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카페 두레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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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두레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여름, 성수기에만 문을 열었다.
카페 두레는 인도 라다크의 주도 레의 공공 주차장 3층에 있었다.
카페 두레를 운영한 사람은 한국에서 온 여자 2명이다.
카페 두레는 라다크의 전통 집 한 층을 빌려 사용했고
그 느낌을 살리고 싶어 그 어떤 인테리어도 하지 않았다.
카페 두레는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이례적인 홍수로 문을 거의 닫다시피 했다.
카페 두레는 불친절한 가게로 제대로 된 간판도 없는 스피크이지 카페이다.
카페 두레는 문 여는 시간도 늘 주인장 마음이라 기다리다 돌아가는 손님도 허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두레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단골이 되었다.
우리는 오만하게도 그들을 선택받은 자, 혹은 행운아라고 불렀다.
카페 두레는 수도 시설이 없어 공용 수돗가에서나 냇가에서 설거지했다.
설거지를 한 번도 한 적 없다면 카페 두레 단골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절대 설거지를 강요한 적은 없다.
카페 두레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늘 창가에 앉아 발소리가 나면 긴장했으나
옆방 과외 학생들일 때가 대부분이었다.
손님이 없고 파티도 없는 카페 두레에는
구슬픈 플루트 소리와 노랫소리가 울려퍼지기도 했다.
카페 두레는 저녁이 되고 문을 닫으면 자주 파티가 열렸다.
한국 손님, 인도 손님, 외국인 손님, 현지인 손님과 친구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춤을 췄다. 파티가 끝나면 몇십 병의 술병이 가게 밖에
쪼르록 줄 서 있곤 했는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집주인 내외는
그걸 끔찍하게 싫어해 몇 번이고 지적하곤 했다.
카페 두레는 커피 맛집이자 머핀 맛집, 샌드위치 맛집이었다.
좋은 재료를 원가 계산하지 않고 만든 머핀과 샌드위치는
단체 주문도 종종 들어왔다. 한 호주 손님은 인도에서 먹어본 중
제일 맛있는 샌드위치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작년은 카페 두레의 10주년이었다 . 10주년을 맞이해 라다크에서
카페 두레 팝업 스토어를 계획했지만, 코로나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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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꽤 여러 방식으로 카페 두레를 추억했는데 서울에서 2차례의 카페 두레 파티를 열기도 했다. 한 번은 강동의 한 카페에서, 한 번은 신촌의 술집에서 카페 두레 손님도 불렀고 지인도 불러 어울렸다. 저렇게까지 광란의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아마 나는 평생 카페 두레를 그리워하며 살 것이다. 내가 살면서 했던 가장 파격적인 시도이자 맨땅에 헤딩이었던 그 카페 두레는 적게 벌어도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깨웠고, 작은 시도보다는 크고 위험한 시도가 불완전하고 위태로워도 더 큰 행복을 안겨준다는 걸 알게 해줬다. 그만큼 행복해 본적이 없다. 물론 새로운 시도안에서 저 시간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나기를 바라고는 있다. 작년에 못한 카페 두레 팝업 스토어를 11주년 기념으로 올해는 할 수 있을지....

카페 두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한달 쯤, 라다크는> ebook으로나 스팀시티 리스트 계정에서 읽을 수 있어요 ;-)
갑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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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 적 없는데도 그리운 곳 카페 두레- 그 시절을 간직하는 젠젠님 라라님 부러워요. 11주년 기념 행사 꼭 열리면 좋겠어요!

 3 years ago 

11주년 기념 행사에 고물님 꼭 초대하겠습니다 ;-)

 3 years ago (edited)

보파관리 때문에 못들려서 미안해요. 앞으로는 우렁각시 처럼 어쩌다 보팅할께용. 제맘알죠? 우선, 리스팀만

 3 years ago 

미안해 안하셔도 됩니다. 우렁 각시님!!

 3 years ago 

와 기둥에 그림은 누가 그린건가요?

 3 years ago 

오래된 집인데 원래 옛날부터 그려져 있었던 문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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