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날] 3. 헤드헌터에게 그리 적합치 않았던 상품

in #kr-pen6 years ago

1. 허파에 바람든 날
2. 김칫국 들이키던 나날들에서 이어집니다.

전편 줄거리
어느날 우연히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을 받고 뉴욕 금융계라는 신세계에 눈을 뜨고, 행복한 상상에 즐거워하지만 시간이 지난 채 아무 소식이 없자 불안감이 커진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네다섯 정도의 헤드헌터를 대해본 경험이 쌓이며 깨달은 것이 있다. 헤드헌터에게 기본적으로 의뢰인은 고용주이고, 구직자는 상품이다. 헤드헌터는 의뢰인이 주문한 내용에 적합한, 인재라는 이름의 상품을 구해서 건네준다. 헤드헌터가 상품에 직접 접촉할 때는 의뢰의 기한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는 하나의 상품과 얘기를 했는데, 채용공고를 바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건 "나"라는 상품이 그들이 찾는 적합한 상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백지같이 순수(무지)했던 2년 전의 나는 이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예 불안감이나 부정적인 의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의심은 SQL과 C++로부터 시작되었다.

헤드헌터의 연락을 기다리며 그 헤드헌터가 속한 회사를 검색해봤다. 그 인력수급회사는 꽤 큰 곳이었고, 뉴욕과 시카고 등 금융계에 특화된 회사인 것 같았다. 거기에는 백여개 이상의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었고, 그중에는 꽤 만만해 보이는 공고도 몇 개 보였다. (예를 들면 Quantitative Researcher) 하는 일의 설명만 보면 내가 하는 연구와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다만 사용하는 데이타가 판이하게 다를 뿐이었다.

문제는 그 판이하게 다른 데이타의 형태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서 "데이타베이스"라고 하는 구조화된 형태에 저장해놓고 필요한 정보만 뽑아 쓰는데, 이 필요한 정보만 뽑는 방법, 바로 SQL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필수라는 점이었다. 또한 금융계에서 빠른 계산은 주로 C++언어를 기초로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만만해보이는 채용 공고에는 Python/SQL/C++이 세트로 붙어다녔다. 참고로 내 전공 분야에선 데이타의 크기는 커도 구조는 단순해서 굳이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내 전공 쪽 과학 계산은 Fortran이 기본이다. 여기에선 거의 아무도 C++을 쓰지 않는다...

물론 SQL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C++은 좀 어렵다 ^^;;) 아마 한 1-2주 정도 집중해서 파고들면 남들 하는 평균치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인데, 과연 나의 이런 잠재력을 고려해줄까? 실전 경험이 없는 기술이 통할거라 생각해줄까?


헤드헌터와 통화하고 그에게 내 이력서를 보낸 2주 후,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에게 이멜을 보내본다.

Dear XX,
It has been 2 weeks since we talked.
Can you let me know usual time frame to get an answer, positive or negative?
Thanks
우리 통화한 지 2주 되었는데, 혹시 긍정이든 부정이든 무언가 답을 얻는 데 보통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지금 보면 얼마나 에둘러 말하는지 참 애처로울 지경이다. 게다가 질문 자체가 맞지 않는다. 내가 통화한 사람은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아니라 헤드헌터였다. 헤드헌터는 예스/노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저 적당한 채용 공고를 알려줄 뿐이다. 당시엔 이런 개념조차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답이 왔다. 나에게 하나의 채용 공고를 보내주며, 여기 관심있냐는 답변이 온 것이다. 그 채용 공고에는 "Data Production Engineer"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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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rba님이 dj-on-steem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zorba님의 [2019/1/22] 가장 빠른 해외 소식! 해외 스티미언 소모임 회원들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enerva 뉴욕 dj-on-steem/td> DC 근교 hello-sunshine DC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ㅋㅋㅋㅋ
헤드헌터들 .. 업무가 뭔지도 모르고 .. 내가 뭐하는지도 모르고..
거절하는것도 일이네요..ㅋㅋ

그래도 그때는 '이게 어디냐' 하며 감지덕지 했다는... ^^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저는 헤드헌터 보다 리쿠르터가 더 어감이 좋은 것 같아요 ^^

사실 그건 그래요. 직접 번역하면 좀비 영화에 나오는 직업 같으니까요 ㅎㅎ

ㅋㅋㅋㅋㅋㅋㅋ 웃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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