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zzan2 years ago

며칠을 두고 머뭇거는 비
하늘은 울상이고 날은 후텁지근하고

아직 점심은 이른 시간인데
젊은이들 몇이 아이스커피 한 잔씩 들고
국수집 간판을 보다 지나간다

진득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시원하게 한 소나기 하든지
변죽만 울리는 구름도 무거운 몸으로
유월이 불 지른 능소화를
심드렁하니 내려다보고 있다

장마/ 김사인

공작산 수타사로
물미나리나 보러 갈까
패랭이꽃 보러 갈까
구죽죽 비는 오시는 날
수타사 요사채 아랫목으로
젖은 발 말리러 갈까
들창 너머 먼 산이나 종일 보러 갈까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비 오시는 날
늘어진 물푸레 곁에서 함박꽃이나 한참 보다가
늙은 부처님께 절도 두어 자리 해바치고
심심하면
그래도 심심하면
없는 작은 며느리라도 불러 민화투나 칠까
수타사 공양주한테, 네기럴
누룽지나 한 덩어리 얻어먹으러 갈까
긴 긴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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