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라보 후기] 춘자 X 향기영성 X 길 위의 술 X 본질대화클럽

in #bonjclub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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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전에 후딱 허락없이 기록해 보는 특별한 오늘,
with @choonza @roundyroundy @zenzen25 @peterchung

춘자 선물꾸러미에 들어가는 오일을 만드는 공간을 빌려 함께 작업하는 겸, 이왕 빌린 공간에 서로의 색을 담아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자며 라라님이 귀한 초대를 해주셨다. 대답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Yes이다.

조용한 이태원 골목가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안락하고 예쁜 공간. 젠젠님은 술에 진심이셨다. 쉐이커는 물론 무지막지한 레몬즙 짜기 도구까지, 그야말로 바텐더 젠이다. 바질을 잔뜩 빻아 만든 칵테일, 꽃 얼음에, 애플민트가 잔뜩 들어간 모히토, 의외로 자신을 곰손이라 칭하며 쿨하듯 무심하듯 그러나 모든 과정을 허투로 넘기지 않고 아주 세심하게 진심을 담아 칵테일을 만들어주셨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오시다니 술에 대한 젠젠님의 사랑이 느껴졌다. (어디서 배우셨냐는 나의 질문에 네이버가 다 가르쳐준다고)

맛있는 빵은 사랑이란 생각이 들어 괜찮아 보이는 빵집을 찾아 빵을 잔뜩 사갔건만, 그곳에는 이미 빵이 있었다! 그래서 빵 파티를 벌여도 좋을 만큼 풍족한 빵이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피터님을 만났다! 조금 늦은 피터님께 벌칙을 주어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럼 어쩔 거냐고 묻는 피터님께 젠젠님이 ‘엉덩이로 이름 쓰기’라도 시킬 거라고 말하자 피터님이 질색팔색하셨다. (하하하)

젠젠님이 만들어주신 칵테일을 웰컴 드링크로 마시며 시작한 모임, 라라님이 오늘 모이게 된 취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제일 먼저 오일을 배합하기로 했다. 안 할 것처럼 말하던 피터님은 하나하나 오일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면서 냄새를 맡게 하고 맛도 보게 해주셨다. 혀끝에 남은 치과 향이 사라지지 않았다(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서양에서는 향을 단순히 기분이나 감정의 환기 도구가 아니라 치료의 방편으로 사용하다니 너무나 신기했다. 레몬그라스, 유칼립투스, 라벤더, 사이프러스, 유향. 어떤 향은 너무 강하거나 거부감이 들기도 했는데 다른 향과 섞이면서 점점 더 좋은 새로운 향이 나는 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침한 눈에 좋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향이 완성되었다.

넷이 나눠서 하니 또 신문물 스포이드를 사용하니 생각보다 작업이 일찍 마무리되었다. 두 시간 남은 시간동안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즐거운 대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보통 사람들에게 궁금한 100개의 질문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젠젠님의 크루즈 투어를 보고 한 도시에서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고 관광지 한 곳, 음식 하나, 술 한 잔을 테마로 정한 것에 영감을 받아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해보기로 결정했다.

  1. 대화에 관하여: 평소 대화 스타일, 누구와 대화를 하는지, 좋아하는 대화 주제가 있는지 등등
  2. 씀이 없는 일상: 글로 표현하지 않은 나머지 시간, 세 분의 일상이 궁금하다.
  3. 연결: 다른 사람, 사회에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개인적 고민과 사심을 담은 질문

대화를 하다보면 언제나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 오늘 대화를 하면서 새로 깨달은 사실은 나는 나의 속마음, 감정, 생각, 내면에 관련한 일정한 대화 시간 없이 삶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데,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알고 있었지만 내가 예상한 대화의 흐름과 언제나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데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올 때 그게 너무 좋다.


앞으로 피터님을 생각하면 맵시와 바질, 피터님의 시간을 거꾸로 흐른다, 그리고 거짓말이란 단어가 떠오를 것 같다. 하하. 다이어트 중이신데 우린 악마처럼 피터님을 꼬셔서 빵과 생선을 먹게 했다. 막내 취급 해주신 것도, 마사지를 해주신 것도, 오일을 선물해주신 것도 일용한 양식을 사주신 것도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적어 놓고 보니까 받은 게 너무 많다.

젠젠님은 말을 너무 재밌게 하시고 활기가 넘친다. 젠젠님은 조용한 분위기를 가만히 두지 못한다. 그런데 의외로 극강의 F기질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만나는 젠젠님에게 게으름이란 단어가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데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막 꼬치꼬치 질문을 마구 던지고 싶다(허락해주신다면). 이런 말을 하면 질색하실 것 같지만, 젠젠님은 겸손해서 배울 점이 너무 많고 흥미로운 사람이다.

라라님은 일관적인 사람이다. 보통 둘이 만나는 것과 여럿이 만날 때 사람은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나 라라님께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게으른 작가들을 카리스마 있게 채찍질하는 리더 같으니라고! 그렇지만 라라님은 배부름을 참지 못하신다. 오늘처럼 계속 재밌고 연결되는 아름다운 일을 벌여주시길.

오늘 만나 많은 에너지와 웃음 또 일용한 양식을 주신 피터님, 젠젠님, 라라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보내시고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길. 아 그리고 피터님 꼭 목표 이뤄서 오일 받으시길!!!


-2021년 4월 28일, by 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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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님 덕분에 정말 유쾌한 대화였어요!! 오늘의 웃음포인트를 명료하게 참 잘 짚어주셨네요 ;-) 피터님 비록 생선구이 큰 거 2토막 드셨지만 오일은 받으실 수 있을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요 ㅋㅋㅋ 피터님 4주 후 먹방 기원합니다 🥳

훈훈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좋은 시간이 계속되시길...

기쁨을 주는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아고라님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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