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6 | 산, 틔우기steemCreated with Sketch.

in CybeRNlast year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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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는 산길에 낙엽이 많이 쌓였다. 낙엽이 덮은 돌계단은 오르내릴 때 미끄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아마 내 발목이 부실해서 더 그럴지도. 산길에는 할아버지들도 많이 다니신다. 노인의 낙상 사고는 골절뿐만 아니라 다른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나의 편안한 산행과 산을 오르시는 분들의 안전을 위해, 오늘은 대용량 쓰레기봉투를 들고 산에 올랐다. 봉투 안에 낙엽을 꾹꾹 눌러 담아, 사람들은 다니지 않고 나무와 풀만 사는 경사가 가파른 곳에, 다섯 번 버렸다. 작업한 산길에 돌과 나무 받침과 흙이 보였다. 사소한 것 같지만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 등산로 낙엽 치우기였다. 마음 한 켠에는 지역사회 일상 간호를 했다는 생각도 있고.

산을 오르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곳에서 낙엽을 쓸어 담고 있을 때, 등산복을 입고 등산모를 쓴 한 남자 어른이 내게 한 말이 인상에 남는다.

길 틔울라고?

조금 낮은 곳에서 낙엽을 담고 있을 때, 부부와 여자 어른이 내게 말했다. 이 두 팀은 비슷한 말을 했다.

낙엽은 뭐 하려고 담아요?

그들이 내게 어떤 의미로 질문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저 내가 산을 오르내릴 때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안전하게 편하게 산행하려는 이기적인 마음에 낙엽을 치웠다. 아, 적극적으로 낙엽을 치운 이유는, 내가 오르는 산길에 있는 돌계단 부분이 누가 빗자루로 쓸어낸 것처럼 깨끗한 곳이 있어서다. 바람이나 빗물이 아닌 사람의 손이 정리한 것 같아 보였다. 누군가 정리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나는 누군가 정리했다치고, 나도 산길 낙엽 치우기에 동참했다.


뒷산.
묵묵히 나를 봐준 산이다.

변화무쌍한 나에게 위로를 주었고
벽으로 존재하며 도전하게 해주었고
나와 시간을 같이하여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오늘 이 뒷산은 내게 가르침은 이렇게 하는거라고 깨쳐주었다.
한결 같이.
그 자리에서.
묵묵히.

뒷산이 내게 낙엽을 치우고 길을 틔우게 했다.
...

내가
누군가에게 나의 뒷산과 같은 존재이어야 한..... 존재가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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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을 주는 뒷산을 오르는 난, 세상에서
약수같은 존재가 되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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