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희망퇴직 이야기 #7 - 2014년 6월

in #kr-dev6 years ago (edited)

4년전 이맘 때, 희망퇴직을 권고받고 퇴사를 결정했었고, 2014년 6월은 퇴직 후 본격적으로 구직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를 회상하며 적었던 회고록을 일부 수정하고 스팀잇에 맞게 재구성합니다.

이직하시는 분들의 건승을 바랍니다.


지난 이야기


친구와 계속해서 이야기 나누기

퇴직한 후 나는 6월에는 교대역을 오가며 한 대학 친구와 계속 만났다. 그 친구의 회사는 분당에 있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하여 집 근처 소호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게다가 신규로 진행되는 일이 없어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덕분에 나는 거의 매일 그 친구와 같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친구도 이직을 계획 중이었다. 왜냐면 회사의 사장이 월급을 주지 않고 잠적할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나도 재취업을 해야 하니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나는 한 회사에서만 9~10년을 다녔다. 그 친구는 10년 넘게 중소기업 여러 곳에서 또는 프리랜서로 근무해 왔다. 대학은 같이 다녔지만, 걸어온 길은 서로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재취업만 놓고 본다면, 나보다는 그 친구가 더 유리해 보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교대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들...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들... 앞으로 진로...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친구 덕분에 나는 재취업의 방향을 보다 쉽게 그려갈 수 있었다. 확실한 것은 나는 제조업과 이별을 고했다는 것이다.


프리랜서의 가능성은?

계속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대학 친구는 프리랜서 경험도 많이 가지고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언제 문을 닫을지 몰라서 부업으로 프리랜서를 뛰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나한테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단말기 개발만 해온 나로서는 서비스 개발 경험이 필요하다. 그 친구가 부업을 한다면, 나도 그 일을 같이해서 경험도 쌓고 돈도 벌 수 있다. 나한테는 일석이조 아닌가? 친구도 내게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아쉽게도 프리랜서로 뛸 기회는 없었다. 불황이라 일 자체가 적었고, 경쟁은 너무 치열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 친구는 예의상 그렇게 말해준 것 같았다. 부업으로 프리 뛸 마음이 그 친구에게는 없었던 것이고, 당시 나와 같이 일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때 나는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경력의 방향에 대한 친구와 공감

대학 친구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공감한 것이 있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계속 살기 위해서는 제조보다는 서비스가 낫다는 것.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밀리는, 그리고 개발보다 관리를 더 중요시하는 제조업에서 개발자의 재미와 미래는 없다.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 제조업은 일부 업체들만 남고 대부분 쓰러졌거나 쓰러지고 있다. 제조업에 남게 되면 나중에 갈 곳이 없어진다. 아니. 이미 대부분 없어졌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우가 그나마 나은 곳은 서비스 업종이라는 것. 그리고 서비스 업종이 나중에 이직할 수 있는 곳이 더 많다는 것. 이 점들을 나 그리고 제조와 서비스를 모두 경험한 친구는 공감할 수 있었다. (단, 여기에서 SI는 제외)

제조로 돌아갈 필요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전 직장 시절 돌아보기

희망퇴직 이후, 전 직장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된다. 그 때 내가 잘 한 것이 무엇인지... 못 한 것은 무엇인지... 뿌듯했던 일들... 아쉬웠던 일들...

아무래도 잘못 했던 일들이 많이 생각난다. 재직 중에도 알고 있었던 것들이고, 나중에라도 열심히 해서 만회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지쳐갔고, 희망퇴직으로 인해 모든 기회가 사라지고 말았다. 4, 5월에 내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신상 변동을 동료들에게 알리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 밖에 없었다.

다음 직장에 가서는 이전의 시행착오들을 반복하지 않고 안착해야 한다. 문제는... 다시 자리를 잡을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 직장의 마지막 팀장에게 묻지 못한 질문

나는 순순히 희망퇴직을 택했지만, 리스트에 올랐던 다른 직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다수는 나가지 않고 남겠다고 선언했다.

실업자가 되고 나서야 생각났다. 마지막 팀장에게 하지 못했던 질문. 만약 내가 남겠다면, 나를 안고 갈 생각은 있었냐고... 나중에 다시 만날 기회가 있거든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분은 솔직하게 대답할리 없다는 것을...

이 얘기를 친구와 한 적이 있었다. 친구 말로는...

"법적으로 정규직을 쉽게 짜르지는 못 하기 때문에 네가 남겠다고 말했으면 안고 갈 수 밖에 없었을 거야. 버티려면 버틸 수 있었을텐데 나온 걸 보니 네가 거기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봐."


계속되는 이력서 다듬기

이력서, 자기소개서는 4월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쉽게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내가 맘에 들지 않아 계속해서 조금씩 다듬기도 하지만, 헤드헌터들의 요청으로 인한 것도 이유였다. 아마도... 재취업할 때까지는 계속 이력서를 고치지 않을까 싶다.


독서실에 다니다

원래는 교대역 근처의 친구와 함께 소호 사무실에 머무를 생각이었다. 그러나 마누라는 먼데 오가지 말고, 집 근처의 독서실에 다니는 것을 권했다. 내게 직업이 없다 보니 집안 일이 생기면 내가 먼저 나서야 하는 상황... 일단 마누라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나는 노트북을 사용해야 하지만, 열람실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타이핑 소리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열람실보다 인터넷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았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빈 자리가 있었고, 그 곳이 내가 주로 앉는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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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것 같아요. 단순 직장을 새로 찾는 것 뿐만아니라 어떤 심적인 고민이 있으셨는지도 느껴지네요

그 과정을 최대한 살려보려고 했습니다. 느껴진다면 다행이네요. ^^

경험을 공유해주시는 좋은 글이네요.
정답은 없겠지만, 한 회사만 다니고 있는데, 잘 하고 있는건가 싶을 때도 있어서요;;

저와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현재 회사가 안정되고 그 곳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면 굳이 옮기려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노력의 결실, 더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겨우 안정을 조금씩 찾아가는 거 같아요.

취직을 해보지못한 저로서는 이직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느길 수 있는 좋은 글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적어도 개발자로서는 기본이 탄탄한 사람들이 오래 갑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취직을 하고 나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죠. 어느 직업이든 공부는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경험 한 것! 그것은 세상 살아가는데 큰 교훈과 힘이 되기도 하죠,, 값진 경험 하셨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

은퇴 경험 미리 해봤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업자로서 몇개월 지내보니 일을 놓아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었죠. 감사합니다.

저도 예전에 이직할때 많은 고민을 했었죠, 특히 실업급여 신청했을때 와... 기분이 무지 어색했었던것이 어렴풋 기억나네요...

실업급여 받을 때 기분은 저도 묘했죠. 그게 벌써 4년전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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