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갈 때와 나올 때

in zzan4 years ago

img085 대문.jpg

어젯밤 내린 눈으로 차에는 눈이 수북하고 장날이라 차를 빼가도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런데 버스를 타면서부터 어리버리다. 우선 버스요금을 모르는데다 교통카드도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는데 보다못한 기사님이 삼천원이라고 알려준다.

저녁에는 밖에 나가기를 꺼리는 나는 외출했다가도 가급적이면 어둡기 전에 들어오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들러야 할 곳도 많았고 버스를 기다리느라 길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와서 터미널로 가면 버스 세 대가 한꺼번에 지나간다. 하는 수 없이 길에서 이십여분을 기다린다. 자연 이 시간이 늦어지고 돌아올 때는 어두워진 다음이었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바로 또 나가야 했다. 피곤하기도 하고 저녁시간에 쫓기기도 했지만 거절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두 건이나 되니 절대 사양하거나 미룰 수가 없는 일이었다. 소비자 회원이 제품을 주문했는데 급하다고 했다. 집에서 제품을 준비하고 서비스할 만한 제품과 카드 단말기를 챙겨 나가니 벌써 캄캄하다. 물론 대로변은 상가의 불빛 때문에 밤에도 환하지만 주택가 골목은 외등 하나에 의지해야 하기에 미리 전화를 해서 나와 달라고 부탁을했다.

밤에는 뒤에서 누가 빠른 걸음으로 걷기만 해도 돌아보게 된다. 그럴 땐 근처 상가로 들어가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앞에서 마주 오는 검은 그림자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요즘은 패딩에 털이 풍성하게 달린 후드를 쓰고 마스크까지 하고 다녀서 남녀 구분도 어렵고 친한 사람이 아니라 적당히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되기 쉽다.

다행이 오늘은 그런 일 없이 소비자와 큰 길에서 만나 바로 전달을 했고 또 하나는 상가에 있는 가게로 가지고 가는 길이라 돌아오면서 전달하면 된다. 그런데 가게 유리창에 불이 꺼졌다. 가게 앞에 차는 있는데 그새 어디로 갔을까 하며 전화를 한다. 어디 가지 않고 가게에 있다고 하는데 불도 꺼지고 캄캄하다고 하니 그제야 웃으며 나온다. 손님이 올까봐 불을 끄고 뒤에 있는 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제품 전달을 하고 돌아오는데 갈 때는 못 본 예쁜 불빛이 보인다. 동네 작은 공원이 코로나 전에는 연주도 하고 작은음악회도 열리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집합금지명령으로 행사를 중단했다. 그 후로는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는데 낮에는 어쩌다 지나가도 불이 들어오지 않아 존재자체를 모르고 지났었다.

그러니 내가 알고 있다는 얼마간의 상식도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 긴장했다고 모르고 지나치다 그래도 조금 편안한 마음이 되니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긴장이란 주의글 집중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야를 좁히기도 하는 것 같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물런 이건 그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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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갈수록 겁이 많아지네요.

사람처럼 무서운 건 또 없을 것 같습니다.
뉴스에 나온 방화사건이 나중에보니
우리 동네서 멀지 않은 곳이었어요.

헤어지자는 여자의 말에 자신의 몸과 거실에 신나를 뿌리고
불을 질렀으니 정말 끔찍해요.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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