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의 변질; 예수, 부처, 공자, 소크라테스

in #kr-philosophy6 years ago (edited)

pg.jpg
어제 @eternalight 님이 글 주제로 '예수, 부처, 공자, 소크라테스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그들의 사상이 후대에 어떻게 왜곡되었는가'를 추천하셨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독자분들이 너그러이 받아들여주시길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다. 그리고 이터널라이트님이 원하시던 내용도 아닐 것이다. 그냥 자유롭게 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네 사상가는 몇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학문이 아닌 실천을 중시했으며, 넷 모두 직접 남긴 기록이 없다. 그리고 이 넷의 사상은 2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변질되었다.

예수는 인간을 사랑했다. 증오에 증오로 대항하면 증오가 커질 뿐이기에 누군가는 그 연쇄를 끊고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조차도 사랑해야 한다고 여겼다. 예수가 폭력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배계층은 하위계층이 서로 반목하길 원한다. 서민들 간의 반목이 커지면 커질 수록 지배계층은 그들을 쉽게 다룰 수 있다. 그래서 끊임 없이 서민들 사이에 균열을 만든다. 타인을 짓밟아야만 오를 수 있는 계층구조를 만들어낸다. 물론 실제로 오를 수 있지는 않다. 쓰고 버리는 사냥개일 뿐. 사냥개들은 철저히 직전까지 같은 처지였던 서민들을 짓밟는다. 내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예수는 그 연쇄를 끊으려고 했다. 사랑의 이름으로 약자들을 단결시켰다. 그래서 예수는 권력자의 눈 밖에 났다. 그리고 예수는 저항하지 않았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자신의 가르침을 죽음의 순간까지도 지킨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의 사상은 어떻게 변질되었는가?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카톨릭과 크리스천은 서로 사랑하는가?

다음은 부처. 부처 또한 평등하게 인간을 사랑한 실천주의자다. 적대는 적대를 통해 종결되지 않는다는 말은 예수와 닮아있다.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도 아니라고 했으며, 모든 인간은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여겼다. 중도를 지키는 평정심을 중시하기도 했다. 깨달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길 원하지도 않았다.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의 지혜를 믿고, 그를 통해 깨달음에 도달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부처의 사상은 여러가지 사상과 섞이며 탁해졌다. 지배계층의 군림을 정당화하던 힌두교의 영향으로 카르마와 얽히기도 했다. 카르마와 환생은 얼핏, 잘 살면 후생에 보답 받는다는 사상인 것 같지만 실은 지배계층을 정당화하던 사상이다. '네가 핍박 받는 것도 전생에 죄가 많아서'라는 간단한 정당화. 도교적 색체까지 더해지며 현학적인 색채를 띄기도 했다. 물론 도교적 색체라 하면 장자도 억울할 것이다. 도교 또한 장자가 그리던 그림은 아니었으니. 토착신앙과 얽히기도 했다. 결국 평정심과 중도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관용을 중시한 부처의 가르침은 종교가 되었다.

공자도 예수와 부처와 마찬가지로 실천주의자다. 학문을 배워서 입으로만 하지 말고 몸으로 실천하라며 언행일치를 강조했으며, 군자는 단순히 계급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정치력을 갖추었으며 도덕적이고 예의 바르며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 대한 도리를 다 하는 인간이라며 계급에 차등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계급과 관계 없이 깨달음을 추구하는 모두를 제자로 받아들였고,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제자들에게서 지혜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공자는 동아시아인들에의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동아시아인들은 위계질서, 보수적인 예법 등의 책임을 공자에게 묻는다. 비록 예송논쟁이 공자의 가르침에 의한게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인 사건이었음에도 말이다. 면죄부가 예수의 책임이 아니고 마녀사냥 또한 예수의 책임은 아닌데 예송논쟁이 어찌 공자의 책임이겠는가? 위계질서 또한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는 지혜를 추구했다. 지혜에 도달하기 위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 없이 의심했다. 모든 인간에게서 지혜를 찾았고,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표현했다. 사람들에게서 지혜를 끌어내기 위해 소크라테스는 끊임 없이 질문했다. 그 질문들을 통해 끊임 없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검증하다 보면 보편적인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분명 지혜를 검증하기 위해 했던 질문들과 소피스트들이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말꼬리를 잡는 것은 다르다. 상대의 헛점을 잡기 위해 어려운 말들로 상대를 압박하던 소피스트와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상대의 지혜를 엿보려 했던 소크라테스는 다르다. 그래서 현대인은 소크라테스를 지혜의 상징 중 하나로 여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려한 말솜씨를 뽐내고 싶어한다. 상대가 이해하지도 못 할 어려운 말들로 상대를 억누르려고 한다. 토론이 아닌 논쟁을 원하고 합의가 아닌 승리를 원한다. 무수한 함정들을 깔아놓고 유도심문한 후 상대가 넘어오면 "아하!"하며 상대에게 망신 주는걸 즐긴다.

지금까지 네명의 사상가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수천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이들이 생각하던 이상적인 인간에는 도달하지 못 했다. 노력은 하고 있는가?


간략하게 설명하기 위해 생략된 부분도 많고 제가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부분도 많습니다. 너그로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제를 던져주신 이터널라이트님 너무 감사하고 약속대로 5SBD 사례하겠습니다.

Sort:  

성인이 아니라 사상가라고 쓰셨군요. 그러고보면 4대 성인이란 말 자체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던가요?

'네가 핍박 받는 것도 전생에 죄가 많아서'라는 간단한 정당화.

계급과 관계 없이 깨달음을 추구하는 모두를 제자로 받아들였고,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제자들에게서 지혜를 얻기도 했다.

지혜에 도달하기 위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 없이 의심했다.

질문들을 통해 끊임 없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검증하다 보면 보편적인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상대가 이해하지도 못 할 어려운 말들로 상대를 억누르려고 한다. 토론이 아닌 논쟁을 원하고 합의가 아닌 승리를 원한다. 무수한 함정들을 깔아놓고 유도심문한 후 상대가 넘어오면 "아하!"하며 상대에게 망신 주는걸 즐긴다.

소크라테스의 역설을 악용하는 사례군요.

저는 노력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읽는 동안 정말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혜를 사랑하는 자가 되어야겠습니다. 제가 너무 어리석어 보이네요. 제가 그 소피스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정말 소피스트셨다면 이 글에서도 헛점을 찾고 계셨겠지요. 감사합니다.

The Vote For Your Awesome Post Has Just Arrived!


This post has been voted with the use of SteemiTag. Feel free to upvote this comment if you’d like to express your support for our cause. Conversely, if you don’t want to receive any more votes from SteemiTag, please respond to this comment by writing NOVOTES.

SteemiTag is an innovative program that helps users increase their gains in the curation rewards by voting on posts that are likely to get high payouts. It maximizes the chance of a user to be rewarded through an accurate selection algorithm that works 24/7 and eliminates "no rewards" problem for users with low Steem Power. You can participate in our program by clicking on this link and confirming your delegation. Your rewards will be sent to you in the form of weekly dividends. Thank you and keep up with your great work!

개떡처럼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들어야 할 것을,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반대를 더 좋아하죠. 아전인수와 곡학아세는 무릇 학자의 기본 소양 아니겠습니까.

성경만 봐도 지금의 기독교 천주교 정교 모두 예수보다는 엄청 경직화되고 교리화 된것을
볼수 있죠
얼마전 로마제국쇠망사에 그부분 정리하다가
수백년
교리전쟁의 잔혹함에 깜놀했습니다 ㆍ오늘보니 다른 종교도 똑같네요

잘 보고 갑니다.
명쾌해서 좋았습니다!

그분들의 사상과 가르침이 많이 변질된 부분들이 있는듯 싶지요

예수가 기독교를 만들지 않았고
부처가 불교를 만들지 않았듯이...

하지만
그분들의 가르침이 종교를 통해 전해내려오고 그분들의 고결한 향기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은듯 합니다^^

스팀잇 가입하기 전부터 눈팅으로 보다 드디어 댓글 남깁니다. 철학 하시는 분 만큼 생각이 깊고 글 흐름이 좋아 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4대 성인군자라 하니 예전 학창시절 도덕책이 생각나네요.

소피스트라는 단어를 들어봤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인들 같군요.

수천년이 지났음에도 소피스트들은 사욕을 채우고, 이들을 '말 잘 하는 사람'이라 여기니 참 슬픕니다.

헐! 불교 좀 끄적거렸는데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네요.
솔직히 전문서적을 본 것도 아니고 절에 들어갔던 것도 아니고
단지 카르마에 심취했던지라..
지배층에게 넘나 유리한 사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놓쳤어요.

사상이 무슨 죄겠습니까 ㅎㅎ 그냥 힌두교와의 결합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참..
어려운 부분을 정리 하셨습니다
사상이란 너무나 넓고 깊어 단적으로 말 할수도
없을것 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6
JST 0.031
BTC 58493.60
ETH 2468.39
USDT 1.00
SBD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