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100] 서점의 일 - 이건 낭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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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일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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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 환경을 즐기되 책이 주는 경험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소중한 시간을 들여 서점을 찾아 자아 탐색에 나서는 ‘프로’소비자가 있다. 대상의 가치를 싼지, 비싼지로 판단하는 ‘아마추어’와 달리 ‘프로’는 스스로 가치를 정한다. 서점은 가게와 지역성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프로 소비자들의 미의식과 가치관을 ‘데이터’로 삼아야 한다. 그 데이터가 ‘문화’가 된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의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서점,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지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는 서점이 살아남을 것이다. 서점을 비롯해 작은 가게를 견디게 하는 힘은 오직 하나. 새로운 욕구와 새로운 기술이 피고 지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는 것, 삶의 태도를 만들고 지속하는 것뿐이다. 그 일이, 그 공간이 ‘문화’가 되는 것이다.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공간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윤동희 북노마드 대표, 272p



독립책방, 독립서점을 연다면 가장 궁금한 건 먼저 서점을 시작한 앞선 이의 경험이다.
다양한 지역에서 각기 다른 이유와 마음으로 서점을 꾸리고 있는 9명의 독립서점 주인 혹은 매니저와의 인터뷰집이다.
서점의 일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업의 관점에서 서점을 바라보는 인터뷰로 훗날 서점 주인을 꿈꾸는 독자에게 꽤 도움이 된다.
서점에서 보내는 자세한 일과, 살아남기 위해 신경 쓰고 노력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공통 질문과 그 서점에 특화된 질문도 골고루 던져 인터뷰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볍게 빠른 속도로 책장을 휙휙 넘길 수 있다.
관점에 따라 여러 갈래로 읽히고 다른 의미로 남을 수 있다.
의외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발견하거나 자신의 공간을 꾸리는 데 빛나는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독립책방, 서점도 하나의 답이 있는 게 아니지.

본질적으로 서점도 가게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만의 의미를 얻는 장소로 오래오래 지속하기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지역에 녹아들어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 되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다. 언뜻 비슷할 것 같지만 각기 다른 그 서점만의 철학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던지는 말을 찾으면 정신이 바짝들었다. 구체적으로 잡무가 얼마나 많을지 얼마나 수익을 만들기가 녹록지 않을지도 예상이 된다.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로 정작 책방을 열게 되면 책 읽을 시간이 없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만 읽거나 그런 책만 들여놓을 수 없을 거란 점이다.

모두 '균형'을 말한다.
시장과 독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익은 필요하다. 절대 책만 팔아서는 수익을 감당해 낼 수 없다고.
자신만의 타협점 혹은 원칙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중판출래에 나온 '바이브스' 출판사처럼 '진짜 만들고 싶은 3권의 책을 위해 시장성이 좋은 7권의 책을 만든다'와 같은. 동시에 여기저기 우후죽순 생기는 비슷한 공간이 많기 때문에 그 서점만의 확실한 색깔이 필요하기도 하다.

결국,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잘하는 것'부터 출발하고 본질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언제든지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본말이 전도되고 원치 않은 일에 휘말린 인생을 살 게 될지도 모르니. 겸허하게 주변과 사람들에게 많이 배우고 그들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점은 절대로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마치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 관계를 쌓아가듯이 99가지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하고 싶다는 비장한 결의는 서점을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다.


철없이 버리지 못한 낭만 1g을 걷어주던 서점도 결국 가게라며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동아서점 대표님의 말. 물론 동아서점은 오랜 역사를 가진 제법 규모가 있는 큰 서점이긴 하다. 그 역사만으로도 다른 서점은 흉내 내지 못할 색을 지니게 된 셈이고. 세상 사람들이 네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누군가의 조언이 겹쳤다.

또한 요새 많이 이야기되는 ‘큐레이션’이라는 것도 어쩌면 극히 일부 독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손님이 ‘직접’ 책을 읽고 고르는 경험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손님이 책에 몰입한 그 순간에, 우리는 잠시 배경으로 물러나거나, 어쩌면 그렇게 배경 속에서 희미해지는게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책을 읽는 사람과 책, 오로지 둘만 남도록 말이에요. 따라서 큐레이션이나 각종 기획전을 선보일 때 지나치게 설명적이거나 과도한 유머는 삼가려고 합니다. 그럴싸한 말들로 손님을 현혹하는 게 아니라, 손님이 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준비하고 배려하는 게 서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 -25p



앞으로의 서점의 색과 역할에 대해 특히 공감이 가던 말들

독립 출판물의 레이블 역할이 좀 더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독립 출판물 시장은 앞으로 다양해지고 확대될 것입니다. 동네 책방에 독립 출판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책방 고유의 성격과 결을 함께하는 작가들과의 협업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의선 대표, 84p

이제 ‘책 문화’는 ‘개인’의 취미였던 독서의 틀에서 벗어나 경험과 공감, 즉 ‘소통하는 콘텐츠’로 가능성이 무한히 확장되고 있어요.
저는 책방을 되도록 오래오래 운영하고 싶어요. 자신의 취향과 속도와 방향을 잘 알고 그것을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잘 표현하는 책방, 남해의 감성을 잘 드러내는 책방으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책방, 박수진 대표, 127p

책을 판매만 하는 곳보다는 책을 연구하고 직접 만드는 책방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공방이나 실험실, 연구소 같은 개념이라고 할까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기획과 글쓰기, 편집, 디자인, 제작, 유통 등의 과정을 연구하고 배우는 공간이요. 제작자와 판매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궁극적으로 어떤 책들을 세상에 살아남도록 애쓰는 공간이겠죠.
-취미는 독서, 김민채 대표,199p

이제 책방/서점이 판매하는 것은 ‘종이책’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얀정원, 홍예지 대표, 홍예린 매니저, 229p

하지만 이제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자아탐색’입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막연한 무엇’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바로 이것’을 찾고자 하는 바람, 그리고 이 독특한 취향을 나와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찾고자 하는 소망이 지금의 변화를 만들고 있어요.
-하얀정원, 홍예지 대표, 홍예린 매니저, 231p


향후 서점을 열거나 공간을 만들 때 꼭 기억해두고 싶은 말들 말하자면 용기 버튼이다.

대형 서점이 존재하는데도 작은 서점을 찾는 이유는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갖는 매력 때문일 거예요. 서가에 꽂을 책을 고르고 맥락을 만들어 진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방 의자에 앉았을 때 조명의 밝기나 공간의 온도, 향기 같은 여러 요소들을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이의 감촉이나 잉크 냄새 같은 실제의 감각을 살아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거죠.
-어쩌다책방, 김수진 디렉터, 윤지희 매니저, 136p

작위적으로 콘셉트를 정하기보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봅니다.
-책방 연희, 구선아 대표, 185p

'창업을 하자. 공간을 열고, 글을 쓰고, 계속해서 책을 만들자. 모든 것에 내 이름을 걸고 책임지고, 온전히 나로, 나답게 살자. 내가 사랑했던 풍경을 여기에 만들자. 이 도시가 오롯이 내 것이 되게 하자.’
-취미는 독서, 김민채 대표, 189p

가게라는 공간은 ‘핫플’이 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장소를 개방하고 그곳에 모이는 손님에게 무언가 길을 제시하는 것도 가게의 일이다 서점이 해야만 하는 핵심 업무만 하고 나머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 서점을 하고 싶었을 때 꼭 하고 싶었던 일. 그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진지하게, 경쾌하게 하면 된다.
-윤동희 북노마드 대표,274p


-2021년 5월 20일, by 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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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서점의 일 정말 생생한 글이 담겨있는 책이었다는 ㅎㅎ 이런 현실조언 가득한 경험자의 이야기 도움 많이 되는것 같아요.

옆에 앉아 이야기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주로 듣던 대사는 '정신차려! 이건 만만하지 않아.' 하하하.

서점 근무원이나 도서관 사서들은 힘들면 책 또는 책장에 파묻히는 악몽을 꾼대요.ㅎㅎ

누군가에겐 길몽일텐데
상상도 못한 악몽이네요. 역시 일이란 일인 걸까요?

 3 years ago 

결국,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잘하는 것'부터 출발하고 본질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창작이든 일이든 다 똑같았었군요

저도 정리하고 쓰면서 항상 고민하던 문제잖아라는 깨달음이
하지만 다음 번에 또 고민을 하겠죠 ...ㅋㅋ

 3 years ago 

요즘의 서점은 점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하더군요.
거기에 음료와 카페의 기능까지 함께...
작은 서점들은 더 설 자리가 없어져가고...
옛날이 그리워져요...

시대가 변하니 서점도 적응하는 수밖에요.
점점 작은 서점들이 버티기 어려워질거라고 하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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