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일기 | 기본 값은 불행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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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우스운 얘기지만, 난 내 몫의 행복같은 건 세상에 없다고 믿는 편에 속한다. 거리로 따지면 불행과 좌절과 결핍이 조금 더 가까운 이웃이랄까.

일도 연애도 인간관계도 예외는 없다. 언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고, 그 틀리지 않음이 내겐 너무나 옳은 일이라 슬픈 일 보다는 외려 그 옳음이 슬프다.

종종 찾아오는 행운은 백전무패하는 불운의 신이 어쩌다 패를 잘못 놓아 벌어진 일이라, 결국 나중에 그만큼의 불운을 만회하리라 생각한다.

그동안은 태생이 비관적이고 기질이 우울한 탓이라 여겼는데, 오늘 문득 이 모든 것은 누구도 무엇도 완전히는 믿지 못하는 ‘어설픈 불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마음, 상처 받기 싫은 나머지 상처 받아야 안심하는 그 못된 의심.

대체 그 불신의 싹은 누가 심었고 어떤 먹이를 먹고 자라서 내내 굳건한 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오늘도 오랜만에 불신의 줄기가 잔뜩 얽힌 덩굴 속을 헤매느라 밤을 지새우고 있는데, 이 잡념을 다스리려 내일부터는 운동을 시작할까 한다.

햇빛을 보면 이 빽빽한 그늘에서 빠져 나갈 구멍이 보이겠지.

#기승전운동
#작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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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불신..저도 비슷한 감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적당한 우울감이 나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고 안심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역주행중..)

저도 그 적당한 우울감이 드는 상태를 매우 사랑해요. 머리가 선선해지면서 쓰고 싶은 언어들이 명확해지는 때가 저에겐 그 때거든요. ㅎㅎ 역주행 감사해요 ㅠㅠ 흑

저도 빛쪽으로 몸을 돌리고 운동을 해야겠네요.

저는 오늘 햇빛 받으며 빗자루로 마당을 쓸었어요.
확실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

운동하고나면 행복 호르몬이 나온다더라구요 : )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본격적인 운동은 아니었지만 마당쓸기로 기분 좋아졌어요 ㅎㅎ

그 전에 어디선가 비슷한 말을 들었었는지도 모르는데,
젊은 시절 문득 머리에 떠오른 말이..
스스로 얼마나 대견했는지..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4잎 클로버 (행운) 을 찾아헤매면서,
주위에 숱하게 널린 3잎 클로버 (행복)을 짓밟으면서 다니지요.

그냥 혼자만의 생각 주절대 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해요.
행운과 행복, 그 잎 하나의 차이가 별게 아닌데 말이죠..
덕분에 오늘도 새삼 깨닫습니다. ^^

상처받아야 안심하는 못된 의심이라니... 조금 더 긍정적이셔도 될텐데 말이지요 ㅠ..
적당한 운동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부디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중이고, 또 그러다 보니 긍정적이 되어 가는 느낌이 들어요. ^^
내일도 마당을 열심히 쓸고!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도 돌아볼까 해요 ㅎㅎ
늘 감사합니다. 그래퍼님 ^^

전 배작가님을 만난 행운아입니다.^^

저도 큰 불운을 몇 차례 겪으며 난 불운하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불운하다 생각하며 사는 건 불행이라
작고 사소한 행운을 크게 여기려고 해요.
그래서인지 어떤지 아주 부정적인 인간이었는데 조금 긍정의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배작가님도 저를 만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해주실래요?^^

ps. 그림이 아주 강렬하네요. 그리신 건가요?

마담님을 만난 건 제 일상의 가장 큰 행운이지요 ^^

작고 사소한 행운을 크게 여기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쉽지 않은 삶의 태도지만 분명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인생의 디폴트 값을.. 조금이나마 긍정으로 바꾸어 가고 싶네요. ㅎㅎ

그림은 동양화 작가인 신주은 작가의 작품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랍니다.
저 그림의 짝꿍(?)그림은 여기 있어요.
제가 잘 소장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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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은 작가군요.
그림들이 아주 에로틱합니다.
두 그림은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맞아요. 한 아이를 데리고 오지 못한 게
생이별을 시킨 것 같아서 내내 아쉽습니다...ㅎㅎ

비록 싹은 제가 심지 않았어도 먹이는 제가 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운동은 그 밥그릇을 치워주지만 익숙지가 않아서...

그래도 햇볕은 밥그릇은 태워 없애 버릴지도 모릅니다.

멋진 비유 감사합니다.
네 먹이는 역시 제가 주었던 것 같아요. ㅎㅎ
먹이 줄 시간 없이 바쁘게 살고, 움직이며 살아야겠습니다. ^^

되도 않는 근엄함을 보였습니다. 이래서 전 한참 멀었습니다. 정성스런 댓글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오후 10시이고 19시간전에 이글을 쓰셨으니 오늘 아침에는 운동을 하셨어야 합니다.. 첫 운동 후기 '아 힘들었다' 이런거 쓰시면 하신걸로 알게요..^^

격하게는 못하고 마당에 나가 큰 빗자루로 바닥에 떨어져 날리는 목련 꽃잎을 쓸었어요.
쓸어 모은 목련잎을 모아 매실밭에 가져다 두는데 턱시도 고양이랑 눈도 마주쳤고요. ^^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실체화된 위험은 더이상 위험이 아니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이미 위험의 경계를 알계되면, 더이상 그 너머에는 위험하지 않아도 될테니까요. 상처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받고 안심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저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사람을 오롯이 믿기 보다는, 사람이 해왔던 것과 지금 하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면 그나마 좀더 낫더군요.

더한 위험으로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느끼는 경계선에서의 안심-이로군요. qrwerq님은 항상 제 생각을 명료한 언어로 정리해 주셔서 남겨주신 댓글을 볼 때마다 서늘한 느낌이 듭니다. 삶의 경험과 내공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 늘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댓글을 답니다. 제가 그렇게 경험과 내공이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너무 좋게 봐주셨네요- @baejaka 님께서 적어주시는 글들의 울림은 제 성향상 제가 적거나 따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웁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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