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니 세월이 느껴진다.

in zzan3 years ago

버스를 타니 세월이 느껴진다./cjsdns

10분을 넘게 뛰듯 헐레벌떡 걸었다.
20분을 기다렸다.
혼자라서 못 보고 가면 어쩌나 마음 조리며
손을 들어 세웠다.

덜컹하고 열리는 올라타며 카드를 대니
찍소리 말고 가서 안으라며 찍한다.

멀지 않은 거리이나 정차할 때마다 여기가 어디지 하며
창밖을 내다보다 안내하는 정겨운 목소리에 홀려 빠져들다 보니
비몽사몽 여기가 어디지 하는데 청평이라 하기에 화들짝 놀라 내리니
허전해 손을 보니 꼭꼭 들고 있던 누룽지 샘플 없다
이미 닫혀 버린 문 부서져라 두드리니
덜컹 열리며 올라타려는데 옆자리에 앉았던 총각 봉지를 건네준다.

버스는 떠나고 엉거주춤 서있는 폼이라니
버스를 타겠다며 열불 나게 뛰듯 걸은 놈은 어느 놈이고
20분이나 기다리는 버스를 탄 놈은 누구이고
안내하는 고운 목소리를 어린아이 엄마 자장가로 들어 잠들듯
그새를 못 참고 끄떡끄떡 한놈은 누구인가.

버스를 기다리던 상면 면사무소 옆 길가에 다방이란 간판
눈길로 따라가니 좁은 복도로 올라가게 되어있는데
열린 창문으로 보인 모습은 우중충한 모습에 야트막한 다락방 같은데
간판 이름은 시골향기 파는 건 맥주 양주 커피라 적혀있어
궁금증으로 올라가 보면 뭐가 있을까 생각뿐이었는데

알 수는 없으나 지금의 내 모습 가보지 않은 그곳 모습 같아 보이니
이게 지금의 내 모습 이런 모습 익숙지 않으나
청평 버스 터미널에서 무사히 내렸고 누룽지 봉지도 찾았으니

유난히 까악까악대던 출근길 까마귀 소리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조심해서 다니라는 안내 방송이었는데
이 나이가 되도록 그것도 못 알아들었으니
나이는 헛 먹었어도 몸은 헛늙지않고 제 몫 다 찾아 늙어간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내겐 스팀이 있고 스팀 짱이 있다는 사실이다.
어디 가서 이렇게 주절거리면 돈을 주냐 떡을 주냐 주는 건 핀잔인데
스팀은 스팀 짱은 희망을 준다.

숨길 것도 자랑할 것도 아닌 세월, 그 세월이 잠시 나를 당황스럽게 하였으나
사무실에 들어오니 그마저도 옛일처럼 사람 사는 게 그렇지 오늘도 내 인생은 파이팅인 거야
저녁을 먹자는 아내의 전화에 나 지쳤는데 하니 나도 지쳤어한다.

내 고생한 이야기 즐비하게 늘어놓았으나 온종일 배추와 씨름한 그대만 하오리 하니 그래도 모시러 온다니 고맙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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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할 때와는 다른 세상이에요, 버스 안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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