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운수 좋은 날의 통인동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edited)

IMG_4348.jpg



가끔 운수 좋은 날을 받는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예를 들어, 책의 출간일이나 프로젝트 시작일을 정해야 할 때 그날그날의 운세를 따져보는 것이다. 사실 이 의식은 좋은 날을 취하는 것보다 안 좋은 날을 피하는 것(혹은 그저 인지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점수가 90점 이상이라고 해서 좋은 일들이 마구 일어나는 법은 없지만, 어쩐지 아침부터 일이 안 풀린다 싶으면 여지없이 운세 점수 50점 이하. 모바일 속 도사님이 '몸이 고생하는 날' 혹은 '주변 사람과 다툼이 일어나는 날'이라고 엄중한 경고를 날리는 날이면 나는 "옙!" 하고 즉시 찌그러진다. 그날에는 무리하지 않고 몸을 사린다. 운이 따르지 않는 날 허공에 헛발질하는 힘만 아껴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살 수 있겠다고, 요즘은 자주 생각한다.

오늘 5월 4일은 매거진 브릭스와의 인터뷰를 위해 이번 주 월화수 중에 운세 점수가 높은 날로 골라둔 날이었다. 게다가 약속 장소는 언제 가도 좋은 동네, 통인동.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오랜만에 누하동의 옛날 랑쩬 사무실 주변을 한참 서성거렸다.

랑쩬 회의가 있는 날이면 늘 지나치던 '이상의 집' 옆 조용한 카페에서 매거진 브릭스의 두 분을 마침내 만났다. 몇 년 동안 글로만 만나왔던 두 분을 마주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서 너무 두서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다. 뒤늦게 걱정하는 횡설수설맨...

그래도 좋은 날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재작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에세이집 <노자가 사는 집>의 이주호 작가님께 책 선물도 받았다. 오늘의 운세 점수 70점, 말하자면 운수 좋은 날.

Sort:  
 2 years ago 

헉 저도 그런데 기분이 괜히 나쁘거나 안 풀리는 날 보면 여지없이 운 없는 날, 비슷한 경고가 촤르르륵

어제 인터뷰는 상대도 좋았을 거에요, 또 다른 횡설수설맨으로서의 확신! ㅋ

 2 years ago 

제가 “지금 이 이야기 왜 하고 있는 거죠?” 하면 스텔라가 갈무리해 둔 지점으로 데리고 가 주곤 했잖아요. 후후. 우리 지독한 횡설수설맨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건져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너모 소중해요.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131.59
ETH 2586.04
USDT 1.00
SBD 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