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의 역설, 나는 왜 블로그를 하는가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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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가치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것은 놀라운 경험입니다. 스팀잇에서도 여러번 강조하였지만, 개인의 힘으로는 도달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리거나 심지어는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사고의 지평에 이르게 해주는 것이 바로 생각의 공유입니다. 이는 개인 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도 해당합니다. 인류가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던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대를 넘어서 생각과 느낌을 전승하는 언어와 문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것은 그저 놀라운 경험일 뿐 아니라, 위대한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관념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저는 '남들도 다 하는 말'을 최대한 적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는 나만이 도달할 수 있는 사고가 있다는 오만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생각과 느낌이 담기지 않은 표현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하는 노력입니다. 아마 제가 평소에 다는 댓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최대한 댓글을 장문으로 글에 대한 감상을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한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정말 보잘 것 없는 짧은 생각일지라도 저자 입장에서 독자 여러분들이 스스로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시는 것이 얼마나 보람차고 즐거운 일인지 알기에 다른 저자 분들의 글에도 한명의 충실한 독자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익명성이 주는 소통의 기회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솔직함을 잃고 살기 쉽습니다.

  1. 앞으로 계속 보고 살아야하는 사람이라서
  2. 얼굴 붉히기 싫어서
  3. 나보다 상급자라서
  4. 관계를 해치지 싫어서
  5. 관계에서 주도적인 입장에 있기 위해 패를 숨기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일을 피합니다. 또한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됩니다. 가령 "언제 술 한잔 하자." 같은 이야기가 있겠죠? 저는 그런 친구와 정말로 술을 한잔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정말로 만날 의사가 있는 경우, 아무리 바빠도 "11월쯤엔 시간 되냐?"하고 묻겠죠.

미디어에서 나쁜 면만 보이는 익명성은 이러한 장점도 있습니다. 굳이 관계 유지를 위해 가식적인 말을 할 필요가 없거든요. 특정인과 마찰이 생기면 평생 귀찮을 수 있는 현실의 삶과 다르게 익명성에 기댄 삶은 그러한 걱정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문자로 남긴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말은 휘발성이 있어 이것이 와전되면 걷잡을 수 없는 오해가 생기곤 하지만 글은 영속적이며 증거가 남습니다. 오해를 풀기에도 훨씬 적합한 도구죠. 또한 활자 앞에서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기 쉬워집니다. 말로써 이루어지는 대화는 감정이 앞서기가 쉽습니다. 커플들도 싸우고 난 후에 편지를 쓰곤 하죠? 얼굴을 보고 말을 하다보면 감정이 앞서버릴까 두려워 감정을 잠재우고 차분하게 글로 갈등을 풀어나갑니다.

이처럼 익명성에 기댄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히려 현실의 삶보다 정직하고, 진솔할 수도 있습니다.

맺음

'남들도 다 하는 말'을 지양한다는 것은 결국 달리 말하면 '나만이 할 수 있는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말'이란 내 정체성을 드러내는 말이구요. 익명성에 기대어 주체가 명확하게 있는 나 자신만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역설로 다가옵니다.


아, 이렇게 써놓고 보니 왠지 현실에서 진솔하게 생각 나눌 친구도 하나 없는 사람처럼 보이네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 친구 많습니다! 별로 잘 쓰여진 글이 아니라서 명확하게 느낌을 전달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공감하실 분들은 공감하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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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이름 Sharmin. 너의 관심이 내게 천국 줄지도 몰라. 내 미술 학교에 작은 도움이 필요해. 이 게시물을 확인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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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는 책임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익명성이라는 자유가 부여되었기 때문에 설사 누가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진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스티밋이 그런 공간이 되었음하는 바램입니다~🙌
공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0^*

맞습니다. 자유로운만큼 책임도 크죠. 모두가 진정 자유로운 수평적 공간에서는 내 대신 내 말에 책임을 져줄 상사도 친구도 부모님도 없으니까요.

휴, 소통의 위력이 이렇게 강합니다. 댓글 하나 읽은 것만으로도 여러가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잊고 살았던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셔서 저도 @kmlee님께 감사드립니다.^^

태그처럼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되는 글인것 같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팔로우하고 갈게요

네. 사람이 없어서 너무 슬픈 태그입니다...

정말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익명의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공감이 많이 됩니다.

좋은 글입니다. 이미 팔로우를 맺었었네요.

예. 앞으로 소중한 인연 쌓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스티밋은 뭔가 익명과 기명 사이의 묘한 위치에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돈이 관련되어있기 때문이겠죠?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블로그 형태는 어느정도 익명과 기명의 사이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돈이 안 걸린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때가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완전한 익명이 아니라서 온라인 상의 필명이 또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 익명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충실한 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신다는 말이 참 인상깊습니다.
저 또한 그런 노력이 필요해 보이네요.
kmlee님 말씀처럼, 익명성의 장점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나의 신원이 보장되니 편하게 말할 수 있고, 편안한 상황은 솔직한 마음을 이끌어내죠.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솔직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회가 조금은 야속하기도 합니다.
좀 더 편하게 마음을 터놓고, 충분히 소통이 오고갈 수 있는 사회라면 좋을 텐데 말이죠.
그렇다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익명으로 소통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ㅎㅎ

네. 특히나 동북아인은 교육과정이 굉장히 경직 되어있고 되어있고 개인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굉장히 적어서 더욱 심한 것 같습니다. 비대한 자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시점도 서양은 만14세 가량인 반면 동북아인은 성인이 되고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심지어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당연히 필요한 사유도 당연한 것, 유치한 질문으로 치부되는 것이 한국 사회구요. 심지어 학문의 첨단에서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어야 할 대학조차도 굉장히 경직되어있는 요상한 나라죠. 본질적인 문제는 사실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나누는 분야가 분야다보니 앞으로 심리학적인 이야기도 자주하게 될텐데 잘못된 정보나 혹은 참고해서 도움 될 정보가 있으시면 도움 주세요!

아마도 여기 시간 주말까지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는 제가 읽지 못했던 Kmlee 님의 글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읽고 나면 그것도 많이 아쉬울 것 같은 느낌입니다. ㅠㅠ 그래서 되도록 천천히 읽어 가고 싶은데 읽다 보면 또 안 그런 거 같습니다. (사육을 앉은 자리에서 다 찾아 읽었던 것를 생각하면요…)

읽었던 글들은 보팅을 해서 표시를 했어야 했는데 ㅋㅋ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그래도 제목을 기억하기에 한눈에 알 수는 있습니다. ^^ 읽은 모든 글에 다 댓글을 달지는 않겠습니다. 댓글을 쓰고 싶은 글도 너무 많으나 폭풍 댓글을 남길 수는 없죠 ^^

철학 이야기는 정말 아껴 두고 제일 마지막에 읽고 싶었던 이유가 생각이 많아져서 저 나름대로 생각해 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ㅠㅠ 5편까지 읽었는데… 다른 글들 읽으며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영혼/ 본질/ 평등/경쟁/공평함/ 이런 생각들을 글로 말끔히 정리된 것을 읽은 건 생소하면서도 한번도 Kmlee님의 시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 살짝 저 나름의 생각이 무엇이었나 생각이 필요합니다. (이러면서 아무 생각 안 할꺼 같아 걱정입니다. ;; ) 특히 영혼, 본질,이 부분은 저에게 완전 새롭습니다. ^^ 결정론에 대해서도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고요 --;;
ㅠㅠ (저는 볼드체를 쓰고 싶지 않았는데 ㅠㅠ 볼드체가 생겨서 왜 그런가 찾아 보고 배웠습니다. ㅠㅠ 스티밋 어렵네요 ㅎㅎ)

익명성에 대해서도 저는 조금 다른 이유로 익명성을 찾는거 같습니다.

아 ㅠㅠ 또 출근해야 할 시간입니다. ㅎㅎ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해서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이런... 읽으시는 속도를 따라가려면 더욱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벌써 다 읽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은 하루가 너무 일찍 시작되어서... 오전에 일은 다 끝내고 오후에 ㅋㅋ 하나씩 읽기 시작해서 다 읽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글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읽는 속도가 엄청 느려서 한 자 한 자 세어가며 읽는데 말이죠. ㅠㅠ
너무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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