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인상들 - 끝과 시작을 붙여볼까?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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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탁자

여행의 끝과 시작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이 글을 쓰는 지금이 그 두 시점에서 먼 미래이기 때문이고 내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2015년 가을에 3주간의 프랑스 여행에서 막 돌아와 전리품을 식탁에 진열하며 기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는 동시에, 이제 막 집주인 아그네스씨를 만나고 있는 나를 본다. 우리집 탁자에는 벼룩시장과 소품샵, 식기가게를 전전하며 쓸어온 것들이 놓여있고, 아그네스씨의 집 탁자에는 파리에 도착한 기념으로 사 온 르몽드 신문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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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쉘양과 나는 생 폴 역 근처에 있는 아그네스씨의 아파트에서 3주 동안 머물렀다. 방 하나, 작은 부엌 하나, 욕실 하나만 있는 작은 집. 문이 삐걱거리고, 창을 닫아도 길에서 나는 소리가 다 들렸지만 프랑스 말은 싸울 때도 새가 지저귀는 것 같아서 상관없었다.






첫 비쥬

아그네스씨는 약속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 그녀는 나와 미쉘양을 보자마자 연한 금발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피우고 있던 담배를 급히 길바닥에 문지르며 껐다. 그 때 그녀의 핸드백이 뒤집히면서 소지품이 쏟아졌는데 그녀는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당황하지 않고 라이터와 립스틱, 열쇠 따위를 쓸어 담았다. 광고 카피로만 듣던 프렌치 쉬크에 마음을 홀랑 빼앗겼다.

그녀는 영어를 하고 있었고, 나도 영어를 하고 있었는데 우린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고작 기억나는 것은 화분에 물을 잘 주라는 것. 마지막으로 아그네스씨는 자신의 뺨을 내밀었다. '비쥬'는 처음인데 기분이 좋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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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도시에 길게 머무르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새로운 도시에 방문할 때에는 이렇지 못해 아쉽기도 하곤 했지만요. 노을이 인상적입니다. 노을만 보면 왠지 설렙니다.

저도 한 도시에서 산책하고 커피 마시고 잡다한 것을 수집하는 걸 좋아해요. 이 정도면 넉넉하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늘 다음을 기약하게 된답니다 ^^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오치님 감사합니다^^

우와! 저 전리품을 한국으로 공수해오셨어요?
현대판 보부상이 같습니다 :)

예쁜 식탁을 위해서라면 온 힘을 다해야죠^^

와아, 글도 사진 속 물건들도 너무 예뻐요...! ㅠ 잘 알지도 못하는 프랑스어를 상상하면서 함께 읽었어요 :-)

가져온 물건들은 너무 잘 쓰고 있습니다:)
0.5유로에 데려온 금 테 두른 잔으로 커피 마실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그 유명한 르몽드군요ㅎㅎㅎ 전리품들에서 취향이 느껴집니다ㅎㅎ사진에 나온 접시에 케익을 올려놓고 커피 한 잔 곁들이면 어디서든 파리를 느낄 수 있겠네요 :)

조르바님, 바로 그걸 의도했는데 알아보셨군요!

프랑스 말은 싸울때도 새가 지져귀는 것 같다는 표현이 너무 재밌네요!:-)

프랑스 말을 잘 몰라서 욕을 해도 그렇게 들릴 것 같아요^^

제가 간 파리는 저 파리가 아닌듯 싶어요.
사진을 보니 분명 제가 간 곳은 아니예요 ㅎㅎ~
아주 오래 전에 갔었는데 지금 가면 어떨까 싶네요.
요즘 중국어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중국어가 불어처럼 들리더라구요^^
조금 다른 새가 노래를 하는 것 같은 ㅎㅎ

오나무님은 오래 전에 다녀오셨군요:)
전 3년이 지났는데 파리라면 또 가고 싶어요!

전 뭘보고 다녔는지 잘 기억이 안나네요. 다음에 가면 박물관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요. ^^

재밌어요 담편도 기대해 봅니다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멋진 곳이네요. 저도 기회 되면 가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맞 팔로 부탁드립니다.

dskim님 반갑습니다:)

프렌치의 시크함이 글 너머까지 전해지는데요?! ㅎㅎ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낭만님 오랜만이예요
프렌치의 시크함 좀 느껴지시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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