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zzan4 years ago

세상엔 넘어서야할 많은 벽이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넘어야 한다고
그대로 주저 앉을 수 없다고 다짐하면서
높은 벽을 바라본다

그러나
돌아 가는 길이 있음을
생각하지 못했고
스스로 벽이 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언젠가는 그 벽이
잠시 기대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몇 몇의 벽이 모여 하나의 방으로 완성되는 사실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날이 오고 있었다

목다보/ 송하담

아버지는 목수였다

팔뚝의 물관이 부풀어 오를 때마다 나무는 해저를 걷던 뿌리를 생각했다. 말수 적은 아버지가 나무에 박히고 있었다.

나무와 나는

수많은 못질의 향방을 읽는다

콘크리트에 박히는 못의 환희를 떠올리면 불의 나라가 근처였다. 쇠못은 고달픈 공성의 날들. 당신의 여정을 기억한다. 아버지 못은 나무못. 나무의 빈 곳을 나무로 채우는 일은 어린 내게 시시해 보였다. 뭉툭한 모서리가 버려진 나무들을 데려와 숲이 되었다. 당신은 나무의 깊은 풍경으로 걸어갔다. 내 콧수염이 무성해질 때까지 숲도 그렇게 무성해졌다. 누군가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건 박히는 게 아니라 채우는 것. 빈 곳은 신의 거처였고 나의 씨앗이었다.

그는 한 손만으로 신을 옮기는 사람

나무는 노동을 노동이라 부르지 않는다. 당신에겐 노동은 어려운 말. 그의 일은 산책처럼 낮은 곳의 이야기였다. 숲과 숲 사이 빈 곳을 채우기 위해 걷고 걸었다.

신은 죽어 나무에 깃들고

아버지는 죽어 신이 되었다

나무가 햇살을 키우고

나는 매일 신의 술어를 읽는다

목어처럼 해저를 걷는다

*목다보-목심, 목봉, 나무못

  •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Sort:  

아... 너무 좋은 시네요.
누군가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건 박히는 게 아니라 채우는 것. 빈 곳은 신의 거쳐였고 나의 씨앗이었다.
그런가 봅니다...

저도 몇 번을 읽었습니다.
한동안 귓전에 담담히 흘러갈 것 같습니다.

멋진시네요

나무는 해저를 걷던 뿌리를 생각했다.
목어처럼 해저를 걷는다

나무를 만지시는 라흐님께서는
누구보다 진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J시인님도 작품 내시지요. 신춘문예에....

아홉살 가을
할머니 돌아가시고 입관할 때
관에는 쇠못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서랍을 열다 사궤맞춤을 보면서
서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럼 없이 상처를 냈던
나무를 보면서 충격이 컷습니다
.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내 모습이 싫어지고
나무의 살결에 남은 맥을 짚어보게 되고
전해지는 체온을 느낍니다.

그 때 쓴 작품을 지금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어림도 없어서 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75
BTC 64465.86
ETH 1681.46
USDT 1.00
SBD 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