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모든 것은 숫자로 표현할 수 있어.

전 같으면 이 말에 깊은 공감을 가지지 못하였을 것이다.

바야흐로,
채점하는 시간.
학생들의 calss, 학번이 숫자이고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의 점수가 숫자이고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것도 숫자이다.

별거 아닌 숫자가 힘을 가지고 있다.

한 프로젝트도 숫자로 표현된다.
예를 들면, 얼마짜리 연구를 수행하였는가? 인건비는 얼마인가? 자문비는 얼마인가? 등등.

투자? 도 숫자로 표현된다.
얼마를 투자하였을 때 얼마를 얻을 수 있는가?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라는 사람도 숫자로 표현된다.
일반적 특성으로는 나이는 얼마? 몸무게는 얼마? 키는 얼마? 가족은 몇 명?
사회적 특성으로는 간호사 경력 얼마? 사이버알엔 경력 얼마? 교수 경력 얼마?
스팀잇 특성으로는 명성도 얼마? 스파 얼마? 친구 몇 명? 그리고 얼마나 찍혔는가?
스판의 특성으로는 리치리트스 얼마? 스판파 얼마? 얼마를 보상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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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하여보니,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숫자의 값은 내가 직접 관여한 (잠 못 자고, 고민하고, 환자 간호하고, 산모들 등 마사지해 주고, 발로 뛰어다니고, 학생들과 보낸 시간) 것에 대한 보상은 명확하였고 매달, 혹은 정기적으로 내 손에 쥐어진다. 더 열심히 일하면 할 수록 많아진다. 물론 보람과 가치도 동반 상승하였다.

또 다른 보상으로는 숫자의 크기가 주는 보람과 가치보다는 만족감이다. 실제 손아귀에 잡히지 않으니 현실감도 떨어진다. 스팀이나 스판은 뭔가 숫자가 많아지기는 하는데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알 수 없다.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것 같다.

그러고보니, 숫자가 그냥 숫자는 아니었다.
숫자는 늘 우리 주변에 있던 것이다.

우리 학생들 채점결과가 적힌 엑셀 파일을 보니 모두 숫자다.
저 숫자만으로도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면 숫자는 감정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