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예찬 2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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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1화를 쓴 후로 시간이 제법 흘렀다. 여전히 커피를 잘 마시지 않고, 그럼에도 카페는 좋아한다는 점 역시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글로 표현할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아무런 계기 없는,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 할지라도 글 소재가 될 수 있지만 하여간 그랬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전혀 방문하지 않던 프랜차이즈 커피점을 가끔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프랜차이즈 커피점을 가끔 이용하게 된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표현하려면, 평소에 왜 프랜차이즈를 선호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잠깐 짚어야 하겠다.

내가 애초에 프랜차이즈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더 상업적이라거나 개인 커피점이 괜히 더 '있어 보여서' 등의 이유와는 상관 없었고, 순전히 맛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자주 마시진 않아도 일단 커피 맛이 없다고 매번 느꼈었고, 이미 만들어진 파우더 따위를 우유에 탄 음료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갓 성인이 되었을 때부터 줄곧 개인 카페만 다녔다. 아, 상대적으로 시끄럽기도 했고.

일단 커피 맛의 경우는 아무리 바리스타와 커피 기계가 날고 기더라도 신선한 원두가 가장 결정적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직접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 카페가 최소한 그런 면에선 어느 정도의 보장이 된다. 물론 커피 볶는 향도 커다란 덤. 여러 이유로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은 많아도, 커피의 향이 싫다는 사람은 아직껏 보지 못했다. 없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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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원두를 사도 꼭 남기는 편인데, 어떻게 해도 향은 금방 사라진다.

그래서, 내가 가끔 마시는 커피도 직접 볶는 가게에 들리는 경우로 한정되는 편이다. 물론 로스터리 카페가 아니면 가지 않는다는 식의 생각은 없다. 다양한 카페에, 다양한 이유로 가니까.

어쨌든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량으로 커피원두를 납품 받아서 이용할 텐데, 원두 회전이 얼마나 빨리 되냐에 따라서 많이 다를 수밖에. 물론 운 좋게 원두가 새 것일 때 방문할 확률도,적지만 있긴 하겠지. 그러나 아마도 프랜차이즈에서 커피류를 주문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요즘 들어 프랜차이즈 커피점도 가끔은 가게 되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일단 집 앞의 모 대형 커피점은 아주 멋진 바다 뷰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 부근의 다른 카페들도 대부분 다 그 정도는 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장점이라 하기 어렵다. 차이점은 그걸 즐기기 위한 자리가 아주 특이하게 멋지다는 것이다. 특히 가을 공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겨울에조차 잠깐씩은 가보고 싶을 것 같다. 어느 해수욕장인지 드러날까봐 이 부분은 이 정도로...

프랜차이즈에 가끔 가게 된 두 번째 이유는 과일과 얼음을 갈아 만든 음료가 (개인 카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이게 다 파우더 맛이 나는 것 같아서 전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최근에 느끼기로는 재료가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요즘은 그래도 착즙도 많고 생과일을 쓰는 일도 늘어난 것이다. 물론 먹어보면 대충 알지만, 사실 일일이 다 물어보고 먹는다는...(물론 매의 눈으로 지켜보기도...죄송.)

그리고 과일 음료 외에도, 요즘은 초콜렛 맛의 얼음 음료에 시나몬을 듬뿍 넣은 것이 너무 좋다. 원래부터도 시나몬 향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이상하게 더 끌린다. T모 프랜차이즈의 메뉴인데, 얼음을 갈지 않은 것보다는 아무래도 갈아넣은 것이 더 좋다. 얼음이 녹으면서 단 맛이 중화되고, 더 시원하기도 하고, 더 오래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는 바다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집에 가져간다. 궂은 날이나 나가기 싫은 날에는 배달도 해주고.

즉 바다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그리고 과일이나 시나몬 초콜렛 때문에 프랜차이즈에 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디저트류는 아주 최악, 최악이다. 대량으로 생산해서 납품받은 디저트는 아마도 팜유가 잔뜩 들어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내 입맛에는 기본 치즈케익조차도 끔찍했다. 젤라틴을 대체 얼마나 쓴 것인지. 원래도 치즈케익을 그리 선호하지 않긴 하지만, 다른 디저트의 경우도 진짜 우유로 만든 크림이나 치즈를 재료로 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궁금해서 한번씩은 맛을 보았다. 대부분은 버렸으니, 낭비로 인한 교훈을 얻은 셈이다.

언젠가 어느 댓글에서도 밝혔지만, 나는 디저트를 먹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더 좋다. 실제 맛은 그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지만, 모양은 어지간하면 예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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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요런 디저트는 (실제로 맛은 없을 것 같지만) 보기엔 너무 귀엽다.

포스팅을 할 때도 디저트 사진을 쓸 핑계만 있다면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느 안티로맨틱의 수기]에서는 주로 컵케익 사진을 첨부하고, 그 이유는 5회차에 기술되어 있다. 최근에 시작한, 포스팅 소재들이 너도나도 먼저 써달라고 아우성칠 때 쓰는 [The Ful Motley]의 경우에는 알록달록한 디저트 사진을 대문으로 쓴다. 그러나 꼭 색감이 풍부하지 않아도, 디저트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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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건 저 초코칩의 성분이 의심스러워서 먹진 않겠지만, 시각적으로 포근해 보여서 좋다. 게다가 앞 쪽의 브라운톤도 너무 예쁨!

어쨌든, 세상의 디저트는 (거의) 예쁘다.

영양적으로 가리는 것이 많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만들기 쉬워서 많은 이들이 해서 먹는 요거트를 나도 집에서 해서 먹는다. 여름에 아예 모든 요리를 놓아버린지라 지금은 아니지만, 조만간 재개해야지.

아무리 흔하고 쉬운 먹거리라도, 사람마다 만드는 요령이 제각기 있게 마련이다. 내 경우는 압력밥솥을 써서 요거트를 만든다. 전용 기기도 사봤고 오븐도 있지만, 가장 결과가 좋은 것은 압력밥솥이다. 여름 전에는 매일 밥솥에 재료 채워넣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 된 요거트를 보르미올리 유리병에다가 담는 것이 일이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유리병을 사두었다.)

그리고 비워낸 밥솥은 씻기 전에 잠시 식탁에 놓아두곤 했다. 꼭 요거트 냄새만 나면 쪼르르 달려와서 쳐다보다가, 남은 요거트를 핥아먹는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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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딩딩이(본명 딘)

다른 아이들도 조금씩은 맛을 보지만, 딩딩이가 유독 요거트를 좋아한다. 그리고 원래 장이 안 좋았던 앤데, 요거트를 얻어 먹기 시작한 후로 그런 증상이 싹 사라졌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을 테니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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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빨 없이 자연광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딩딩이(본명 딘)

집에 놀러와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내 거실도 카페 같다고 한다. 고양이가 있으니 정확히는 고양이 카페. 원목 가구를 좋아해서, 혼자 살지만 의자가 많고 책장이 크며, 앤틱 소품이 좀 있기 때문인 듯. 바다가 가까워 보이는 베란다에도, 카페 테라스용 탁자와 의자 두 개가 있다. 원래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다가 바다 앞으로 왔기 때문에, 야외용 가구가 일부 남아있는 것이다.

바다 뷰는 그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조금 불리하지만, 내 취향의 음악과 조명, 고양이들이 있으니 사실 내겐 그 어느 카페보다 좋다. 게다가 최근 일기에서도 언급했듯, 커텐도 화이트로 바꿨고.

주 메뉴는 집에서 만든 요거트+딸기잼, 그리고 아주 가아아끔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 정도? 좋아하는 시나몬 스틱으로 커피를 젓기도 한다. 아, 그리고 냉동 베리류를 갈아서 퍼먹기도 하는데, 녹으면 100% 생과일 주스고, 녹기 전에는 슬러쉬에 해당한다. 딸기만 해도 맛있지만, 라즈베리가 매우 좋고 평소 그냥 먹기 뭐한 크랜베리도 냉동해서 판다. 크랜베리는 고양이의 요로계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사람에게도 비슷하지 싶다. (고양이들에게 먹이는 것은 물론 실패했다.)

부지런하고 싶은 날이라면, 박력분과 버터, 약간의 설탕 정도를 써서 스콘을 만들기도 한다. (설탕을 더 넣으면 쇼트브레드가 된다고, 외국에서 학교 다닐 때 가사 선생이 말했다.) 또 뭐 청을 담근다거나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물 마시고 과일을 그 자체로 아삭아삭 먹는 편을 더 선호하니까 잘 하진 않는다.

그 외에는 술을 끊은 후로 찬장에서 잠자고 있는 와인과 보드카도 있다. 겨울에는 뱅쇼를 해서 마실 생각이다. 핫 초콜렛도 좋아하지만, 시중 상품에는 팜유의 압박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발로나 커버춰를 사서 녹여 마시기eh. 하지만 그것 역시 겨울로 미뤄둔다. 계절 한정 상품이니까! 절대 귀찮아서가 아님.

재료와 요령 부분에서는 꺼낼 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런 '가내 수공 메뉴'들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풀어봐야겠다.

For @sndbox:

This post is a part of a series of articles on cafés, coffee at home, recipes an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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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카일입니다. 제가 올렸던 먹스팀 가게들 중, 자신 있는 곳에서 밋업을 하고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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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에이미님 거실 궁금해요!!!
저는 결혼전에는 원목이 꼭 식상하고 투박해서 싫었는데
결혼하고나니 가구들을 다 원목으로 장만하고 싶은거 있죠ㅎ
그나저나 딘 너무 귀여워요 입가가 약간 하얀것이 매력인듯ㅎㅎㅎ 이래서 제이미님이 반려동물를 좋아하셨구나! :)

대리석, 철제 다 가져봤는데 제일 안 질리는게 원목이더라구요. 물론 진짜 나무여야지 MDF는 최악...ㅎㅎㅎ

입가는 자주 쓰는 곳이라 털이 원래 듬성듬성한데, 딘은 원래 군데군데 희끗한 털이 많은 아이라서 더 그래요. ㅋㅋ

시나몬 듬뿍 넣은 따뜻한 카푸치노는.... 가을이란 계절을 흠뻑 느끼게 해주는 아주 좋은 음료죠..

후후 역시 먹을 것, 마실 것을 다루면 뉴비존님이 온다!

마법의 키워드를 잘 아시능 제이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헤헤헤

저 머그잔 탐나네요!

저도 기회되면 찾아서 사보려구염 ㅋㅋㅋㅋ

비취색 커피잔이 인상적입니다 ~~^^
제가 저 비취색을 너무 좋아하지요!!

저도 푸른 계열은 거의 다 좋아합니다! ㅎㅎㅎ

오늘 제이미님 글을 보며 주변 풍경을 그려봅니다.
어떤 색감의 원목가구가 놓여있을지 베란다의 틱지와 의자는 어떻게 생겼는지 뷰는 어떤지^^

헉, 그러고보니 전문가시죠! 전 많이 알진 못하지만 MDF를 싫어하는지라...가구에 돈 좀 들였어요ㅠ 호두나무, 체리나무, 제 책상은 화이트 오크구요. 어디 동남아에서 들여온 티크라던가 하는 걸로 만든 의자들도...전 무거운 나무의 그 느낌이 너무 좋아요.

다 고급수종이네요^^ 말씀하신대로 카페같을 거 같아요^^

파아란 세상을 위하여~!
소확행~♥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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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그러고 보니 블루를 좋아해서 붙이신 닉이네요.

찬장에 잠자고 있는 보드카는 어찌 처분하실건지... 걍 궁금해서 여쭙니다 ^^

베이킹에도 쓰고, 연말에 한 번은 친구들이랑 마실지도 모르겠네요. 레몬도 썰고...ㅎㅎ

요새는 프렌차이즈들도 퀄리티가 많이 좋아진걸 느껴요.
(일괄적으로)이렇게 품질이 상승하는 현상을 보면 마케팅 전략을 바꾼것 처럼 느껴지네요. ^.^
심지어 편의점에서 파는 냉동식품 퀄리티도 좋아질 정도니..

그쵸. 몇 년 동안 많이 나아졌더라구요. 편의점 음식은 아직 진출(?)을 못해봐서 모르지만요. ㅎㅎ

저 잔에 먹으면 어떨지 궁금하네요.

가끔 커피 핸드드립할 때 쓰는 잔인데, 색상이 이뻐서 샀죠. 별다를 것은 없지만 머그잔에 비하면 넓으니 향이 좀 더 느껴지긴 하네요. ㅎㅎ

"어쨌든, 세상의 디저트는 (거의) 예쁘다."

저에게 크게 느껴지는 명언 이네요 .... 프렌차이즈카페들의 디저트 다 뭔가 이쁘게 되어있거 입맛을 끈다해야 할까요... 먹기전에 분명히 맛은 상상이가거 실망을 할껄 알면서도 ... 한번씩 사게 되는데 .... 똑같은 실수(?)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런거때문에 카페를 살짝 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아하, 사실 진짜 괜찮은 디저트는 그 자체로 전문으로 하는 집도 많으니까요. 발견하면 잊지 않고 특별한 날에 사러 가게 됩니다. ㅎㅎ

인간의 식성은 여러번 변한다 하자나요. jamie님도 언젠가는 카페인중독자가 되는날이?

경계하지 않으면 또 모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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