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강(in 반딧불강) - 미야모토 테루

in #bookste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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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강(Muddy River)> In [반딧불 강(River of fireflies)]by 미야모토 테루 Miyamoto Teru

<흙탕물강>은 미야모토테루의 두 강 시리즈 중 하나격인 단편으로, 하나의 소설집으로 출간된 [반딧불강]에, <반딧불강>과 함께 실린 독립적인 하나의 단편소설이다. 두 작품 다 너무나 훌륭하여 각각의 리뷰를 써보기로 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시골에는 우리가 ‘냇가’라고 부르던, 동네어귀와 다른 동네로 나가는 큰 길을 이어주던 다리를 가운데로 한 개천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멱을 감고, 어른들은 고기를 잡거나 빨래를 할만큼 제법 큰 개천이었다. 평소에는 물살이 잔잔했지만 비라도 한번 심하게 온 날이면 어김없이 개천의 물이 불어 다리를 넘겼고, 그 다리를 지나 학교를 가야 했던 우리들은 엄마아빠에게 업혀서 건너서 등교하거나, 그마저도 못할만큼 심하게 물이 오르고 물살이 강해지면 학교에 가야하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의 발이 묶이곤 했다. 냇가의 물이 점점 차서 냇가에 면해있던 논들까지 다 채우고 동네까지 침수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어른들이 동네어귀에 모여서 저마다 한마디씩 걱정거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어른들 어깨너머로 보이던, 냇가를 덮었던 그 엄청난 물살의 물이 바로, ‘흙탕물’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그려내는 이미지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어린시절 보았던 그 냇가의 흙탕물이 강하게 오버랩되면서 그때 어린 마음에 가졌던 그 마음의 동요가, 어린 ‘노부오’ 의 마음에 깃든것은, 이 소설을 읽기에 약이었을까, 아니면 독이었을까...

노부오는 두 개의 강줄기가 교차하여 강물이 흙탕물이 되어 흐르는 아지강에 자리한 세 개의 다리 중 ‘하타테쿠라’ 교 곁에 있는 우동집 ‘야나기’의 여덟살 난 아들이다. 전쟁 직후 차린 가게가 그 일대를 오가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허기를 해결해주고, 고단한 삶들에 진한 위로를 건네다보니 어느새 그곳은, 우리가 매일 가는 스타벅스이자 세븐일레븐 쯤 되는 곳이 되었다. 그 속에서 또 그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노부오네 가족의 모습은,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마치 흙탕물이 되어 동네어귀까지 들어찬 냇가의 홍수를 걱정하며 서로에게 진지하게 말을 건내던 옛날 그 동네의 어른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야나기 식당을 매일 지나며 하루를 쉬어가던 수레끌던 마부, 노부오네의 오랜 친구였던 한 사내의 끔찍한 사고 이후에 외롭던 노부오에게 ‘기이치’라는 친구가 생겼다. 어느날 갑자기 강 언저리에 떠 있는 작은 배 한척이 기이치와 누나 ‘긴코’, 그리고 얇은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둔 건너방에서 생계를 위해 매춘을 하는 엄마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던 그 가족을 따듯하게 받아준 노부오의 가족과 빠르게 가까워지지만, 어린 마음 속 깊숙하게 자리잡은 기이치의 상처와 분노는 어린 노부오가 감당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가난은 불행이고, 어른이 악이 되는 단순한 이분법은 이 세상에 적용할 수 없지만, 너무도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에 비춰지는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나 날 것 그대로라 그것들을 담아내는 아이들이 어느새 둔감해 진 듯 보이지만, 어떤 아이는 둔감해 지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외면하고 외로워지거나 슬퍼지며, 너무나도 화가 나있어 그것을 해소하지 못해 안으로 안으로 타들어가기도 한다. 그 어린 아이는 바닷가에서 잡아올린 게들을 기름에 담가 불사르며, 그것을 보고 노부오에게 묻는다.

“멋지지?”

어른들의 은밀한 세계를 보아버리고 기이치와 긴코 앞에서 무너진 노부오도, 우리도 알지만 알은체 안하니 너도 그저 모른체하렴... 말없이 부탁하던 기이치와 긴코도... 더이상 가까이할 수 없는 더 더럽고 긴 흙탕물 강을 사이에 두고 멀어진다.

어떤 사람은 아주 오랜시간 보아와서 오래 기억에 남지만, 어떤 사람은 아주 짧은 시간 잠깐 만났는데도 평생 잊혀지지 않을 때가 있다. 노부오도 기이치도 서로에게 후자의 그리움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거칠고 힘겨운 삶이 녹아 흐르는 흙탕물강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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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동네 풍경이 우리동네 인줄알았어요
가난은 어른들이나 아이들에게 큰상처만 남기네요
그래서 가난은 죄 라는 말이 맞는것 같아요
아이들이 좀더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바램이 드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이야기 였어요 제미있게 잘읽었어요 ~~

감사합니다.

Thank you in advance for nice post @bookkeeper ◕ ‿ ◕✿

어른들의 여러 복잡한 사정을 아이들의 눈으로 이야기하는 소설인가보네요...... 왠지 등장인믈의 배경도ㅜ다채로울거 같고.... 이야기가 담담하게 서술될듯한 느낌이 드네요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담담하고 소박하게... 미야모토 테루 특유의 묵직함이 있어요. 이야기가 다채롭거나 등장인물이 다양하지는 않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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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짱짱맨!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셨어요!

물살이 빠른 개천은 거의 흙탕물이죠. 여기에는 가재부터 작은 치어들도 제법 살고 있는데, 그것들을 잡아서 요리 해먹던 추억도 있고 또한 비가 많이오면 건너가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도 나네요.

감사해요 yangmok님! 많은 사람들이 그들만의 기억 속에 흙탕물을 기억하고 있을 듯요^^

더 좋은 환경이었으면 조금 더 아이답게 자랐을까요~(요약만 보고 생각하다보니 ^^;; )

가장 중요한가죠. 어릴 때 주어진 환경은 반드시 좋은 쪽으로 작용합니다 자라면서.

아마도 어릴적 경험에서 나오는 아주 섬세한 인간심리를 묘사한 소설 같습니다. 이 책은 참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다른 책보다 강하게 드는군요.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제 어린 시절 살았던 곳과 오버랩되는데, 아주 비침한 환경에 시는 아이들이 나와요ㅜ 가슴 아프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에요

오랜만이시네요. 저는 일본 소설은 하루키말고는 잘 찾아 읽게 되네요. 점점 더 그런것 같아요. 성장 소설 참 좋아라 하는데... 아! 책을 읽어야 하는데... 아!

ㅋㅋ 읽어보심을 추천합니다!

여운이 남는군요. 직접 읽어봐야겠네요.

읽어보시고 이야기 해 주세요~^*

세상에 읽어야할 책은 참 많네요. 리뷰해주신 책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줄거리를 떠나서 저 어릴때제가 살던 동네에도 천이 있었는데 아이들끼리 조그만 꽃게도 잡고 그랬거든요 ^^ 지금은 오염되고 냄새도 심해서 기피하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그 어릴 때의 냄새나는 천이 기억에 난다면... 아마 이 책이 마음에 와 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차려놓은 밥상이 좋아서 그 집이 좋아지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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