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세상이 불바다가 되는 줄 알았다.

in zzan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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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세상이 불바다가 되는 줄 알았다./cjsdns

어젯밤엔 세상이 불바다가 되는 줄 알았다.
비트가 불이 붙어서 큰 산맥을 날아오르듯 태워 올라가는데
어려서 본 용문산 큰 화재가 생각이 났다.

아직도 생생한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30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불길은 뜨겁게 느껴졌고
어둠 속 불길은 마그마가 흘러내리는듯했으나
불길은 날아오르는 듯 가파른 능선을 타 올라갔으며
간간히 굉음을 내며 폭죽놀이하듯 펑펑 터져 오르는 모습은
치열한 용문산 전투에서 남겨진 6.25 때 불발탄이
터지는 소리라 들었다.

어젯밤 그와 비슷한 것을 다시 보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불은 보름 이상은 갔던 것 같고
바라보기만 했던 그런 불이었다면
어젯밤 불은 잠시 치솟은 불길이었고
데일 지도 모르면서 피할 생각은 아니하고
덜 영근 콩 포 가지 뽑아서 구워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린애 불장난은 불구경은 잠결에 오줌을 싼다던데
비트가 불타오르며 솟구치는 구경을 한 나는
제대로 구워 먹지도 못하고
그나마 콩 포 가지 통째로 태워버렸다
입안이 고시 워야 하는데 꿈속에서도 입맛만 다시고 있었으며
입 언저리는 물론 얼굴 전체를 시커먼 검정 그림을 그려놓고 말았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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