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담배 안 피우는 사람의 일기

in #kr-diar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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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창곡 중 하나는 Nirvana의 You Know You're Right였다. 분노가 섞인 걸걸한 소리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담배를 피우면 더 잘 부를거라던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고부터는 못 부르게 되었다. 언젠가 다시 예전처럼 부를 수 있게 될까? 노래를 부르질 않으니, 예전처럼 부를 수 있게 되더라도 알지 못 할 것이다.

Nirvana - You Know You're right

내가 마지막으로 불렀던 노래는 Billy Joel의 And So It Goes였다. 연주하면서 부르고 싶은 곡이었는데, 워낙에 악기에는 소질이 없다. 소질이 중요한게 아니라 근성이 중요하다는 말은 하지 마시라, 내가 피아노를 배운 기간을 알고, 내 연주 실력을 보았을 때 기겁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기타는 연습부터를 적게 했으니 억울하지라도 않은데 피아노는 정말로 억울하다.

Billy Joel - And So It Goes

다니던 카페는 테이블 사이의 거리가 좁고, 통로도 좁아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테이블을 스쳐 지나가듯 가깝게 지나갈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내가 새벽에 카페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근처에 24시간 영업하는 카페가 하나 뿐이었고, 점원이 워낙 친절했다. 그런데 며칠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카페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있는 카페는 테이블 사이의 거리가 넓고, 통로도 넓다. 그래서 사람이 지나갈 때 불편할 일이 없고 공간이 탁 트여있어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울리지 않고 흩어진다. 이상하게도 전에 다니던 카페와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모양인데 이건 불만이다. 카페 분위기와 어울리지도 않고 한곡이 한 사이클 안에 여러번 껴있기도 하다. 카페에서 틀어놓기 무난한 곡들을 모아놓은 플레이리스트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어디서 이렇게 이상한 곡들을 주워왔는지 모르겠다. 듣기 싫은 노래를 하루에 5~6번씩 듣게 되는건 조금 슬프다. 그리고 지금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흡연실이 없다.

이틀 전에는 막창을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친구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았지만, 나도 피우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술 마실 때가 힘들다길래 걱정을 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서 신기했다. 금단현상이 심했던만큼 나는 훨씬 힘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몰아서 괴로웠던 모양이다. 나는 앓을 때도 하루 내지 이틀간 격하게 아프고 마는데, 금단현상도 몰아서 찾아왔나보다. 정신적으로 심하게 피폐했다. 우울, 분노, 초조함, 집중력 감퇴에 불면까지 나를 괴롭혀서 평정이 완전히 무너졌었다. 이제는 괜찮다. 니코틴이 없으면 더 이상 집중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부정적인 감정이 더욱 강해지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금연 이전보다 집중력이 좋아진 것 같다.

카페에서 나서면 전력질주를 한다. 꾸준히 운동도 하고 있고, 금연도 하고 있는만큼 한달전과 비교해서 폐활량이 늘었다. 폐활량이라는게 보통 한달만에 체감이 될만큼 늘어나는게 아닌데도 변화를 체감하며, 내가 들이마시던 연기가 얼마나 해로웠던가를 실감한다. 가래가 줄어서 숨 쉬기가 편해졌다. 혀와 잇몸이 민감해서 작은 자극에도 고통이 있었는데 둔해지고 있다. 목도 좋아지고 있다. 다음은 어느 부위일까. 체감하는 개선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다시 돌아갈 일이 없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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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금연 성공 얘긴데....전 김리님이 노래 부르셨다는데 얘기만 생각나네요! 세상에 멋있어요!! +,.+

분명히 팔로를 했는데 김리님 글이 피드에 왜 안 보이나 했더니 활동시간이 달라서였나 봅니다.ㅋㅋ 금연 성공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저는 몇년 전에 4개월 끊어보고 너무 쉽게 끊기길래(?) 이렇게 쉬우면 나중에 다시 끊어도 되겠네~하고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는...ㅋㅋ 지금은 두어 달 전부터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는데, 연초 담배의 냄새가 역해지기 시작했네요. 인간이 이렇게 간사합니다. ㅎㅎ (그리고 아침에 듣는 커트 코베인 목소리 너무 좋네요~)

저도 몇년 전에 몇개월 끊어보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시 피운건데... 이번에는 금단이 심해서 초기에 많이 힘들었어요. 궐련형 전자담배는 한번도 안 피워봤는데 끊기 전에 한번은 피워볼걸 그랬나 싶기도...

저희 아부지도 담배 끊으셨으면~ 하하핫
금연 꼭 성공하시길!

금연 성공 기원합니다! 저도 끊고 싶은데 의지가 약해서 아직 제대로 시도를 못하고 있네요. 냄새라도 없애자 해서 아이코스로 바꾼지는 반 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덜 주니 마음의 짐도 조금은 덜합니다. 어쩌자고 담배를 피기 시작했던건지...제 인생에 가장 후회되는 일입니다. 올 해 안에는 금연 시작해보려구요!

니코틴 패치라도 써보세요. 일단 니코틴이 공급되면 신체적인 욕구는 많이 줄어듭니다. 화이팅!

한 번 시도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화이팅!!!

저두 두달 끊었다가 실패했는데 다시 도전해 봐야겠네요
집사람과 아이들의 금연 압박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습니다^^

저도 압박이 있을 땐 못 끊었습니다. 오히려 힘들면 안 끊어도 된다고 하니 끊게 되더라구요.

금연 응원?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ㅎ

저도 금연 126일째 입니다. ^^ 좋은 주말 보내세요~~

담배 금연하는게 정말 쉬운일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건강을 생각하면 금연해야겠죠

꼭 금연 성공하시길 응원합니다. 화이팅!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워지고 있으니 다시 돌아가진 않겠어요. 감사합니다.

아직도 끊지 못하고 있는 일인 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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