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이야기 #1. 영혼

in #kr7 years ago

최초의 본질, 영혼

인간은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인간에겐 다른 존재와 구분되는 본질이 존재하고, 그러한 본질 없이는 인간으로 남을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인간의 본질에는 다양한 후보들이 있었지만, 가장 오래된 것은 '영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혼이라는 개념은 내세와 환생과 같은 종교적 믿음에서 탄생했습니다. 인간의 육체가 사후에 부패하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으니 내세나 환생은 육체의 작용이 아니라 육체가 아닌 무언가가 존재하여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혼이 힘을 얻었습니다.

본질로서 영혼의 무용

영혼이 인간의 본질로서 오래토록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종교의 힘이 강해서만은 아닙니다. 물리적 육체와 이러한 육체에 명령을 내리는 자신의 의식은 별개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특히 유인원들이 얼마나 인간과 유사하게 감정을 갖는지에 대해서 그 사람들은 알지 못 했기에 더욱 인간만의 고결한 본질 중 하나로 인지한 것이지요.
육체를 초월한 영혼이 존재하며, 그러한 영혼이 육체와 분리된 우리의 의식이라는 가정 하에 일어날 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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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 미국의 피니어스 게이지는 사고로 쇠파이프에 이마를 관통당했습니다. 다행히도 생명에 지장은 없었고 회복되어 직장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전의 그와 달랐습니다. 온화했던 게이지는 다혈질이 되었고 직장에는 늦으며 물건을 훔치고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성격파탄자가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부인과는 이혼한 후 쓸쓸하게 죽어갔습니다. 이는 도덕성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파이프에 파괴되어서 일어난 일입니다.

만약 피니어스 게이지의 영혼이 실존하며 사후에 그러한 영혼의 형태가 되었다면 피니어스 게이지가 온화하던, 전두엽이 손상되기 이전의 의식이 영혼이 되어야합니다. 영혼과 육체는 별개이며 육체의 손상이 영혼의 손상으로 이어져서는 안되니까요. 그렇다면 생후 3개월에 전두엽을 다친 아이는 어떨까요? 아이는 유치원에 다닐때부터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력적이고 부도덕한 일들을 저지르며 비행청소년으로 살다 청소년 교도소에서 자살로써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경우 아이의 영혼은 3개월 이전의 의식입니까?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영혼이 의식과는 다른 존재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혼은 육체보다 고차원적인 존재이므로 우리 상상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르면 뇌의 손상으로 변화하는 개인의 사고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차원적인 영혼이 존재할 수는 있습니다. 계속해서 후퇴한 영혼은 실존한다 하여도 우리의 삶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개인의 삶은 무가치하며 사후를 위해 삶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에 동의할 수 없네요.


다음 시간엔 개인의 본질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흥미롭게 읽으셨다면 Follow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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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연재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주제라서 빠르게 팔로우 했습니다 :)

다음 글도 업로드 해놓았습니다.
철학 이야기 #2.
흥미로우셨다니 기쁩니다.

제가 좋아하는 주제의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연재하니까 다음에도 들려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피니어스 게이지 이야기 심리학 책에도 아주 자주 나오죠 :) 저는 심신일원론자이긴 하지만 뇌실의 90%가 물로 가득찬 사람이 일상생활을 잘 하는 것을 보고 약간의 의구심이 들긴 했습니다...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이원론은 설 자리가 없죠. 글에서도 살짝 이야기한 것처럼 이원론자들은 계속해서 발견되는 유물론적 실증에 의해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저는 개인의 의식에 대해서 좀 다른 관점도 가지고 있는데 이건 나중에 소개하고, 다음 글 혹은 다다음 글에선 너무나도 유명한 복종 실험과 스탠포드 죄수실험을 다룰거 같아요!

앞으로 점점 실증위주보다는 관념적인 이야기를 많이 다룰거 같은데 빔바님이 아시는 글이랑 관련있는 사례나 실험들 있으면 추천해주시면 더욱 알찬 글이 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흥미로운 주제라 관심이 많이 가네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관점 많이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뇌가 전기작용이라는 건 어쩔수 없는 사실이죠
영혼이라는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위의 글처럼 사고나 병, 치매로 인해 사람이 바뀌는 것인데
이걸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죽음의 공포를 받아들일수도 없죠
저 역시 있으면 좋겠다곤 생각하지만..
빨랑 불노불사 시대나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연재글에서는 불로불사 시대도 다룰거에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앞으로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혼과 의식은 다르다.

글을 읽고 끄덕끄덕이는 제 모습을 보게 되네요.
좀더 제 생각을 다듬어봐야 하겠다는 마음에
저는 심령이야기를 좋아해서요 ^^

낡은 글들을 살펴보는 모습에 감동 받았습니다. 소철님의 발자취를 따라 저도 제 낡은 글들을 돌아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바가 있습니다.

kmlee님 철학 이야기는 제가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읽으려고 했는데 ㅎㅎ
먼저 읽어갑니다 ㅎㅎ 영혼과 의식에 대해 저도 상당히 궁금해했던 부분들 입니다.

뭐라고 답변할지는 아시겠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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