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중요한 건 언제나 '사람'이에요.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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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고물'이라고 해요.
어떻게 소개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스팀시티와 연관된 혼자만의 일화를 풀어볼까 해요.


제게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사람’이에요.

저의 종잣돈을 투자한 플랫폼이 있어요. ‘AIM’이라고 AI 알고리즘 투자 앱인데요, 처음에는 호기심에 가입했는데 그곳 대표님을 만나고 확신이 들었어요. ‘아, 이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 내 돈을 맡겨도 좋다!’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심을 느꼈거든요. 공허한 말이 아니라 삶과 행동이 일치된 사람이었어요. 진짜 투자를 모르는 사람이 안타깝고 돕고 싶어서 이 앱을 욕을 먹어가며 만들었구나 하고요. 물론 투자에 대한 그의 철학에도 공감해요.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늘 그렇듯이 사람이에요.



스팀잇을 시작하기 전,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어요. 글을 잊고 살았죠. 다시 글을 써보기로 했을 때 나를 모르는, 새로 시작 할만한 글쓰기 플랫폼을 찾았어요. 우연히 스팀잇과 관련한 기사를 봤어요. ‘글 하나 쓰면 치킨 값을 번다고?’ 처음엔 돈에 혹한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몇 개의 포스팅만 읽어봐도 이게 그리 만만치 않은 플랫폼이란 걸 금세 알 수 있었어요. 투자 없이 돈 버는 건 거의 불가능하더라고요.

여기에 터를 잡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기대가 없는 곳이어서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에요. 운 좋게 몇몇 분들과 팔로우를 하면서 소통의 재미를 느끼기도 했고요. 다른 곳은 댓글 하나 달리지 않는 황야였지만, 그 당시 스팀잇은 따뜻하게 환대해주고 친절하게 가르쳐주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상하고 마법 같은 공간이었거든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어요. 사람이 좋다는 이유로 게임 현질하는 셈치고 스파업도 했고요. 이 돈 다 사라져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만 투자했어요. 여기가 좋았고, 제가 좋아하는 글에 좋다는 표시도 해주고 싶었거든요.



스팀잇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스팀시티의 미니스트릿이 열렸어요. 당시 아직 스팀잇 초보라서 아쉽게도 스팀시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나중에 미니스트릿 후기를 읽으며 ‘아! 되게 재밌었겠다. 놓쳐서 아쉽다.’ 고 생각했죠.

스팀잇에 있는 동안 세상에 글 잘 쓰는 분이 이렇게도 많구나! 매번 감탄하고 놀랐어요. 좀 기가 죽기도 했고요. 그 중 몇 분이 스팀시티 일원이었어요. 그 사람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전 혼자서 빠른 포기를 잘하는데요, 상처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어죠. 한마디로 겁쟁이죠. 어떤 커뮤니티를 보며 ‘아! 나도 저기 속해야지. 속하고 싶다.’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멋있다. 좋다.’ 생각해도 감히 ‘저도 끼워줄 수 있나요?’라고 묻지는 못했죠. 거절당하기 무섭거든요.

스팀시티에 관해서는 모두 나중에 알았어요. 이미 그들은 커뮤니티를 생성했고 어느 정도 형태가 결정되었다고 생각했죠. 껴 달라고 하기엔 너무 늦었다고요.


그러던 어느 날 눈이 확 뜨이는 포스팅을 발견했어요. 글쓰기 유랑단을 모집한다는 스팀시티의 공고였죠. 회사에서 그 포스팅을 보고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어요. ‘미쳤다! 이건 나를 부르는 거야. 너무 가고 싶어. 가고 싶다. 진짜 가고 싶다.’ 유랑단 여행이 끝나고 세 달 후에, 결혼을 하기로 되어있었고 신혼집을 공사해야 하는 시기였어요. 더 이상 제 욕망에 따라서 멋대로 살기보다는 어른의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한다고 마음을 고쳐먹던 때였죠. 평소 저 같으면 앞뒤 보지 않고 갔겠지만, 남편을 배신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혼자 설정한 그 책임과 기대를 배신할 수 없어 마음을 다독였어요. 정신차리라고. 현실로 돌아오라고. 그러면서도 매일 밤 늦게까지 그 포스팅을 읽고 또 읽었어요.

글쓰기 유랑단 지원자는 없고, 스팀시티 문이 영원히 닫혔다는 마지막 포스팅을 본 순간 저에게 한 말도 아닌데 너무 슬퍼서 막 눈물이 났어요. ‘이제 다신 기회가 없대. 난 기회를 놓쳤어.’ 전 선택을 했고 그 결과 스팀시티 일원이 될 수 없는 거죠. 뭐,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길이 있고, 나는 나의 길이 있겠지.



그 후로 스팀 가격이 낮아지고, 같이 글을 쓰던 많은 분들이 스팀잇을 접었어요. 이것저것 개인적인 일이 겹치며 스팀잇과 서서히 멀어지고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사라졌어요. 글 쓰는 게 좋았고, 사람들과 여기서 노는 게 좋았는데 놀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고, 대부분이 투자 얘기만 하니까 재미가 없었거든요.


스팀잇을 하지 않을 때도 라라님(@roundyround)과는 간헐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다른 SNS로 교류했어요. 라라님 글을 좋아하는데다가 직접 만나보니 글로 만나는 것보다 더 좋았거든요. 제가 ‘본질대화클럽’이란 정체 불명의 대화클럽을 만들어본다고 말했을 때 라라님은 바쁜 와중에도 고민 없이 I’m in을 외치셨어요!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아니 라라님에겐 스팀시티가 있는데 왜 이 요상한 클럽에 in하시지.

본질대화클럽의 첫 모집은 여러 이유로 중단되었어요.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어느 날, 문득 라라님께 도움을 청하자는 용기가 생겼어요. 혹시 저에게 일주일에 2시간씩 내어줄 수 있겠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라라님이 너무 흔쾌히 좋다고 해주셨어요. 그렇게 저의 본질대화클럽이 시작되었죠.

라라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스팀잇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다른 사람 다 떠나도 라라님은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거든요. 아 그럼, 나도 돌아가서 마구 글 써야 겠다. 또 이전에 잘 이해되지 않았던 스팀시티의 정체성과 목적 색깔에 대해서도 하나씩 알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스팀에 대한 확신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스팀시티가 떠나지 않겠다면 난 스팀잇에 in해야지.


스팀잇을 떠나 있는 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자주 하는 생각은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뭘 좋아할까?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였고요. 과격하게 답하자면 전 사랑하고 싶어요. 이해관계 없이 한 사람을 온전히 알아가고 싶고요. 이왕이면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어떤 매개도 없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을 오래오래 알아가고 싶어요. 저는 그 대화를 ‘본질대화’라고 불러요. 제 인생에서 저를 지우고 시간을 지우고 조건을 지웠을 때 남는 일, 제일 하고 싶은 일은 그런 일이죠.

그런 대화를 하면 글이 쓰고 싶어요. 사랑과 에너지로 차오르고요, 그 글에 그 기분을 담을 수 있을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해요. 찰나의 쾌락이 아니라 충만하고 은은한 기쁨이죠. 물론 그런 기적 같은 일은 자주 벌어지지 않아요. 그럼에도 그런 순간을 만들고 그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데 제 인생을 쓰고 싶어요.

스팀시티는 그런 저와 닮았어요.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기존 문법에 벗어나 있고 상당히 직관적이고 과격하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사람이고 사랑이란 점까지도요. 운 좋게 총수이신 라라님과 교류하며 어떤 사람인지 알게되고 믿고 사랑하게 되었기에 저 역시 주저없이 ‘I’m in’이에요.

이제는 기대하고 싶어요. 아니 누군가를 기대하게 만들고 싶어요. 전 운이 좋았기 때문인지 조심스러웠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사람에게 배신당한 적 없어요. 속았다는 증거를 보기 전까지 한치의 의심 없이 100% 믿고 진심을 다해요. 앞으로 만들어질 스팀시티의 그림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또 마음을 다해 함께 색을 칠해보고싶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p.s. 긴 글을 쓰고, 긴 글을 읽는 걸 좋아합니다 :D

-2021년 5월 12일, by 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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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ears ago 

고물님에게 추천권을 쓰게 되어 기쁩니다. 달립시다!

소듕한 추천권을 품에 들고 달릴게요!!

 3 years ago 

글만 읽어봐도 정말 좋은 분 이시군요. 좋은 분을 좋아합니다. 저도!!

어릴 적 '좋은 사람이 될게.'라고 적었는데 이렇게 오늘 듣게 되니 기뻐요. 반가워요.
소연신님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3 years ago 

가든이 실제 이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예전에도 알게된 분들은 있지만 ㅋㅋ 가든이라고 불러 주시는게 저도 더 익숙해요! 반갑습니다 ^^

아하! 그럼 역시 가든님이라고 부를게요 :D

 3 years ago 

좋은 분을 뵙습니다. 닉 "고물"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지네요. ^^

반가워요. happycoachmate님 뭐라 부르면 좋을까요?

제 닉은 사실 별뜻이 없는데, 사람들이 궁금해해서 뒤늦게 의미부여를 했지요.
말그대로 오래된 물건, 빈티지같이 편안한 사람이 되고싶다는 뜻이에요:D

앗! 저도 에임 투자자인데 ㅎㅎ
스팀시티가 다시 활발히 진행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

오 스팀에도 에이머가 또 계시는군요 ㅎㅎ!
스팀시티도 스팀잇도 역동적인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3 years ago 

반갑습니다!

그런 대화를 하면 글이 쓰고 싶어요. 사랑과 에너지로 차오르고요, 그 글에 그 기분을 담을 수 있을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해요. 찰나의 쾌락이 아니라 충만하고 은은한 기쁨이죠. 물론 그런 기적 같은 일은 자주 벌어지지 않아요. 그럼에도 그런 순간을 만들고 그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데 제 인생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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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물님이 1기신줄 알았어요 지금까지 ㅋ

아니 택슨님 ㅋㅋㅋ 저도 택슨님 1기인줄 알았어요. 지금 알았네요.
위즈덤 레이스 동기가 택슨님이라 더욱 좋네요 후후 :D!!

 3 years ago (edited)

고물님은 세계의 심장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보얀님은 말로 사람을 녹이시는 신비한 능력이 있으시고요.
크읍 ㅠㅠ 감동 받았어요.

 3 years ago 

어떠한 접점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되는 건 정말 신기하고도 마법적인 일이에요. 스팀시티라는 도시 아래서 각자 밭을 일구고, 놀라운 일을 함께 만들어가며 닿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에 닿으면 좋겠어요. 우리.

여기 너무 신기한 곳이죠. 여기서 만난 모든 인연들이 소중해요. 그중에 한분이 젠젠님인 것이 너무나 좋구요. 열심히 씨앗을 뿌리고 밭을 일굴게요. 멋진 걸 해요.
가끔은 무기력하게 누워있겠지만 다른 분들이 격려(채찍질)도 해주시겠죠ㅋㅋ
사랑하고 행복해져요, 우리 :D

 3 years ago 

환영합니다. 드디어 in! 하셨군요! 바라기는 [스팀시티]안에서 실패하는 경험을 꼭 해보셔요. 성공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스팀시티]안에서 실패하는 일은 참으로 값지답니다.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다른 어떤 말보다 스팀시티 안에서 값진 실패를 해보라는 말이 너무 좋네요 :D !

 3 years ago 

보파관리 때문에 못들려서 미안해요. 앞으로는 우렁각시 처럼 어쩌다 보팅할께용. 제맘알죠? 우선, 리스팀만

피터님 진심 1도 상관없이 괜찮아요 ㅋㅋ 글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 :D 저도 업뷰를 쓰니 괜찮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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