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델리의 국빈관 나이트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델리는 종잡을 수 없는 도시이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도시의 면면은 물론 상상할 수 없는 모습도 가지고 있다. 좁은 길에 찌린내가 진동하고 소똥이 늘어선 빠하르간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kfc나 nike 같은 프랜차이즈와 브랜드 상점이 원형으로 정렬된 코넛플레이스가 나타난다. 아파트와 온갖 화려한 쇼핑몰이 있는 신도시가 있는가 하면 어두운 밤, 거리에서 동물원에나 있을 법한 코끼리를 마주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초보 여행자 티를 내면 릭샤꾼들은 눈빛을 번뜩이며 달겨 들고, 상인들은 여행자의 등을 쳐먹기 위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고 등을 돌리면 다급하게 ‘마담, 마담, 하우 머치, 하우 머치 유 원트’를 외쳐댄다. 델리에서는 그래서, 정신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한다.

카페 두레를 하며 인도를 찾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델리는 여행지라기 보단 라다크를 가기 위한 중간 정류소에 불과했다. 티베트 난민들이 모여 사는 마주누까띨라에 짐을 풀고 티벳 음식을 먹고 라다크로 가는 비행기 시간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시간을 늘 기다리기만 했다. 카페 두레를 정리하던 해, 우리는 언제 다시 올지 요원한 델리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만으로 쓰는 것은 아까워 클럽을 가기로 했다. 이따금 현지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클럽을 가본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델리의 힙한 클럽은 도시 외곽에 있어 택시를 왕복으로 대절해야만 했다. 네이버 상에서 ‘델리 클럽’을 검색했을 때 제대로 된 클럽 같은 건 전혀 나오지 않던 시절이었다. 누구에게 묻지 않고 온전히 영어 검색으로 찾은 클럽은 델리 중심에 있는 아쇼크 호텔의 캐피톨이었다. 핫한 호텔 클럽이라는 블로그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강남이나 이태원, 부산에서 가본 호텔 클럽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긴장된 마음으로 근처 지하철 역에서 내려 호텔을 찾아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캐피톨은 가본 적도 없는 국빈관 혹은 지방 관광 나이트를 떠올리게 했다. 젊은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고 나이 든 아줌마 아저씨들이 득실거렸다. 가운데 널찍한 스테이지가 있고 구식의 소파와 테이블들이 벽면을 따라 놓여있다. DJ 레몬은 인도 노래만을 끊임없이 틀었다. 우린 입장료가 아까워 술을 한 잔 마시며 이 가망 없는 공간이 달아오르길 기다렸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낯선 인도 노래에 어떤 춤을 춰야 하는지도 난감했다. 전혀 흥이 오르지 않은 채 어색하게 어깨를 들썩거렸다. 주변의 인도 아줌마 아저씨들은 툭하면 춤추는 장면이 튀어나오는 볼리우드의 민족답게 덩실덩실 신나게도 춤을 췄다. 빨간 옷을 입은 아줌마는 캐피톨에서 유일한 동양인인 우리가 신기했는지 우리 곁을 맴돌며 춤을 췄다.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섹시함을 어필하는 춤을 추다 J에게 말을 걸고 싶어 무어라 무어라 귓속말을 걸었지만 말은 닿지 않았다. J는 귀에 아줌마 침이 묻었다고 질색을 했다. 힙한 호텔 클럽을 상상한 우리에게 주어진 지방 나이트는 호텔 이름처럼 '아 쇼크'였지만 역시, 인도, 역시 델리라며 웃어 넘길 수 밖에.

나이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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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어서 여성들은 잘 안가리라 생각한 게 고정관념이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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