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날] 9. 뒤에서 뭐라도 하려고는 했었지

in #kr-pen6 years ago

1. 허파에 바람든 날
2. 김칫국 들이키던 나날들
3. 헤드헌터에게 그리 적합치 않았던 상품
4. 이상적이진 않지만 이거라도 한 번
5. 첫번째 전화 인터뷰는 지나가고
6. 다시 처음부터 맨 땅에 헤딩
7. 인터넷으로 보는 Python 알고리즘 시험
8. 2번째 기회는 좀 더 능숙하게. 하지만 에서 이어집니다.

전편 줄거리
어느날 우연히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을 받아 뉴욕 금융계라는 신세계에 눈을 뜨고 행복한 상상에 즐거워하지만, 시간이 지난 채 아무 소식이 없자 불안감이 커진다. 그래서 그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취했더니, 기대치 않았던 채용 공고를 하나 받게 되었고, 전화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으나 진전이 없었다. 이후 내가 할 수 있어 보이는 Python Developer라는 직업에 도전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테스트를 망치게된다. 2번이나.


2번의 코딩 테스트를 마치고 나서, 뒤로 한 발 물러나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어떤 기술을 익히면 쉽고 빠르게 이직할 수 있을까?'

전에 6번 글에서 그나마 내가 노력해볼 만한 세 가지 직함을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현재의 내가 그 세 가지 중 하나의 직업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것. 그것만 익히면 징검다리 삼아 그 직함 중 하나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요새 기계 학습 Machine Learning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기에 인터넷 서점에서 인기가 좋은 이론 실습 책을 2권 주문했다. 평일 밤 10시 무렵, 아이들이 모두 잠든 후에 홀로 거실에 나와 책을 봤다. 이미 아는 부분도 있었고, 생전 처음 보는 부분도 있었다. 이론 뿐 아니라 실습 코드도 있길래 회사에서 짬을 내 컴퓨터로 조금 돌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간 지냈을까. 밤 거실 쇼파에 앉아 책을 보다 어느새 잠든 나를 발견하였고, 그리고 깨달았다. 이 책을 다 이해한다고 해서 내가 Machine Learning을 안다고 말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 일이 크게 재밌진 않다는 것을 결국 기업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자연어 처리에 기반하여 유효한 신호를 뽑아내는 일"일텐데, 나의 현재까지의 경험에는 숫자 자료 분석만 있을 뿐, 문자/문장을 처리할 일이 없다. 실무 경험 없이는 결국 초짜일 뿐이다.
*/ "자연어 처리"라는 것은 트위터나 페이스 북 같은 곳에서 사람들의 일상적으로 쓰는 문장을 가져와 분석하는 일을 말한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쓰는 말이라는 의미로 자연어라고 부른다. 인터넷 상에 넘쳐나는 정보를 가져와 분석하는 대부분의 일이 보통 자연어 처리로부터 시작한다.

한동안 컴퓨터 언어 C++을 독학했었다. https://www.learncpp.com/ 라는 유용한 사이트를 찾아서 여기서 하라는 대로 하나하나 실습해가며 공부했었다. 회사에서 나름 시간을 꽤 들여서 챕터 6인가 까지 갔었다. 그즈음이었다. 한계에 부딪힌 것은.
무언가 새로운 기능을 익힌다는 것은, 그 기능을 쓸 일이 있을 때 그 필요에 의해 훨씬 빨리 쉽게 배울 수 있다. 운전 면허를 따도 차를 운전할 일이 없으면 얼마 안 가 장롱 면허가 될 뿐이다. 특히나 C++처럼 복잡해서 외울 게 많은 언어는 배운 걸 이용하여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야 내 것으로 익힐 수가 있다. 그런데 나처럼, 필요에 의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니 진도가 나가 배운 양이 늘어날 수록 앞의 내용은 점점 잊혀졌다. 물론 독한 마음 먹고 내가 현재 쓰는 파이쏜/포트란 코드들을 전부 C++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걸 못했다. 변명하자면, C++은 너무 어렵다. 포트란보다 빠르지도 않은 것이, 그렇다고 파이쏜보다 편하지도 않은 것이, 행렬 Matrix Array 부분에 들어가니 복잡해서 눈에 안들어왔다. 포트란/파이쏜이면 뚝딱뚝딱 기존 코드 재활용하여 10여분이면 될 일이 익숙치 않은 C++로 하자면 1시간이 걸릴지 2시간이 걸릴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포기하고 만다.


그동안에 계속 새로 나오는 채용 공고는 보고 있었다. 금융계 관련하여 내가 할 만한 것들은 몇 번 더 지원해봤으나 답은 없었다. 이후 금융계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도 지원해 봤는데, 이들 중 몇 몇 전화 인터뷰 경험은 마지막에 별책부록처럼 따로 다룰 예정이다.

현재 하는 일이 바쁠 땐 그냥 현재의 일에 몸을 맡겼다. 학회가 다가오니 학회 다녀 와서 생각하기로 하고 잠시 미뤄놓기도 하고, 논문 쓸 거리가 정리되는 시기가 되니 그래도 도리상 이직을 하더라도 논문은 어느 정도 정리해주고 가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면서도 이어지는 월급에 안주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어느날 분명 헤지펀드 같은데 "Research Scientist"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래 이것만 한 번 해보자. 이것도 안되면 그만 둬야지 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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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i님이 dj-on-steem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li-li님의 한쿡세계시민 #58 (190128)

...42 미국
Cchaelinjane 뉴질랜드
Ddj-on-steem워싱턴 DC, 미국
Eeric66 파리, 프랑스 <hr...

전문 분야는 쟝르 불문하고 다 어려운거 같아요. 생판 모르는 전문용어가 많아서 그렇겠죠.
저는 내용을 보고도 뭔소린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언가 목표를 놓고 열심히 도전하시는 모습은 아름다워 보이셔요. 원하시는 방향으로 일들이 잘 되시길 바랍니다..^^

전문용어는 뭔 소란자 모르니 그냥 읽고 지나칩니다.
그런데 스토리가 재미있어요, 긴박감도 있고요.
그래서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답니다.

네.. 본인의 경험 이야기를 재미있게 써주셔서 상황 이해는 했답니다..ㅎㅎ

그래도 이렇게 읽어보려 애써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아자아자 화이팅1.png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여기 장롱면허 모셔둔 1인입니다.(브레이크가 어느쪽 발이죠? ㅋㅋ)
실무가 결합되지 않은 전문분야 공부는 동기부여도 힘들고 배우는게 더딜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흑흑

왜 이렇게 이 시리즈 다음이 궁금해지는걸까요? Researcher Scientist 도전기 기대합니당

이렇게 기대한다는 댓글을 볼 때 마다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 지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

어릴적에 지더불유베이직 공부하고는 코딩은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헤지펀드... 궁금하네요^^

늘 발전적인 고찰을 하시고, 정말 부지런하신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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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당시에 '이거라도 해보자' 하는 일종의 발버둥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ㅎㅎ

그것도 말은 쉬워도 실천하는 건 쉽지 않으니, 멋지시다 생각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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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잔잔하게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이런 포스팅은 우리에게 인생을 가르쳐주는지도 모릅니다. dj-on-steem과 진솔한 인생 이야기 한 번 나눠보시죠.
뒤에서 뭐라도 하려고는 했었지 by dj-on-st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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