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없다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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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주변을 걷다가 대자보를 보고 멈칫. 벽돌로 공구리쳐진 문 앞의 저 벽은 쫓아내려는 자의 것인가 내몰리지 않으려는 자의 것일까.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곳에 항상 존재하는 것. 벽. 그런데, 항상 걷던 곳인데.. 여기 미용실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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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현수막 대자보가 사라지고 입구를 막고있던 벽돌 벽이 일부 파손되었다. 허물어진 벽 너머로 또다른 벽이 보인다. 합의에 의해 해체하고 있는 중일까 혹은 집행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고 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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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5일 후. 결국 관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슬픔도 없다. 꿈인가 싶다. 매일 밤 반복되는 데자뷰. 그래서 이제는 무감각해진, 다시 이어폰을 꽂고 지나칠 수 있게 된 도시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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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풍경. 휘황찬란한 신도시의 텅텅 빈 상가만큼이나 그로테스크한...

임시천막에 쌓인 건물은 이제 이 도시의 한 구성품인 것 같습니다. 어디에서나 굳건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ㅠ

다른 것보다 글씨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큰 종이에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 것이 쉽지 않은데 말이죠.ㅎ

그렇죠? 대충 휘갈겨쓰지 않았습니다. 정말 마음에 있는 말들을 한 자씩 소중하게 적어내려간 것 같아서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글씨입니다.

무슨 일일까요
방조는 최선 아니고 라는 말에서 멈칫하게 됩니다..ㅠ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세입자 몰아내고 건물 전체를 다시 꾸미려는.. 건물주의 흔한 수법같아 보이기는 합니다.

갑질, 횡포, 벽 안의 또 다른 벽.. 먹먹해집니다

제가 볼 수 없는 순간에 수많은 절규와 고통이 있었겠죠. 외관만 보고 상상만 해볼 뿐입니다 ㅠ

이와중에 글씨 이쁘네요. 무게와 진중함이 담겨보입니다.

맞습니다. 단순히 억울한 감정을 그대로 받아적은 것이 아니라, 여기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주목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가득 담긴 글씨라고 저도 생각했어요.

저도 글씨체..(관심이 저절로...ㅜㅜ..)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쓰신게 확 들어오더라고요....사진만으로도 많은걸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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