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내 담장 너머에 있는 이들은 모를 창문에 대고 속삭인다. 스팀잇이라는 창이 있어 다행이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pen6 years ago (edited)


붙잡고 뱉어낼 수 있는 곳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 밖에 없다는 것은 서러웠지만 이 곳 조차도 없었다면 갈 곳 조차 찾을 수 없어 너무도 외로웠을 것이다.

뱉어낸다고 해놓고선 초점을 잃은 듯 멍하니 하얀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어땠을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일 말했다면 어땠을까라는 후회는 들지 않는다.

전부 꺼내놓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했다. 일일히 다 설명해야 알아주는 사이들라면 관계의 끈이 다 무슨 소용인가. 끈이 매달린 전화기에서 끈 없이도 통화하는 시대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끈에 이끌려 가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 녀석이 보고싶다. 메달린 끈도 없고, 수신이 잡히지 않는 통신망 저 멀리 있어도 우리는 대화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고, 그 녀석도 그러할 것이다. 수신자를 부담되게 하는 통보는 없었을 것이며, 언젠가는 발신자의 통화가 오리라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끈은 그래서 더 두껍다.

사정에도 가볍고 무거운 것이 있을까. 나의 사정은 이러이러해서 무거운데, 너의 사정은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에 물구나무를 선 것 같이 달아올랐다. 무겁다고도 하지 않았으며 가볍다고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더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상대방은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데 달아오르는 내 자신이 서글펐다. 서글플 자격만 갖췄구나하는 것이 더 서글펐다. 결국 나 때문에 서글펐다.

뱉어내는 것에도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말 할 자격이 필요한 무리에 속해 있는 것일까. 내 할 말만 해버리고 단톡방을 나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중에도 없는 니들끼리 잘 살아라 말하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나에게는 다양한 높낮이의 담이, 각양각색의 모양을 갖춘 문이 존재했다. 어느순간부터 그러했다. 그 순간을 전후로 앞에 만난 이는 담을 넘을 필요도 문을 열 열쇠도 필요치 않았지만 뒤로 만난 이들에겐 엄격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틀은 갖춰줬으면 했다. 배배꼬인 문지기는 그래서 담아 낼 속이 좁다.

문지기는 오늘 노크도 없이 들어온 이들에게 당황하고 내 안으로 들어와 저희들끼리 떠들며 모든 것은 정해졌으니 너는 따라 나오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화가나 모두 내쫓고 문을 꽝 닫고는 그 소리에 놀라 혼자 서운하고 아무도 없음에 외로워서 몰래 파둔 창문에 대고 말을 한다.

그 창문은 그들이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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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실물 창문을 마주하면 효과가 더 좋았어요. 인도에서 꼭 그렇게 서운하고 아무도 없음에 외로울 때 찾아가던 창문 사진 두고갑니다. 이터널님도 잇다감 하 답답할제면 여다져 보셔요.

계속해서 바라보게 만드는 창이네요. 안과 밖이 모두 화려한데 한 쪽에는 빛이 비추고 다른 쪽은 어둡고...가끔씩 와서 여다져 보고 가야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지만 말하면 구차해지는 상황이 있지요. 때로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왜곡이 시작되고... 그럼에도 대부분은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하는 경우일 겁니다. 그 정도 관계라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센스가 없거나 유독 특정 포인트는 못 잡는 센스를 가졌기 때문이죠. 가족 사이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그래서 관계가 참 고달프네요.

열쇠가 필요치 않은 관계를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광고에서나 유효한가 보네요...ㅠㅠ

자기 자신을 복제해도 열쇠는 필요할 겁니다...

잭이 열쇠가 없어 외로울 수도 있겠군요...

그나저나 그 댓글 어디 갔나요. 저는 이미 다 봤는데ㅋㅋㅋ

임무 완료해서 퇴장시켰습니다

뭐지? 소곤대는 것 같아용 ㅋ

소곤소곤, 들릴락 말락 ㅎㅎㅎ

문을 회전문으로 바꾸... =3 =3

띠로리...ㅎㅎㅎ제 유일한 낙인 야구가 짓밟히는 게 싫었습니다.(짓밟지도 않았는데 저만 그렇게 느낄 수도...) 저에게는 소중한데 말이죠.

역시... 축빠들이었... 이 분들은 꼭 문만 보면 환~장을... 당장 회전문으로 바꾸세욧~!!! ㅋ

날짜랑 장소(다다음주 속초) 다 정해놨으니 가자고 하는데 그 말하는 태도에 잠깐 맘이 상한 것 같아요. 이번주도 각자의 장소에서 즐야!!!ㅎㅎㅎ

현재시각 4:55. 시합 있어 나가려는 참임. 꼭두새벽에 뭐하는 짓인가 싶음. 암튼 화이팅~!! ㅋㅋ

요즘 같은 날씨에는 차라리 1게임이 난 거 같아요. ㅎㅎㅎ
저는 내일 16시에 난지야구장에서 게임이 있습니다. 오늘 게임 이기셨기를!!

결론은? 졌어...ㅋㅋ 경기를 요약하면 1회에 11 실점 후 3회에 교체멤버들 뛰게 해주려고 대거 교체. 5회말에 1아웃 2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교체 멤버들이 파울플라이와 삼진으로 경기 종료... 야구 몰라요~ ㅋㅋㅋㅋ

스포츠는 진짜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아요, 어제처럼. ㅎㅎㅎ이번주에 리그 상위권 팀이랑 경기가 있었는데 더운날씨에 비가 도와주네요. 바쁘신 선생님께도 천군만마일 듯 싶습니다!ㅎㅎㅎ

그래서 제가 아내에게 스팀잇 하고 있다는 얘기를 못하고 있어요..ㅠㅠ

댁에서는 못하시겠군요. ㅎㅎㅎ그럼 스팀 스달은 비상금이 되는거군요?ㅎㅎㅎ

전 그래서 스팀잇과 현실세계의 연결고리를 안 만들려고 합니다. ㅋㅋㅋ 사실 누가 알까 두려운 나의 스팀잇 생활 ㅋㅋㅋㅋ

저도 그래요! 스팀형제 날아올라도 주위 아무에게도 안알려주고 저만 알겁니다. ㅎㅎㅎ익명성은 친구들에게 지키는 걸로 해야겠어요. ㅎㅎㅎ

온라인에서의 정체성, 오프라인의 정체성 어떤 것이 진짜 모습일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둘 다 나의 모습인 것 같아요. 말로 차마하지 못하는 관계와 말로 차마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글로 하기도 하고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여기서는 나름대로 익명성을 가지고 활동하지만 밖에서와는 다르게 다른 깊이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SNS의 특성이 사람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관음증과도 같지요. 몰래 엿보기도 하고 몰래 말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솔직할수도 있지요. 관음증이란?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표현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표현이라는 것이 상대에게 전달되는데 물리적인 접촉이 없이 정신적인 접촉만 있으니 마음과 마음의 교류만 있는게 되네요. 어찌보면 맨투맨 일기가 될수도 있겠네요. 나의 마음과 저쪽의 마음이 반응해서 교류를 하지만 물리적 접촉을 가리고 있는 거니까요. 대답있는 일기랄까? 솔직함이 함께하지만 내뱉은 표현에 책임지지 않을 수 있는 도망갈 여지를 남기는 것

대답있는 맨투맨 일기라는 표현이 정말 와닿는 것 같아요. 마지막 표현도 깨우치려면 앞으로 솔직함을 더 이곳에 내려놓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영영 몰라야 하는 창문과, 의기양양 넘나들 수 있는 대문을 항상 필요로 해왔는데, 이곳이 제 창문역할을 거뜬히 해내는 지는 모르겠네요. 애초에 창틀을 너무 작게 만들었나봐요.

마음을 엿보거나 읽어주진 못할지언정, 말해도 원하는 만큼 들어주지 않으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요. 영영 객관적일 수 없는 각자의 어려움과 아픔의 무게까지 저울질 하고 비교할 수는 없는 건데. 그저 그럴 때, 너 참 힘들었겠다. 그 한마디면 되는 것을.

담아 낼 속이 좁아서 그렇다고도 말하지 못하는 것이 또 속좁아 보이고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려니 그렇게 만든 것이 제 탓 같아 속에만 쳐박혀 있어요. 이기적인 사람들을 싫어했는데 꼭 제가 지금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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