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수다] 편식쟁이 독서가의 별난 책 리스트 3 - 영화와 소설, 뭐가 더 재미있을까?

in #kr-book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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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zeroseok 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소설이 영화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제 한번 거기에 대한 얘기도 해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zeroseok님께서 거기에 불을 당겨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경우 소설의 인기가 흥행에 독이 되기도, 득이 되기도 하지요. 여러분은 영화를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원작 소설까지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면 반대로 소설을 읽고 감명받아서 영화까지 찾아보신 적이 있나요? 오늘의 소소한 별난 책 리스트는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1)) 영화보다 소설이 훨씬 재미있었던 책
영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던 친구가 그곳 서점에서 샀다며 "About a Boy"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빌려줬습니다. 무척 재미있다면서요. 알고 보니 휴 그랜트가 주연을 맡았던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의 원작 소설이더군요. 하지만 그다지 흥미가 당기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영화가 아주 재미있진 않았거든요. 휴 그랜트가 돈 많고 철없는 한량으로 나오고, 그가 우연히 한 미혼모의 어린 아들과 얽히면서 소동이 벌어지는 그런 영화였죠.

친구의 강요 반 설득 반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책이 너무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영화로 저렇게밖에 못 만드나, 싶다가도 하긴, 이런 유머는 영화로 만들기 어렵겠다 싶기도 했고요. 제가 저자인 Nick Hornby에게 반하게 된 책입니다. 저도 나중에 영어 소설을 쓰게 되면 이렇게 유머가 잔잔히 넘치는 책을 쓰고 싶어요. :)

또 다른 하나를 꼽자면 C. S. Lewis의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입니다.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요. 신기한 화면 때문에 지루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재미있게 본 영화도 아니었죠. 그래서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답니다. 그러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려고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읽어주면서 제가 더 반했어요. 영화보다 훨씬 더 재미있더군요. 역시 소설로 보는 게 영화보다 더 나을까요? 하지만 다음 리스트를 보시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요.

2)) 소설보다 영화가 더 재미있었던 책
사실 소설보다 영화가 재미있었다기보다는, 영화보다 소설이 더 기대 이하였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바로 Stephenie Meyer의 "Twilight (트와일라잇)"입니다. 영화는 그럭저럭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 보는 맛에 봤습니다.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간 보내기엔 괜찮았고요.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도서관에서 빌려봤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저는 로맨스 소설은 잘 못 읽습니다. (왜죠? 왤까요? -_-) 제가 책에서 뭘 기대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십 대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진 않았거든요. 게다가 늘 나오는 지루한 설정.

여자는 예쁜 줄 모르고 있지만 사실 예쁘고, 남자는 돈 많고 잘생겼는데 오로지 그녀만 사랑하고, 심지어 뱀파이어라서 온갖 출중한 능력이 있고,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해주고.

책장을 겨우겨우 넘겨서 한 권을 마무리하고, 재빨리 도서관에 반납했습니다. 시리즈 물이라서 다 읽으려고 줄줄이 빌려왔었는데, 1권만 해치우고는 고스란히 반납했죠. 사실 저런 내용의 드라마는 잘 봅니다.[오늘의 English 단어] #19. 은밀한 즐거움 - Guilty Pleasure를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길티 플레져가 드라마거든요. 그러고 보니 위에 지루한 설정이라고 써 놓은 것도 전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도깨비"와 비슷하네요. 드라마는 정말 재미있게 보는데, 왜 책으로는 읽기 힘든 걸까요.

3)) 책을 보고 영화를 봤는데 둘 다 좋았던 경우
책과 영화가 모두 다 좋았던 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물 중 하나인 J. K. Rowling의 "Harry Potter series (해리 포터 시리즈)"입니다. 책을 먼저 읽고 완전히 해리 포터에 푹 빠지게 됐는데요, 나중에 본 영화도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6, 7편으로 갈수록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도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해리 포터에 대한 애정으로 모두 극복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전 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7권 모두 영어 원서로 3번씩은 읽었답니다. 거기에 오디오북으로 한 번씩 더 들었고요. 하지만 나중에 시간 여유가 생기면 1권부터 다시 연달아 읽어보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아, 생각만 해도 즐겁네요. ^^ 해리포터 시리즈는 독후감을 안 쓰고 아끼고 있는데요. 나중에 7권 연달아 읽은 다음에 독후감도 써보고 싶어요.

4))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봤는데 둘 다 좋았던 경우
어느 날 영화가 보고 싶어서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극장에 가서 혼자 영화를 봤습니다. 그게 바로 "반지의 제왕 1편"이었지요. 당연히 그게 시리즈물의 1편이라는 것도,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도 모른채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영화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웅성웅성 이게 뭐냐고 짜증내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1편의 내용이 마무리되지 않고 끝나거든요. 아마 그 사람도 저처럼 이 영화의 후속 편이 또 있다는 걸 몰랐나 봅니다. 그런데 저는 내용이 결말 없이 마무리돼서 짜증 나는 게 아니라, 2편을 어서 보고 싶을 정도로 완전히 반해버렸답니다.

그 길로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사서 읽어버렸죠. 책도 영화만큼이나 아니, 더 재미있더군요. 사실 반지의 제왕은 영화와 책 중 어느 것이 더 재미있는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어요. (해리 포터는 책이 조금 더 좋거든요. ^^) 영화를 본 후 책을 봤을 때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였습니다. 반지의 제왕이 재미있어서 그 전작인 "호빗"까지 구해서 읽었지요.

사실 이것보다 더 많은 책들이 있을 것 같은데 당장 떠오르는 게 없네요. 최근에는 영화를 많이 못 봐서 최근 소설을 못 다룬 게 아쉽고요. 다음 편에서는 대부분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 인기 대중작가 3명의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존 그리샴, 댄 브라운, 마이클 크라이튼입니다. ^^


덧글) 본문 중에 책 제목이 한글로 썼다, 영어로 썼다 왔다 갔다 했는데요. 영어 원서로 읽은 책은 영어로 제목을 먼저 썼고, 우리말로 읽은 책은 한글로 제목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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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Thank you! :)

와... 해리포터 시리즈가 상당히 길던데 대단하십니다 ㅎㅎ
(해리포터 책 1,2권만 보고, 나머지는 영화로 본 1인)
반지의 제왕도 영화로만 봤는데,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주변에서도 영화가 재밌어서, 책으로도 봤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매니아들은 호빗까지도 몽땅! ㅎㅎ
어바웃 어 보이는 처음 보는 작품이네요. 예고편이라도 한 번 뒤져봐야겠습니다.
다음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 인기 대중작가 3명!!!
그 중에 한 명 혹시.... 스티븐 킹??

바로 그 밑에

존 그리샴, 댄 브라운, 마이클 크라이튼입니다. ^^

라고 써놨는데!! 드미님!!! ㅎㅎㅎㅎㅎ
스티븐 킹도 생각해봤는데요. 제가 읽은 책이 별로 없어서 패스... -_-;;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Gun 그리고 제목이 기억 안 나는 SF 단편집 밖에 못 읽었더라고요.
공포 소설의 대가인데 제가 공포소설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읽은 게 얼마 없어서.. 제 맘대로 뺐습니다. ^^;;

ㅋㅋㅋ앗!!! 브리님ㅋㅋㅋ 제 불찰입니다...
순간 난독증이 올라온게 아닌가 싶네요.
대중작가 3명이 누굴까? 하고서 신나게 포털사이트를 찾아보느라고
그 밑에 존 그리샴, 댄 브라운, 마이클 크라이튼을... 제대로 못봤습니다 ㅋㅋㅋ
(부끄럽다.....)

하긴 스티븐 킹이 주목 받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공포소설이라
저도 들어보기만 했지, 제대로 보진 못했습니다.
저도... 공포소설을 즐기지는 않아서요.
(허나... 심령소설 느낌을 가끔씩 주는 기사단장 죽이기는 볼만하네요....ㅎㅎ)

About a Boy 만 모르겠네요..

책으로 읽어보진 않았지만. 정말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책으로 읽어 보고싶네요. ㅎㅎ

다들 "어바웃 어 보이"가 훌륭한 영화였다고 하시는군요. 아무래도 저의 영화 취향이 좀 이상한가 봐요. 아님 휴 그랜트가 별로였나? -_-;;
아무튼 저는 책이 훨씬 훨씬 좋았답니다. 영화가 좋으셨다니.. 책을 읽게 되면 혹시 실망하시는 건 아니겠죠? 설마! ^^

저도 어바웃어보이만 못 본 것 같아요, 전 해리포터를 좀 더 좋아합니다 ^^ 영화는 다 받아 놓고 허전할 때면 그냥 틀어 놓고 멍하니 보고 있어요....ㅎㅎ

나중에 시간 여유가 좀 되면,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등 시리즈 물 연달아 보기 하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아요. ㅎㅎㅎ

원작이 너무 좋았을 경우에 작가나 감독은 피가 마르는 기분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몇일전에 어느 분이 포스팅을 하셨던데..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혹시 다음번 포스팅에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술술 원서를 읽어내려갈 수 있을만한 책을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영어공부할 겸 다시 한번 원서를 읽어보고싶게 자꾸 자극을 주시네요. 그리고 아이들 영어 공부는 어떻게 시키시나요? 그냥 책만 읽으시나요?

저도 그 포스팅 봤어요!! 르캉님꺼에요 ㅋㅋ

https://steemit.com/kr/@lekang/5n9ab9

어렵지 않으면서도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 흠, 한번 고민해보겠습니다! 어떤 책들이 있는지 주말 동안 좀 살펴보고 다음주에 써볼게요. ^^ 저 때문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신다니 기쁜데요. ^^

저는 미국에 살고 있어서요. 아이들 영어는 학교에서 배우고요. 오히려 집에서는 우리말 안 잊어버리게 하려고 우리말만 쓰고 있어요. 아이들이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재미있는 영어책을 함께 읽어주셔도 좋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영어로 보여주셔도 좋고요. 가장 좋은 건 역시 영어책을 꾸준히 읽는 건데, 아직 아이들이 어리시니까 차근히 시작하시면 될 듯 합니다. ^^

저도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책으로 본 작품 있는데!!
그것은 링 이예요.ㅎㅎ;
공포영화죠. 공포소설이고.ㅎㅎㅎㅎㅎㅎㅎㅎ;;

공포영화를 즐기시는군요! ㅎㅎ
전 무서운 걸 싫어해서 안 봤는데, 영화와 책을 다 본 친구 말이 책이 훨씬 훨씬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일본어를 잘 해서 심지어 일본어로 읽었어요.

포스팅 주제랑 좀 멀긴한데 어바웃어보이의 저 아이..정말 잘 자랐더군요ㅎㅎ 니콜라스 홀트 너무 잘생김^^

잘 자라주면 정말 고맙죠. (응? 내가 왜? ㅎㅎㅎ) 외국 아역들은 역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 자라주었군요!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도 소설, 영화 모두 매니아들을 갖추고 있지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주 최근에 영화로 봤는데 50년전 영화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구린 구석이 잘 안느껴지는거 보고 엄청 충격이었습니다. 왜 모든 SF 영화의 시초로 보는지 이해가 가더라구요. 그 당시는 컴퓨터 그래픽이 발달하지 않아서 CG 효과가 제로였다는거 보구서 더 충격이었어요.

영화 뿐 아니라 소설에서도 위대한 작품이지요.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도 영상화 되었으니 한번 보시는거 어떨까요.

아 정말인가요? 유년기의 끝은 제 인생책중에 하나인데 꼭 찾아봐야 되겠네요.

당연히 읽어보셨군요ㅎㅎ 저도 보진 않아서 영상화가 얼마나 잘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책을 한참 읽을때 재밌게 읽은 정도를 나중에 기억하려고 그냥 혼자 '강력추천/추천/비추천/재미없어중단' 이렇게 정리를 했었는데요, 책 소개 사이트들 보면 사람들이 하도 SF를 보려면 유년기의 끝을 읽어봐야 한다고 해서 시큰둥하게 도서관 가서 찾아봤습니다.
아무리 잼나다고 해도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수십년 전에 쓰여진 내용이 와닿기는 하려나 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심하게 재밌게 봐서 강력추천도 모자라 아직까지 이 책 하나만 '초'강력추천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ㅎㅎ

SF 책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런 꿀정보가!! @kmlee 님이 말씀해주신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segyepark 님이 초강력추천하시는 유년의 끝 모두 읽어봐야겠습니다! SF 장르는 별로 안 읽어봐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두분의 추천을 믿고!! (근데 읽을 책이 밀려서 당분간은 보기 힘들듯요. ㅠ.ㅠ)

앗 브리님이 등장하셨네요 ㅋㅋ (물론 브리님 글에서 놀던중이긴 하지만요 ㅋㅋ) 저는 사실 범죄 스릴러 위주로 보는 편이라 SF는 손도 안댔었는데요, 책을 계속 읽다보니 다른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 뭘보나 기웃거린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지금도 SF는 막 끌려하는 편은 아닌데 그때 사람들이 하도 '유년기의 끝'을 봐야된다고 해서 시큰둥하게 빌렸었습니다.
그거 읽고나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이미 현재의 모든 SF물들은 다 수십년전에 나온 아이디어를 반복하는거에 불과하구나' 하는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시작하자 마자부터 벙찔만큼 엄청난 스케일과 상상력에 감탄을 반복하며 봤던 책입니다. SF 장르에 크게 관심이 없으셔도 아마 재미없다 라는 느낌은 못받으실거에요.

브리님 멋지십니다. 원서로 3번씩 것도 7권 모두 읽으셨다니 브리님의 열정이 너무 멋지네요. :) 헤리포터와 반지제왕은 정말 대단하죠. 저도 너무 사랑하는 작품들이예요. About boy를 저는 왜 놓쳤을까요. ㅋㅋ 리스트에 적어 두었다가 책으로 봐야 겠네요 ^^

해리 포터는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게다가 영어 원서로 읽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영어 실력이 더 낮았기 때문에 못 보고 놓친 것들이 나중에 실력이 쌓인 뒤에 읽으니까 더 재미있는 겁니다! ㅎㅎㅎ 나중에 한번 더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기대되요. :)
About a boy도 재미있어요. 기본적으로 닉 혼비가 책을 재미있게 쓰거든요. 제 독후감 중에 재미있게 봤었던 "슬램"도 닉 혼비 책이에요.

아 전 정말 해리포터와 동시대를 살아서 넘나 행복합니다 ㅎㅎ

저도요!!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읽게 돼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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