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끄끄|| #23 앤디 위어, 마션

in #kr-book6 years ago

마션.jpg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될 줄 알았던 한 달이 겨우 엿새 만에 악몽으로 바뀌어버렸다.
이 기록을 누가 읽기나 할지 모르겠다. 결국엔 누군가가 발견할 것이다. 아마 지금으로부터 백 년쯤 후에 말이다.
공식적인 기록을 위해 밝혀두자면…… 나는 6화성일째에 죽지 않았다. 다른 대원들은 분명히 내가 6화성일째에 죽은 줄 알고 있다. 아마 조만간 나의 국장(國葬)이 치러질 것이고 위키피디아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올 것이다. ‘마크 와트니는 화성에서 사망한 유일한 인간이다.’
그리고 십중팔구 그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죽을 게 확실하니까. 다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6화성일째에 죽지 않았을 뿐이다.

(중략)

대강의 상황은 이러하다. 나는 화성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헤르메스나 지구와 교신할 방법도 없다. 모두들 내가 죽은 줄 알고 있다. 내가 있는 이 거주용 막사는 31일간의 탐사 활동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산소 발생기가 고장 나면 질식사할 것이다. 물 환원기가 고장 나면 갈증으로 죽을 것이다. 이 막사가 파열되면 그냥 터져버릴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결국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다. 나는 망했다. _본문에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겠지만 이 책은 앤디 위어의 SF소설이자 영화 ‘마션’의 원작이다. 나도 책보다는 영화를 먼저 봤고 영화가 재밌어 두 번 보고 나서야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이 두꺼워 지루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우려와 달리 근래에 봤던 소설 중 가장 몰입해서 읽은 책이었다.

다들 아는 줄거리를 잠시 설명해보자면 화성을 탐사 중이던 마크 와트니 일행은 거센 모래폭풍을 만나 화성 탐사를 중단하고 철수하게 된다. 그러던 중 모래폭풍과 함께 날아온 안테나에 맞은 와트니는 일행과 떨어져 낙오하게 되고 팀원 모두는 그가 죽었을 거라 판단, 와트니를 화성에 두고 떠나게 된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와트니의 화성 생존기가 시작된다.

책 대부분은 와트니의 생존일자에 맞춰 일기 식으로 쓰여 있다. 간간히 나사 쪽과 우주 왕복선 헤르메스의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나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영화 마션에서는 많은 것을 생략하거나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지만 책은 그보다는 세세하다. 하나의 문제가 생기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와트니 특유의 유머와 함께 자세히 설명한다. 그래서 생소한 과학 용어가 곧잘 등장하지만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우주선이나 화성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가 섬세한 편은 아닌데(길었다면 지루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영화를 먼저 봐 상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와트니 얼굴도 자연스레 맷 데이먼으로 연상됐지만.

아무튼,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아르테미스도 곧 읽어볼 생각이다. 작가의 위트를 생각해보면 분명 재밌을 거 같다.

맺음말2.jpg


||북끄끄 책장||


#15 최은영, 그 여름
#16 릴리 프랭키,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17 김보통,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18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19 김영하, 오직 두 사람
#20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21 정유정, 7년의 밤
#22 무라카미 하루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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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책에서 다루었던 기억이 나요.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혀를 두른다는 이야기가 기억 나네요. 영화가 너무 좋아서, 맷데이먼 팬이라, 책도 읽어야지 했었는데 까먹고 있었네요. 기회되면 읽아보려구요^^

저도 읽으면서 진짜 똑똑하다고 몇번이나 생각했는지 몰라요. ㅎㅎ

예전엔 빨책 많이 들었었는데 저 역시 까먹고 요즘에 통 듣지 않고 있는. ㅋㅋ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셔요 키퍼님. 영화가 재밌었던 건 책이 재밌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

요즘 책을 통 못 읽고 있어서,,, 간간히 한두 페이지로 연명하는 수준 ㅠㅠ
책을 꾸준히 읽으시는 초코님이 부럽습니다 ㅎㅎㅎ 다음 책도 소개해주세요! 맷데이먼은 사랑입니다 ㅋ

저도 겨우겨우 시간 내서 읽고 있는 거 같아요. ㅠ 뭔가 시간이 있으면 책보다는 다른 걸 하기 바빠서요. ㅠ

구해줘야 하는 남자 맷 데이먼은 언제나 사랑이죠. ㅋㅋ

아르테미스는 조금 다름 느낌이에요. 저는 그랬어요 ㅋㅋㅋ 마션의 저 첫 문장을 이길 수 없달까? 북끄끄책장의 읽은 책들이 저랑 정말 잘 맞네요! ㅋㅋㅋㅋ 그래서 앞으로도 보고싶어 팔로우 누르고 도망갑니닼

맞아요. 마션의 첫문장이 엄청 강렬하긴 하죠. ㅋㅋㅋ
아마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저 문장은 아주 또렷이 잘 기억하고 있을 거 같아요. ㅎㅎ

일단 다른 책으로 눈을 좀 식힌 후 바로 읽어보려고요. :)

요새 이책에 빠져있어서 바쁘셨군요!
퇴근보고도 안하고 말이죠

그런 거 치고는 읽는데 넘나 오래 걸린 거 같아요. ㅠ

퇴근보고는 곧 하러 가겠습니다. :)

첫줄에 ㅈ됏다 보고 르캉블로그에 잘못 들어온줄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니깐요 초콜렛님에게서
이런표현이 나올줄일야 하구 ㅎㅎㅎㅎ

르캉 이미지는 점점 산으로 ㅋㅋㅋ

영화 재밌게 봤었습니다.
감자값이 금값인 지금.. 감자가 다 얼어버린 그 날, 와트니의 얼굴도 잊혀지지 않고 떠오릅니다.

아 그렇네요. 요즘 감자 엄청비싸던데. ㅠ 오르라는 스팀은 안오르고 감자값만오르고. ㅠ

캬............ 영화로 진짜 재미나게 봤더랬죠.
ㅎㅎㅎ 책은 더 재미있는 듯 하네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영화는 아무래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보여줘야하다보니 생략된 내용이 많더라고요. :)

오오, 초코님! 영화 마션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책이 더 자세하다고하니 보고싶어지네요. 제가 맷데이먼이었다면 공허함과 쓸쓸함과 외로움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 같은데 그안에서 적응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점에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저도 볼 때 주인공 얼굴에 맷데이먼 씌워서 보게 될듯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막 저를 이입해서 읽었는데. ㅋㅋ 근데 한 달 정도는 잘 살다가 죽을 거 같아요. ㅋㅋ 전 와트니처럼 부지런하지 못하거든요. ㅋㅋ

영화를 먼저보고 책을 보면
조금 반감 되지 않나요?
저 같은 경우는 그렇더라구요
불금 보내세요~

조금 반감되는 경우도 있는데 책과 영화 차이점을 찾으면서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더라고요. 마션이 조금 특별한 경우인 거 같아요. ㅎㅎ

저도 마션 영화 재미있게 봤습니다.^_^
사실 전 그래비티 나 마션 같은 영화가 제 취향이더라구요.
그 유명한 인터스텔라는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ㅇㅅㅇ;;;

아, 맞아요. 그래비티도 상당히 재밌죠. 저도 굉장히 몰입해서 봤던 거 같아요. 인터스텔라는 중간에 조금 지루한 부분이 있었지만 나름 재밌게 봤던 거 같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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