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징검다리

in zzan3 years ago

계절은 급하다고 달리지도 않지만 한 곳에 머물고자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건너 뛰는 경우는 있다.

올해는 이른 봄이면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던 모래별꽃을 보지 못했는데
그 자리에 꽃마리가 피고 있다.

떠날 때가 되면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떠나는 단호함을 보여준다.
순백의 염원으로 타오르던 촛불 같은 백목련이 무거운 잎을 떨구는 곁에
파란 하늘을 이고 배꽃이 벙글고 있다.

꽃다지가 피면서 냉이가 피고 우리 동네서 보기 힘든 제비꽃이 피면서
꽃은 다시 제 차례를 지키는 것 같다.

할머니가 세워둔 유모차에 홍매화가 몰래 타는 것을 본 살구꽃이 피고
교회옆 몇 해째 묵이는 밭에 앵두꽃이 밝은데 무슨 속셈인지 그 때까지
아무 기척도 없던 명자나무가 빨간 볼이 통통하다.

이러다 어느 결에 복숭아꽃 자두꽃이 하루볕 차이로 피고 사과꽃이 피면
평생 가야 꽃이라는 말 한 번 못 들어보고 사는 파도 불두화처럼 큼직한
꽃을 이고 하늘을 볼 참이다.

또 모르지,
계절이 징검다리를 만나 껑충 뛰는 수도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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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깊었네요 이곳은 오늘에야 새순이 보입니다

오늘쯤은 꽃망울이 통통하게 부풀지 않았을까요?

꽃들의 잔치에요. 너무나 흐뭇합니다. ㅎㅎ

그동안 도잠님 포스팅을 보며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곧 제 차례가 오네요.

저렇게 생긴 꽃다지는 처음봅니다.
보통 한 줄기에서 꽃이 피는데
가지가 탑처럼 층층으로 생긴 꽃다지
너무 신기해요.

찬찬히 보셨네요.
나도 신기해서 직었어요.

꽃들이 순서대로 피어나는게 참 신기합니다

자연은 그렇게 차례를 지킵니다.
새치기도 안 하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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