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시즌 투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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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원고 작업을 빠리에서 다 마치고 서울로 돌아갈 생각인데 20세기소년이 서울로 떠나고 마감을 향한 험난한 여정의 첫 번째 날이었던 오늘부터 나의 원대한 계획이 틀어졌다. 어제 20세기소년과 함께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찾아갔던 분 댁에 노트북 충전기를 두고 온 것이다. 젠장 젠장 젠장. 너무 귀찮아서 그냥 가까운 애플스토어 가서 충전기 살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아무 때나 찾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정오가 지나서야 겨우 방을 빠져나왔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이 되었고,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이 미치광이 같기도 멋쟁이 같기도 했다. 충전기를 찾고 그녀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제 선물한 보라색 후리지아가 하루 사이에 활짝 열려 있었다. 꽃과 잎이 너무 예뻐서 나도 꽃을 사다가 방에 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집 뜰에 심어진 나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동나무, 비파나무, 무화과나무. 나는 나무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유리창 밖으로 세차게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나무와 열매와 잎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퍽 평화롭게 느껴졌다.

저녁을 먹으러 빠리에 와서 첫 식사를 했던 레스토랑에 갔다. 똑같은 자리에 앉아 똑같은 메뉴를 시켰다. 그렇게 하니까 비로소 빠리에서의 새 시즌을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우산을 살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비를 맞았다. 걷는 길의 풍경이 쓸쓸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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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years ago 

길거리 보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뭐랄까 최근 일상에서 단비같은 사진입니다. 감사합니다.

 5 years ago 

기뻐라! q님을 위해서라도 사진 많이 찍어 올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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