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Star is Born 사랑의 순애보 그리고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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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is B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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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is Born. ‘스타 탄생’이라 번역되는 촌스러운 제목답게 영화의 전체적인 플롯과 메시지는 진부하기 짝이 없다. 사랑의 순애보. 마치 영화 ‘봄날의 간다’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울부짖던 상우에게 화답하듯이 영화의 연인들은 변함없이 사랑한다. 별 볼 일 없던 인물이 성공하면 공식처럼 등장하는 바람 상대도 없다. 잘나가는 상대방을 특별히 시기 질투하는 일도, 상대의 소중함을 잊고 오만하게 행동하는 급격한 태도 변화 또한 없다. 요즘은 너무 뻔하고 지루해서 설득력을 잃어버린, 변함없는 사랑에 대해서 말한다.


각자의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도전한 일을 성취하고 장밋빛 장래를 꿈꾸는 확장 시기가 봄과 여름이라면 어떤 이유로든 아파하고 흔들리고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아 일이 꼬여가는 잿빛 시기를 가을과 겨울이라 할 수 있다. 서로의 타이밍이 맞는다는 말은 서로의 계절이 조화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태양이 쏟아지는 여름 볕에 따뜻함을 느낀 겨울의 누군가가 사랑에 빠진 후 곧 여름이 끝나고 매서운 겨울의 눈보라를 마주한다면 그는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볕의 온기로 행복해하던 상대방이 자신이 만든 추위로 덜덜 떠는 모습을 보며 자괴감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계절은 바뀐다. 계절이 같은 누군가를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 계절의 주기는 모두 다르다. 사랑한다는 건 서로의 사계절을 보듬겠다는 다짐이다. 어떤 계절이 도래해도 네가 변했다고 비난하지 않고 태양을 앗아가도 추운 겨울 서로의 곁에 머물겠다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해주는 거다. 비록 현실은 아름답지 않고 서로를 시궁창에 담가버릴 때도 있지만 말이다.


잭슨은 늦여름쯤 앨리를 만났다. 잭슨은 성공한 스타였고 세상이 그에게 주목했고, 앨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넘쳤다. 앨리는 막 생동한 초봄이었다. 재능이 꽃피울지도 모른 채 재능을 잉태하고 있는 새싹. 그들의 봄은 아름다웠다. 우연히 들어간 드래퀸 클럽에서 ‘라비앙 로즈’를 열창하는 앨리의 노래에 잭슨은 영혼을 빼앗겼다. 의심 없이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 그들이 처음 보내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고 긴 하룻밤, 그 하루는 너무 아름답고 진실해서 영화의 모든 클리셰와 촌스러움을 상관없게 만들었다.


얄궂게도 만남 이후, 잭슨은 끊임없는 내리막이고 추위를 맞이한다. 반면 앨리는 잭슨을 만난 덕에 재능을 꽃피우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열하는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조화로운 봄과 여름은 공존할 수 없는 겨울과 여름으로 뒤바뀐다. 잭슨은 앨리에게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었다. 치명적인 실수에도 애써 괜찮은 척 ‘당신 잘못이 아니야.’ ‘나는 다 좋아.’ 다정히 말하며 공연보다 잭슨을 위하던 앨리, 그녀는 잭슨의 겨울도 따뜻하게 안아줄 준비가 되었지만, 잭슨은 앨리가 이 겨울을 나지 않았으면 한다. 마치 자신의 봄과 여름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처럼.

“저기.”
“왜?”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잭슨의 형은 말했다. 이마를 맞대고 듀엣곡을 부르는 잭슨과 앨리를 볼 때 잭슨이 참 잭슨다웠다고. 예전의 그 같았다고. 앨리는 괜찮지 않은 인간 잭슨을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앨리는 결코 잭슨을 만나지 않았다면 누군가의 앞에서 자신이 쓴 노래를 용기 내어 부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애는 네 노래를 좋아했어. 몇 번이고 말했지. ‘앨리가 그 음들을 다루는 방식이 좋아.’



잭슨의 잘못된 선택으로 앨리는 계절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을 더는 볼 수 없지만, 영화의 마지막 엔딩 곡처럼 앨리와 잭슨은 절대 다시 그렇게 사랑할 수 없을 만큼 서로를 사랑했다. 계절은 결국 변하고 말았지만, 이마를 맞대는 앨리와 잭슨, 다시 보기 위해 앨리를 부르는 잭슨, 그런 잭슨에게 코를 쓸어내리던 앨리의 손가락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P.S. 레이디 가가 연기 잘하는 거 세상 사람들 다 알게 해주세요.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영구소장 구매한 내 자신 너무나 칭찬해.

-2021년 5월 17일, 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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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화군요? 기회되면 봐야겠어요.

일단 노래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나중에 다시 또 보여고요 :D!!

 3 years ago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영구소장 구매한 내 자신 너무나 칭찬해.

ㅋㅋ 너무 귀여우십니다.

올해 들어 잘한 일! ㅋㅋㅋㅋ

 3 years ago 

촌스러운 제목에 진부한 스토리지만...
사랑, 음악 이런 것들이 영원하니 그렇게 또 감동이 오고 하는 것이죠^^

맞아요. 고전은 괜한 고전이 아니지요.
이런 단단하고 변함없는 사랑 이야기가 너무 취향이에요. 헿

레이디 가가 맨얼굴(?)이
이렇게나 매력적이었구나 느꼈던 영화 ㅎㅎㅎㅎ


그리고,

“저기.”
“왜?”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이 부분은 정말 너무 로맨틱 했어요 진짜...ㅎㅎㅎㅎ

.
.

저기...고물님?

레이디 가가의 얼굴을 저도 제대로 처음 본 듯해요. 목소리도 이제야 제대로 알았고요; 하하

우리 이거 잘 적어뒀다가 써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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