만 별로 외롭지 않게 된 지금은 이 조건이 엄청 까다롭다. 사실 나도 모른다.

그냥 왠지 이 사람은 내 과이다. 이 사람이다. 한 눈에 첫 눈에 발생하는 그 스파크가 필요한데다가

이제는 시간을 두고 정말 그 직감이 맞는지 확인까지 해봐야 하는 것이다.

나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나만큼 사람을 믿는 사람인지 나만큼 이 커뮤니티가 필요하고 절실하고 원하는 사람인지, 누군가를 이용할 마음 없이 누군가 사랑하는 법을 아는지, 자기 인정 욕구 채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진짜 궁금한건지, 정말 누군가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지, 자신의 취약성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용서할 수 있는지(특히 자신을), 무엇보다도 그저 사랑이면 되는지

다 적어놓으니 정말 최악이다. 그래 사이비 소리 들을만 해.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런데 70이 되서도 80이 되서도 같은 생각이라면 언젠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대체 이런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 건지

누가 숫자나 도표, 현실적인 언어로 간단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하면 난 말문이 막힌다. 그런 걸 하는 능력은 내게 없다. 아직은 세상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내게 없다.

어차피 난 아무도 아니다. 그냥 이상한 인간이다.

아무도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는 인연에 진심이기도 했다가 남들 다 혹하는 기회에 관심이 없기도 했다가 어느날은 너무 남들과 다를 바 없어서 이 인간 뭐지 싶은

그런데 난 단 한 번도 사랑이 변한 적은 없었어.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도 내 사랑을 받는다면 난 누군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도 우리가 이해관계가 없어도 우리가 계약되지 않아도.

세상에 내가 사랑타령을 하게 되다니 어렸을 땐 똑부러진 커리어우먼이 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가끔은 점잖게 딴에는 최대한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써보려고 하겠지만,

나 역시 라라님의 스팀시티처럼 본질대화클럽은 독재체제다.
독재체제에서 억압과 숨막힘을 느끼지 않는 사람만이 멤버가 될 수 있다.
전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 여기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나 역시 호불호가 아주 강한 사람이다.
배제당하기 두려워 평소 입밖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2021년 3월 27일, by 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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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상하고 솔직한 사람 애정해요:-)

아니 보얀님 참 이상한 분이시군요 후훗 :D 하트를 바다에 띄웁니다

팟캐스트 들어보니까
고물님 라라님 두 분 정말 신념이 확고하시네요ㅎㅎㅎ

'연약한 연대'

그 다른 맛은 또 있지만, 원하진 않는다. 크으.
좀 멋있음! 'ㅡ' 킄킄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꽉 막힌 거 느껴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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