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어려움

in #kr-overseas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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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봤는데 반지를 사지 말고 금을 사야겠어. 동전이 낫겠지?
뭐? 갑자기 웬 금이야?
응! 생각해 보니까 만약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 너 혼자 되었을 때, 네가 돈이 필요해서 팔려고 하면 반지는 헐값에 팔게 되잖아.
금은 제대로 값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반지 살 돈으로 금을 사줘야겠어. 만일에 대비해서 네가 팔아 쓸 수 있는 게 나을 거야. 어차피 넌 보석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니까.
뭐? 아니! 아니! 있잖아~~ 내가 보석에 관심이 없는 건 맞는데~ 나도 반짝이는 걸 손가락에 끼워는 보고 싶은 여자야. -__-;;

자신이 잘 못 되었을 때를 생각해서 내 미래를 먼저 걱정하던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던 건지 오래전 일이라 많이 희미하다. 분명한 것은 내가 그 친구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사이에는 뭐 여러 가지 설명이 어려운 이유가 있겠지 언제나처럼.

그렇게 나는 금도, 반짝이는 다른 것도 손가락에 끼워보지 못한 채, 나의 길을 걸었다. 아니 뭐 나의 길이 따로 있는 건 아닐 거고, 그냥 내가 걷는 길이 나의 길이겠지. ^^

가지 않았던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가니 이벤트가 다양하다.
한쪽에서는 이별이 일어났고, 그 아래에는 아이 초음파 사진이 있고, 또 그 아래에는 결혼식 사진이 올라왔다. 아직도 결혼 안 한 후배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아는데 벌써 아이 엄마 아빠가 되는 것에 놀라기도 전에 자세하게 나온 초음파 기술에 놀라 한참을 보았다. 부모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니 정말 잘 된 일이다.

언제나처럼 위로가 축하보다 어렵다. 위로가 위로 되지 못하는 것을 나도 많이 겪었기에 항상 조심스럽다. 상대는 분명 진심을 담아 하는 말임에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쉽게 달라지는 말의 한계. 내가 네가 아닌데 어떻게 네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니. 우린 각자 살아온 배경도, 상황도 또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도 다 다른데...

까미노에서 받은 자연의 위로를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지금까지도 감사한 위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말 한마디였다. 생일파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운전하던 친구는 나에게 임신 소식을 알렸다. (친구라고 썼지만 우린 몇 번 만나지 않았었고, 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는 내 몸이 정상이 아님을 말했다.
정.상. 여기에서의 정상은 무엇을 말했던 것일까? 잘 모르겠다. 비정상의 반대? 그래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 뭐 이런 건가?
그때 그녀는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는데 그래서였는지 내 상태를 짐작함과 동시에 내가 잃어버려야 하는 것들을 바로 알 수 있었으리라.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어떻게 될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을...
어쩌면 그래서 더 쉽게 나를 헤아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읽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전혀 기대하지 않은 그녀의 한마디에 난 상당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아마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크게 나에게 닿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족을 포함해 아무도 나를, 내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 상황에서 그녀의 말 한마디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으며, 기억이 날 때마다 내가 받은 위로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휴.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도 나는 겨우 6글자만을 남기고 페북을 닫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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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위로가 축하보다 어렵다.

축하할 일만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위로하는게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페북을 열면 다양한 인생사가 펼쳐지지요. 너무 많은 삶의 기록들이 있어서 머리가 지끈 아파올 때도 있습니다. 그럴때는 닫아버리는 게 상책이죠.ㅎ

뜻하지 않게 위로가 되는 말을 건넨 그런 친구. 가끔 그런 위로를 얻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런 친구가 뿅~하고 나타나줬으면..ㅎ

오잉? 솔메님 뜻하지 않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친구분들 많이 계실거 같으신데요~? ;)
가끔 그런 위로 스팀잇에서도 받으실 수 있으시면 좋겠어요 헤헤 ^^
뿅~ 하고 달려 가겠습니다 ㅋㅋㅋ 편안한 밤 되시고~ 행복한 내일 되세요~ ^^~

페이스북...예전에 스팀잇만큼은 아니어도 열심히 했었는데. 지금 들어가보면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사람들 속에 저 혼자 그대로인 거 같아 무안할 정도더라고요.

아! 저도 그렇습니다. 쵸코님. 다들 너무 많이 변했는데 저만 그대로 이지요.
ㅎㅎ 그래서 댓글도 안 달아요. 꼭 써야 할때 빼고는 말이죠 ㅋㅋ

행복한 내일 되세요! ^^

위로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난 진심인데, 그게 잘 전달이 안 되는 기분..
근데 또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던 순간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네. 저도 그럴때가 있어요. ^^
브리님 해피 땡스기빙!!! 입니다~ 즐거운 연휴 되세요~

항상 최고의 위로는 침묵 혹은 짧은 한마디,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위로가 아닌 비난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그런 한마디인 것 같습니다. 옛 친구 중 하나는 시니컬한 말을 통해서만 기운을 얻곤 했어요.

관계가 충분히 가깝지 않다면 그 짧은 한마디 혹은 침묵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고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겠죠.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어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빌려서 위로하고 싶은게 아니라 내 진심을 전하고 싶을 뿐인데, 그것을 전달하는게 쉽지 않으니까요. 위로를 받을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기도 하구요.

네. 그런가 봅니다. 관계가 충분히 가깝다면 그냥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겠죠.
아무리 짧고 하찮은 위로도 비난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거에요. 그정도로 아픔이 있는 상대라면 것도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저는 바라지만 저도 속 좁은 인간인지라 어려울까? 하고 생각을 해보는데 ^^ 잘 모르겠네요.

엉뚱한 이야기 일진 모르겠지만, 글을 읽고 나니, 그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언제나 할머니를 사랑으로 대하시는 어느 할아버지는 닭 요리가 나오면, 가장 맛있는 부위인 닭다리를 떼내어 할머니에게 가장 먼저 주고 흐믓한 눈으로 바라봤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화를 내면서...."난 가슴살을 좋아 한단 말이야" 라고 했다네요.

내가 좋아하는 걸 내가 좋아 하는 사람도 좋아 하겠지 하는 생각에 할아버지는 그렇게 했는데, 정작 할머니는 닭다리 보단 가슴살을 좋아 했다는....

반대로, 큰 의미는 아니지만, 작은 말에 큰 위로를 받는 경우도 있네요. 현란한 어휘로 치장된 위로와 감사도 좋지만, 때로는 무심결에 또는 묵직한 짧은 한마디에 눈물이 날 정도의 감사와 위로를 느끼게 되는...

사람 마음이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듯합니다. ^^

쟈니님~~~~~~~~
ㅎㅎㅎ 저도 그 이야기 들은 기억이 있어요. ^^
사람 마음이 참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는 말씀에 깊게 공감합니다.
저도 친구가 던진 한마디에 털썩! 했었던 거죠. ^^
헤헤 쟈니님~~ 감사해요~~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건강 잘 챙기세요~^^

요즘 드는 생각이 비트코인보다는 금이 안전자산 같아요ㅎㅎㅎ

제가 최근에 받은 젤 큰 위로는 여자사람친구가 그저 안아주면서 "괜찮아, 괜찮을거야..." 였어요^^
진심어린 위로는 그다지 많은 말이 필요한 것 같진 않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꺄아악!!! 코피님 이게 얼마만 인가요 ㅠㅠ
아 반가움에 놀라다가 댓글에 웃음이 빵 터졌네요 ㅋㅋㅋ 여자사람친구 ㅋㅋㅋ
위로해 주는 친구가 계셔서 다행입니다 ^^ 제일 큰 위로가 되는 친구를 두셨네요~^^

어떻게 지내세요? 아래 댓글도 있어서 그 댓글 먼저 읽어야 겠네요 ㅋㅋ

와 마이해피서클님의 글을 이리 자주 보니 너무 좋은데요 정말?ㅎㅎ
앞에 힘든 사람이 있으면 무슨 말이든 해야한다고 이야기하닥 실수한 적이 많아요 전.ㅎㅎ 원래 말주변도 별로 없는지라.ㅋ
그래서 언젠가부터 걍 들어주고 눈 마주쳐주고 공감해주는 걸로 위로를 하는 거 같아요. 그거 하기도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ㅎ

으히히히 저도 미술관님 댓글 읽으니 너무 좋아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걍 들어주고 눈 마주쳐주고 공감해주는 걸로 위로를 하는 거 같아요.

공감 백배!!!! 입니다. 같이 있어주는 것 만큼 큰 위로가 되는 건 없지 않나 싶기도 하거든요.

편안한 밤 되시고요~~~ 행복한 금요일 되세요~^^~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좋아요.

공감합니다. ^^ 항상 행복한 일들로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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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글자가 아닌 6문단까지 쓰면서 스스로 위로 받을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여기가 ㅎㅎㅎ

ㅎㅎㅎㅎ그것도 아주 많은 분들이 함께 위로를 해주시니 감사한 공간인것은 맞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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