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9 ㅣ 교련복 입은 오빠와의 기억 (19/3650)steemCreated with Sketch.

in CybeRN4 days ago

초등학교 시절, 그때는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우리 집에는 수도가 없었고, 동네 물통에 가서 물을 길어와야 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당시에는 이런 풍경이 흔했다. 작은 몸집의 소녀였던 나는 커다란 바게쓰에 물을 가득 담아, 휘청거리며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큰 키의 한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교련복을 입은 오빠였다. "집까지 들어다 주께," 그가 말했다. 그 순간, 나는 너무 놀라고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두 손을 모은 채 간절하게 속으로만 생각했다. "물 흘리지 말고 집까지 가져다 주세요."

그 오빠는 묵묵히 내 바게쓰를 들어주었고, 나는 그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그의 친절한 행동이 어린 마음에 깊이 남았다. 당시에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그 작은 친절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다. 그 시절의 힘들었던 순간들 속에서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은 나를 감싸주었다.

이제 와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 교련복 입은 오빠의 얼굴은 흐릿하지만, 그가 보여준 따뜻한 마음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돕고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 시절의 나에게 그 오빠의 도움은 단순한 물 한 바게쓰를 들어준 것 이상이었다. 그것은 세상에는 아직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나처럼, 지금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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