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낭만일기] 불 태운 메뉴 개발 day

in Korea • 한국 • KR • KO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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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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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보다 맛 좋은 파르페, 맥주잔도 꽤 괜찮다


일요일엔 날잡고 메뉴를 개발하기로 했다. 11시부터 집합, 집에서 챙겨온 가재도구를 주섬주섬 모았다. 원래 오늘 광희 작가님이 오시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는데 도착하니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건 우리에게 정말 다행이였다. 만약 작가님 없으셨으면 재료와 도구를 찾는데 시간을 다 쓸 뻔했다.


집에서 가져 온 다양한 크기와 브랜드의 모카포트, 일단 커피부터 만들자.

집에서 가끔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려 마셨는데 손아귀 힘이 없어 거의 L군이 만들어줬다. 수전증으로 손을 떨며 불안불안하게 커피를 제조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2인용 모카포트로 겨우 아이스 한 잔을 만들 수 있다. 원두는 꽤 맛있었다! 아이스로는 맛이 옅은데? 지금 지니고 있는 모카포트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지 않는다. 그 와중에 불 조절 실패로 인해 폭발 사고(?)도 일어났다.

으음... 괜찮을까?
이러다가 이번 여름에는 커피노예로 마무리가 되겠지. 심히 걱정되서 여러가지 묘안을 떠올려 보았다. 콜드브루 커피를 팔아야 하나. 얼굴에 낯빛이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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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완성샷은 어디에?

치아바타로 파니니 만들기, 다들 파니니 기계는 처음 써 본다. 파니니 기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누르고 있어야 하는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파니니는 맛있었다. 특히 버섯 넣은 파니니는 너무나 꿀맛! 기계에 넣어서 누를 때 예쁘게 누를 기술 연마가 필요할 듯하다. 또 빵칼이 없어서 다된 파니니를 엉망으로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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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못 마시지만 이건 한 세 접시 먹을 수 있습니다.

그외에도 와인 안주로 곁들이면 좋을 브라타 치즈 샐러드를 젠젠님이 만들어주셨다. 색깔도 예쁘고 상큼한데다가 너무나 꿀맛, 와인을 부르는 맛이라며 젠젠님이 공수해 온 와인을 한 잔씩 마셨다. 이거 술 모임인가요?



관리인 분이 잠시 들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세상에 원한다면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져다 써도 좋다고 하셨다! 그라인더도 있다며. 이게 웬 떡이야! 모카포트로 절망하고 있었는데 희망의 기운이 보였다!! 오늘의 마법은 머신이었다. 신기하게도 또 머신기가 '옙다 선물'하고 등장했다.

그리고 확실치 않지만 TV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까지 남겨두고 가셨다. 우린 얼른 다음 필요한 목록을 작성하자고 호들갑을 떨었다.


다시 심기일전해서 배도 고프고 파스타 샐러드를 만들었다. 소스는 세 가지로 테스트 해보았다. 합심해서 야채를 준비했다. 아주 작은 냄비를 고른 덕에 파스타를 삶는 내내 물이 넘치지 않도록 신경써야 했다. 양을 조금만 하자고 했지만 준비해 놓으니 한 바가지.

바질소스는 소소했고, 발사믹 소스는 무난하고 상큼하게 맛있었고, 칠리 소스는 의외로 매콤한 게 아주 맛있었다. 식사류로도 안주류로도 훌륭해서 이건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평, 그리고 아주 많던 파스타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스폐셜 시그니처 메뉴가 될 파르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구하기도 참 어려웠다. 파르페 잔이 없어 맥주잔에 요거트와 크랜베리 주스 버전으로 되는 대로 만들어 보는데. 원체 플레이팅에 자신없는 곰손, 정말 그냥 막 만들어서 비쥬얼만 보자면, 이 메뉴는 포기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신반의하며 일단 드셔보라고 내놓았는데.

아니 이럴수가. 그렇지. 이런 재료로 맛 없기가 어렵지. 너무 맛있었다. 특히 크렌베리 주스는 색깔도 예쁘고 체리코크 재질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는 맛! 리액션 제왕 라라님은 이거라며! 소리를 질렀고 파르페를 좋아하는 마법사님은 소리없이 알뜰하게 파르페를 삭삭 비웠다.

이 메뉴는 데코레이션과 플레이팅에 조금 더 신경 써서 선보이는 걸로!


1층 벽면을 인테리어 하기 위해 지금의 소품을 다 정리했다. 화분 위치도 바꾸고 책장도 문쪽으로 옮기고. 약간의 소품을 남기고 액자에 사진을 바꾸었다. 아래 서랍은 라라님이 가져오신 예쁜 툴립천으로 급한대로 덮어두었다. 한층 깔끔해지고 정리된 기분! 내일 작가님이 보시면 놀라실지 모르니 사진을 보내드리고. 여백이 생기니 아이디어가 떠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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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있으니 플레이팅 더 예쁘게 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하는 마법사님

시간이 미친듯이 휙휙 지나고 체력은 그에 따라 점점 방전되어 나갔다. 수고의 의미로 마법사님이 라면을 끓여주시기로 했다. 마법사님은 찬물에 라면을 퐁당 넣고 끓이셨다. 남은 마늘과 양파도 투하. 생경한 조리법에 면이 부는 거 아니야 했는데... 세상에.... ....너무 맛있다. 너무너무 맛있다.

라면은 좀 끓인다는 마법사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리액션 장인 라라님은 한 입 먹을때마다 돌고래 포효를 하시고, 배가 안 고프다던 우리는 밥까지 말아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한 톨도 남길 수 없어서 싹싹 다 긁어먹었다.

뒷정리를 하고... 거의 영혼이 탈주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다. 체력 방전. 내일은 조금 늦은 시간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진짜 매운맛이었다. 카페 운영을 시작하면 계속 이 정도 체력이 요구되려나 익숙해지면 조금 더 수월해질까? 잘 모르겠다. 배워야 할 것도 연구해야 할 것도 많고 동선이나 스케줄 부분도 맞춰보아야 겠지. 점점 실감이 난다. 혼자가 아니니 잘 할 수 있겠지!


p.s. 다들 도착 후 실신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새 샌들을 겁도 없이 신은 죄로 발바닥이 다 까져버렸다. 흑흑. 글도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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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ears ago 

화이팅..!

아자아자! :D

오 결제때 스팀도 받나요?

스달 스팀으로도 구매 가능해요 :D
아마도…?(확인 한 번 해볼게요)

서팀 서달 결제 당연하죠! 이번주 평일에 한번 맛보러 놀러 오세요!

 3 years ago 

라라!

리액션 장인의 돌고래 포효는 너무 믿으면 안....저는 오늘도 집에 오자마자 뻗고 11시 59분에 포스팅 올리기....ㅋㅋ 어제의 피로가 안가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앜 돌고래 포효 젠젠님 신뢰를 많이 잃었군요.
젠젠님 포스팅 기다리다 목 빠질 뻔, 우루사라도 먹어야 하려나요

아 진짜 파르페 너무 맛있었어요. 그렇게 파르페 장인 고물은 12단 구조의 파르페를 완성하는데...

12단 구조...ㅋㅋㅋ 아파트 파르페? 크림을 쓰면 좀 쉬울 것 같긴한데
개인적으로 크림을 안 좋아해서 ㅜㅜ심히 고민되요.

 3 years ago 

파르페는 뭐니뭐니해도 밑바닥에 콘프레이크죠!! ㅋㅋ
나중에 몰래 놀러가야겠어요 ㅋㅋ

ㅋㅋ 같이 몰래 가요

파르페 좀 아시는군요. 후후
몰래온 손님 오이님 나루님 제가 딱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ㅋㅋㅋ

피곤해 죽겠어도 꼭 써주세요. 재밌어요 ㅋㅋㅋ

너무 피곤해서 진짜 막 썼는데..
나루님이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기뻐서 매일매일 TMI 대방출 할지도 몰라요 ㅋㅋ

가능한 소상히 적어주심을 바랍니다만 ㅋㅋㅋ 체력 닿는 데까지만이라도 좋아요 :)

 3 years ago 

음? 김작가 무슨일을 저지르고계신가요?

마이님! 놀러오셔요. 카페와 펍을 7,8월에 춘자팀과 함께 운영해요!
마이님 오시면 윤하씨 노래 틀어드릴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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