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담담하게 2

in #kr6 years ago

숙소 옥상에 마련된 투숙객들의 공용 공간에는 텔레비전이 한 대 있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가끔 올라가 보면 어둠 속에 그 시커먼 네모상자가 홀로 번쩍이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 모습이 퍽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리아까지 와서 무슨 텔레비전이냐 싶지만, 잠들 수 없는 밤은 참 길었다. 채널은 언제나 'FASHION TV'에 고정되어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그들이 몸을 흔들어대며 카메라를 향해 재잘거릴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 걸린 유리잔 안의 술이 찰랑거렸고, 몇 분 간격으로 반복되는 똑같은 광고에서는 끈적한 목소리를 가진 여자가 'f에쉬언 티이브이'라고 섹시하게 읊조렸다. 나는 평생 텔레비전이라고는 보지 못한 사람처럼 입을 떡 벌리고 화면을 바라보다가 그 끈적한 목소리를 과장되게 따라 하곤 했다.

"우리 베이루트에 갈까? 파티도 가고..."
"이 꼴을 하고 파티는 무슨 파티. 문 앞에서 쫓겨날걸."
"옷 같은 것은 여기서 사가면 돼. 아까 보니까 막 보석 박힌 구두 같은 것도 팔던데."

중동의 파리, 베이루트는 밤마다 그렇게 나를 유혹했다. 아름다운 지중해와 연일 이어지는 파티, 흥청거리는 분위기와 같은 것들이 왜 그렇게도 마냥 그리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서서 어깨를 훤히 드러낸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뾰족한 하이힐을 신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춤을 추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틈이 날 때마다 베이루트 여행 정보를 모았다. 시리아 팔미라니, 요르단 페트라니 하는 곳들은 앞으로의 계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고대 유적에 대한 관심이 애초에 크지 않다. 예전에 인도에서 만난 한 여행자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 안 보면서 그게 무슨 여행이냐고 훈계하길래 몇 날 며칠 동안 함께 여행하며 그에게 주었던 마음을 단번에 거둔 적이 있었다. 또 누군가는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이나 시장과 같은 장소를 찾아야만 진짜 여행의 의미를 알 수 있다고 대학생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해댔다. 속으로 진짜 비웃었다. 진짜 여행? 그게 다 뭐람. 내 여행을 특별한 무언가로 만들고 싶은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돈, 시간 이 두 가지 있으면 된다. '떠날 용기(?)' 이런 것도 사실 돈과 시간이 있다면 언제라도 생길 수 있는 마음 아닌가? 어쩐지 배낭여행자들에게 욕먹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 해야겠다...

베이루트에 가져갈 연미복(?)을 생각하다가, 앞방에 머무르던 유럽인 배낭여행자 무리가 터질듯한 배낭을 낑낑대며 짊어지던 모습이 떠올랐다.

"내 배낭 안에 든 것이 다 뭔 줄 알아? 비누야. 비누! 이건 진짜... 어메이징한 비누라고. 비누만 3kg 샀어. 이거 들고 가려고 원래 갖고 있던 옷가지들까지 다 버려버렸다니까?"

올리브 비누를 사 가느라 갖고 있던 짐까지 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보석 박힌 구두였다. 사실 시장 상인들이 써보라고 건네주는 올리브 비누 조각을 몇 개 받아다가 여행하는 내내 써보고는 사두지 않은 것을 후회하긴 했다. 그 비누로 샤워를 하고 머리카락을 감으면 세상에 살결도 머리카락도 어찌나 보들보들해지던지!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와서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을 마저 써버리고는 역시 사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몸에 닿는 것들은 대부분 그 지역의 해와 바람과 물과 만났을 때 비로소 제 진가를 발휘하곤 했다. 올리브 비누가 특별히 알레포에서 유명해진 이유가 반드시 있는 법이니까.

한낮의 더위에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은 알레포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고, 우리는 찾아온 밤이 반가워 해가 지면 알레포 곳곳을 쏘다녔다. 번화가는 쏟아져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눈에 불을 켜고 파티에 신고 갈 구두를 찾아다니다가 쿵짝거리는 음악이 흘러나오길래 시커먼 유리문을 열고 들어간 한 의문의 장소에서는 금발의 여성들이 속옷만 입은 채로 단상 위의 봉을 끌어안고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우리를 쳐다봤는데 너무 당황해서 뒷걸음질 치면 무서운 일이 생길까 봐 '아, 여기 음악 내 스타일 아니야'하는 느낌으로 뒤돌아 나왔다.

시리아의 케밥은 어딜 가나 끝내주게 맛있었다. 케밥을 사 먹으러 가면 꼭 콜라를 시켰는데, 빨간 코카콜라 캔 위에 아랍 글자가 꼬불거리고 있는 그 모양이 좋았다. 내게는 그것이 정말 낯설고 동시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온몸을 감싸는 옷을 입고(심지어 장갑까지 끼고) 눈만 내어놓고 있는 여자들이 화려하고 야시시한 속옷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또한 아랍 글자가 쓰여있는 코카콜라 캔만큼이나 낯선 것이었다. 걷다 보면 속옷 상점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쇼윈도에 진열된 속옷의 디자인들은 하나같이 어마어마하게 야했다. 그래. 어디에나 그 이유가 반드시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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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po, syria, 2009


학원에 다니며 영어 공부에 한창이라는 모하메드를 제외한 올라비 카페의 나머지 친구들은 거의 영어를 할 줄 몰랐다. 그중 한 친구가 우리에게 아랍어를 가르쳐주겠다며 나섰다. 카페 직원 중 가장 덩치가 큰 그는 고작 열일곱 살이었는데, 그 친구가 가르쳐주었던 단어 중에는 '동물원', '지우개'와 같은 것들도 있었다. 여행하면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단어들도 아니고, 이런 말을 어디에 써먹겠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그가 너무나도 열심이어서 그를 만족시킬 만큼 완벽한 발음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따라 하고 또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잘은 몰라도 이토록 소리내기 어려운 언어는 세상에 또 없을 것이다.

모하메드는 영어학원 친구들에게 우리들 이야기를 했다며, 일이 끝나는 시간에 카페로 부르겠다고 했다. 어느 날 저녁 큰 키에 조막만 한 얼굴을 가진 예쁜 여학생과 볼록 나온 배가 인상적인 남학생이 카페로 찾아왔다. 우리들은 으레 그렇듯이 교과서적인 인사말을 서로 주고받았다.

"너희는 한국에서 왔니?"
"응."
"북한? 남한?"

변함없는 질문. 여행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북한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통과의례와도 같았다. 시리아 사람과는 대화의 내용이 조금 달랐다. 시리아는 북한 정부와 단독 수교를 맺은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였으니까.

"시리아 정부는 북한 정부랑 친하지. 북한 사람들도 시리아에 꽤 살고 있어."
"그래? 나는 살면서 북한 사람을 만나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시리아에 사는 북한 사람이라...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이질감에 두 눈을 끔벅이고만 있는 내게 그가 다시 질문을 건네 왔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어때? 너희들은 일본 사람을 좋아하니?"

남북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다음은 한일관계. 레퍼토리다. 외국인이 역사적 맥락에서의 한일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한도 끝도 없이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국적 하고는 상관이 없어."
"그래도 제너럴리.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을 좋아해?"

나는 으레 그래 왔듯 '사람마다 달라' 정도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종교는?"

아. 드디어 종교다. 터키에서 만났던 터키 친구와 같이 모스크에 간 일이 있었는데, 그 이후 무슬림과는 종교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나와 같이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카이세리라는 도시의 한 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우리는 시내 전경을 보기 위해 동네 뒷산에 올랐다가 그곳에 위치한 모스크를 방문하게 되었다. 관광지도 아닌 곳에 외국인 여자 둘이 찾아온 것이 신기한지 그 모스크의 이맘은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것저것을 설명해주려고 했다. 잠자코 설명을 듣고 있던 우리에게 그가 물었다.

"두 분의 종교는 뭐죠?"
"종교 없는데요."

우리의 대답에 이맘의 표정은 물론이고, 친구의 표정도 함께 굳어졌다.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이맘의 말을 가로채어 친구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종교를 갖지 않을 수가 있지? 그럼 이 세계는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 나무는? 저 태양은? 이렇게 버젓이 존재하는데 누군가는 저것들을 만들었을 것 아니야.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 증거야. 신은 있어. 지구의 자전축이 왜 기울어져 있겠어? 그래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야. 모든 것에 신의 섭리가 깃들어 있어. 종교를 가져야 해. 어떤 종교든 말이야. 신을 찾고 믿어야 한다고."

종교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의 반응은 꽤 당황스러웠다. 기도를 많이 한다고 해서, 신의 말씀을 잘 섬긴다고 해서, 경전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해서 종교적인 것이 아니었다. 종교가 없다고 했다가는 또다시 신에 대한 한바탕 논쟁이 벌어질 것 같아 대충 딴소리를 늘어놓으며 화제를 돌렸지만, 그의 질문 공세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나중에는 나의 대답이 궁금하다기보다는 배운 영어를 써먹고 싶어 던지는 질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오기가 발동하여 더 주절주절 대답했다. 같이 온 여학생은 가만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모하메드가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눈치였다. 우리는 산책이나 하자며 밖으로 나왔다.

s_2_3.pngallepo, syria, 2009

알레포 구시가지의 골목은 내가 여행을 하며 걸었던 모든 길 중 단연코 가장 매력적이었다. 이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타날까, 저 아치형 문을 지나면 이 길은 어디로 연결될까, 이 이정표에는 뭐라고 쓰여있을까, 저 창문 안쪽의 방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사람들이 돌바닥 위로 바삐 걸음을 옮기며 내 곁을 지날 때마다 오랜 옛날 매일 밤 이어진 세헤라자드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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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po, syria,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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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po, syria, 2009

그리 넓지 않은 작은 광장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우리는 근처 가게에서 주스를 사다가 벤치에 둘러앉았다. 사람들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와 광장 바닥을 미끄러지듯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려왔고, 분위기는 제법 낭만적이었다. 모하메드와 예쁜 여학생이 수줍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배 나온 남학생과의 영어 말하기 대회는 계속되었다. 내 얼굴에 서서히 드리우고 있는 피로를 읽었는지 예쁜 여학생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음악을 재생하더니 이어폰 한쪽을 건넸다.

"시리아 음악이야?"
"아니. 시리아 음악은 다 별로야. 그래서 나는 터키 음악만 들어. 한번 들어봐."

그녀가 내게 처음으로 건넨 말이었다. 아마 몇 번이고 내게 말을 걸고 싶었을 것이다. 남북관계, 한일관계, 종교 따위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터키 음악의 흥겨운 리듬에 어깨를 들썩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베이루트에 가기 전 파티에 어울리는 옷과 구두를 기어코 사고 말겠다고 들른 다마스쿠스의 한 쇼핑몰에서 정말 북한 사람을 만났다. 동양인이지만 중국인 같지도, 일본인 같지도 않았던 그 사람들. 한국인처럼 생겼지만, 도저히 한국인이 아니었던 그 사람들. 말끔한 슈트 차림의 남자가 걸친 재킷에는 사람 얼굴 모양의 배지가 달려있었다. 꼬부랑 아랍 글자가 그려진 코카콜라 캔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파격적인 란제리를 고르고 있던 시리아 여자들과 한국인처럼 생겼지만, 도저히 한국인이 아니었던 이 사람들까지. 그 이상한 기분. 그 낯선 느낌.

며칠 뒤 베이루트행을 포기하고 다마스쿠스에서 다시 시리아-터키 국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아라비아반도에서 녹아 없어지고 싶지 않다며 더운 날씨 핑계를 대었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베이루트에 가서 또 다른 낯섦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에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와 그냥 쉬고 싶었는지도. 나는 익숙함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여행하며 낯선 것을 찾아 헤매고 있으니 이 또한 참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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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po, syria,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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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자전축을 기울게 만들기도 하지만 내 머핀을 훔쳐가기도 했다구!" 라고 반박하셨어야죠..ㅋㅋ

오쟁님은 역시 현자입니다! 내 친구 현자! 머핀 도난 사건이 먼저였다면 반드시 그렇게 대답했을 겁니다.

여행마저 훈수두는 사람들이란!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요. 낯선 것을 찾아 헤매기에 익숙함이 더욱 필요할 때가 있는가봐요. 둘 다 소중해서 다행이죠. 갈 수 없는 시리아의 지난 온도와 냄새를 라운디님 덕분에 느끼게 됩니다. 고마워요.

낯선 것과 익숙한 것, 우리 전에 어디선가에서 또 댓글로 이야기 나눈 적 있을걸요...? (이 멘트 어쩐지 작업 거는 남자 같네...) 길 위에서 만나는 것들이 온통 낯선 것들이라서 그래요. 스프링님도 나도 길 위의 시간을 그리워하면서 맨날 얼쩡거리고 있잖아요.

세상엔 정말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라라님 글로 새로운 세상을 대신 경험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으래서! 제가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다고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립고 보고 싶은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서 앞으로 앞으로 말고 뒤로 뒤로 하고 있어요. 저는 이모셔널님도 보고 싶어요... (진심)

저도요!!ㅋ

종교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무한스팀교 가즈아!ㅋㅋ

사실 미니스트릿 때 입구에서 나루님 응원가 틀어놓고 앉아있는데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교인... 모집...?

kr-travel 타고 들어와서 팔로우하고 처음 인사드립니다 :)
저도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 위주로 글을 올리고 있지만... 여행이란게 정말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점점 들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멋진 사진들 살짝 구경하고 왔습니다. :-) 자주 뵈어요!

보석달린 뾰족구두와 바닥에 끌리는 드레스. 베이루트에 가본 적은 없지만, 번쩍번쩍한 파티와 중동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진 장면을 상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ㅎㅎ

바닥에 끌리는 드레스 생각하면 밟고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하게 되는 저는... 아직 부족한 파티 피플... 아니 근데! 이게 얼마 만이에요. 흙흙. 어디 계셔요? 말라잎인써울 맞아요? 마지막 포스팅이 벌써 한 달 전인걸요. 보고 싶었어요! (진심)

f에쉬언 티이브이 ~~~
여행이란게 정의가 있을까 싶어요 내가 하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다 ㅎㅎㅎ

호돌박님도 같이 소리내어 읽어보셨지요? 꼭 소리내어 읽어주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후후.

불금이라 조용합니다. 무려 10년 전 사진이네요..
알레포 어느 골목에서 먹는 하이네켄 한병도 운치있겠어요..

유니콘님 포함 하이네켄에 특히 시선이 가고, 그것을 언급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실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운치뿐이겠습니까! 흥얼흥얼.

저는 외국을 순전히 여행의 목적으로는 많이 가 보지 못했어요.
그렇게나마 가는 곳도 매번 거의 비슷한 곳들이었고..
라라님 덕에 간접적으로나마 잘 느끼고 있습니다.
시리아는 괜히 좀 무섭기도 하네요 ㅋㅋ

어쩌다 보니 무슨 종군기자도 아니고 온갖 분쟁지역만 골라 다닌 것처럼 여행기를 올려놨지만...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 시리아는 많은 배낭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였답니다. 지금은 상상도 안 되지만요. 그런데 썬셋님 한국이시죠? 안 주무시는 거예요, 아님 일찍 일어나시는 거예요? 굿모닝입니다. :-)

아 확실히 지금과는 많이 달랐겠네요..ㅠ

차를 저번주에 손본게 좀 문제가 있는데..
아침 일찍 센터오픈하자마자 쳐 들어가야
서로 편하니 걍 안 잤습니다.하하하
겸사겸사 이웃분들 글 정독하고 댓글 달고 있습니다.

라라님도 굿모닝!!!

모든 것들에 이유가 있는 법이라지만, 시리아의 현재 상황에서 설명될 수 있는 이유라는 것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가끔 사진을 보면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진이 담는 그 광경 자체가 아니라, 이 광경이 사라졌고 지금까지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 말입니다.

제가 시리아에서 찍은 사진 중에 트럭 뒤에 일가족이 바글바글 타고 있는 모습을 찍은 것이 있어요. 네다섯 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제 쪽을 바라보고 활짝 웃고 있거든요. 얼마 전에 이 여행기를 옮겨 오다가 그 사진을 다시 봤는데, q님이 쓰신 대로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아주 좋아하는 사진이지만요. 저는 이 여행기를 2015년에 썼는데, 그때 아주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동시에 그런 감정을 품는 스스로에 대해 좀 같잖다는 느낌까지도...?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그런 감정과 생각들이에요. 그 땅에 전쟁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시리아에 몽땅 마음을 줘버리고 여전히 마음껏 그리워하고, 서성이고 있었을 거예요.

사진이라는 매체가 결국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잇는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절단의 결이 드러나기 마련이지만요.

누구나 감상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나쁘다고 보진 않아요. 여행자는 여행자의 소임을 다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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